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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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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서도東話西道 - 이겸 2007년 08월 306호
길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와 있는 동안 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됐어요?”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친구의 답변에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는지 몇 분 후 똑같은 질문이 날아왔다.
친구는 사고를 당해 이제 막 수술을 끝낸 상태였다. 그의 아이와 스승은 사고 현장에서 하늘에 사는 존재가 되었고, 그와 아내는 참혹한 슬픔 속에 있던 차였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나는 친구 곁에 있었다. 그는 점점 회복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전보다는 조금 안정된 모습이었고, 이따금씩 그의 슬픔이 섞인 미소도 볼 수 있었다. 친구는 한 성직자에게 영가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힘겹게 사고 소식을전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제가 얼마전….”
“뭐라고?……근데 그 어린아이는 왜 데리고 갔어….”
이후로도 친구의 문병을 온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다음과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래, 아이는 또 낳으면되지….”
“그러기에 아이는 왜 데리고 갔어….”
“나도 다 이해해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다 잊혀질거야….”
“이제 시간도 지났으니,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꽤 시간이지났는데, 아직도?”
친구는 그 동안 어리석은 위로의 말들을 수 없이 들어야만 했다. 친구에게 이 같은 말을 한 이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여기는 듯했다.
“우리 부부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아니네. 우린 적당히 늘어진 빛이 남아 있을 때 산책을 하지. 햇빛도 조용하고 바람도 순한 시간. 달팽이와 장미꽃, 목련꽃과 재스민(jasmine)의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우린 얼마 전엔 또한 친구를만났지. 녀석의이름은‘힉슨’이고, 아주 살가운 고양이야. 우릴 보면 통통! 튕겨서 달려오지. 털이 얼마나 보드랍고 따듯한지…. 나와 아내는 꽃과 풀의 향기를 맡고, 달팽이들을 지켜보고, 길에서 만나면 달려오는‘힉슨’을 좋아하네. 우린 매일 산책하며, 이야기하지. 서로를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네….”
친구의 대화는 산책하는 동안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고를 접하면 우린 당황한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일수록. 상대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리고 그 만큼의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분배해서 행동으로 보인다. 모두들 위로를 하기 위해서 나선다고 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몰입한다. 그렇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보단 상대자의 마음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을. 사고 경위가 궁금하다면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으며, 그를 위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몸은 좀 어때요?”
여기가 처음이다. 이 말이 처음이고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