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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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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자영 慈怜 2007년 08월 306호
하루 일과를 마치고 평가를 하고 있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 “진정한휴식은무엇입니까?”
길었던 학업의 여정을 마치고 회사 출근 날짜를 받아든 2007년 여름, 저는 바쁜 일상 속에 지쳤던 몸과 맘을 편히 하고 앞으로의 생활을 새롭게 시작할 힘을 찾을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곳이 적당할까?’뉴질랜드, 터키, 인도 등 멀리서 휴식지를 찾고 있던 저에게 절친한 도반이 물었습니다.
“ 함께 해인사에서 봉사하지 않을래?”해인사라는 말을 듣자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낯익은 풍광이 떠올랐습니다. 수려한 가야산과 당당한 법당, 질서 속에 고요히 움직이는 스님들. 지금부터 3년 전 해인사 여름수련회에 참가했을 당시의 기억들이 저를 부르는 듯 했습니다.
수련회 당시,‘ 가장 화려한 날은 바로 오늘이다’라는 수련회 주제에 대한 깨달음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제 안의 울림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여행의 기회는 앞으로도 많겠지만 봉사의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저는 도반의 권유에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2차 해인사 여름수련회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자원봉사 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수련회가 시작된 화요일부터 밤에는 다음 날 일정에 대한 회의와 준비로 잠이 늦어지고, 아침에는 수련생을 깨우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반복되면서, 낮에는 의지만으로는 쫓아내기 힘든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또한 저는 불자가 아니라 예불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스님께 습의를 받았지만 막상 수련생을 인솔하며 잦은 실수를 반복하자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몸과 맘이 고단한 일정이 계속되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봉사자들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작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고 다투는 상황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그러자 저에게 번민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쉬러 왔는데 왜 쉴 수 없을까, 애당초 해인사를 선택한 것 자체가 틀린게 아니었을까, 산을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겠다는 저를 스님과 다른 봉사자들은 꾸준히 설득하였습니다. 처음의 약속을 깨 하루일과를 마치고 평가를 하고 있는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 는 것에 대한 죄송함과 저에게 이토록 정성을 쏟아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원래 약속했던 날까지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집에 돌아갔다면 정말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랬더라면 절을 하면서, 자연 안에서,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휴식하는 방법을 절대로 배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련회 기간 동안 저는 절을 하면서 휴식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수련생과 일자일배를 함께 하는 동안 며칠간 서로 서먹하게 지켜보기만 하던 분들과 제가 한층 가까워지고 편안해졌음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금요일에 1080배 참회기도를 함께 하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절의 삼매 속에‘나’라는 주체가 사라지고 도반들과 하나 되어감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절이 고통이 아니라 호흡이자 나를 흔들어 깨우는 휴식임을 배웠습니다. 절이 끝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정갈하게 정돈 되어 있었습니다. 세상이 제가 절하는 동안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제안의 번뇌와 욕심이 씻겨나간 만큼 제가 볼 수 있는 세상은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둘째로 저는 자연 안에서 휴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침 예불과 좌선 후 깜깜했던 하늘의 장막을 걷어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웅장한 사찰, 그리고 멀리 가야산 자락을 타고 올라오는 구름은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족암, 백련암 등 아름다운 암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세는 제가 속해 있던 세상에서의 근심에 너털웃음을 날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사람들 속에서 휴식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늘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시험과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습의사스님, 포교국장스님과 함께 지내며 남들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습니다. 특히 스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인생에 대한 고견을 들을 수 있
었던 것이 저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새로운 법명을 지어주시고 삶에 대한 자세와 인간관계의 지혜를 빌려주신 도융 스님, 동묵 스님, 상원스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덧 일주일의 시간이 다하였습니다. 수련생이 회향한 후, 동묵스님과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백련암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지금, 바다에 밀물이 차오르듯 맘 속 깊이 만족과 여유로움이 차오릅니다. 만약 제가 중도에 포기하고 산을 내려갔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었을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수련생뿐 아니라 저 또한 함께 수행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수행인 동시에 삶을 한층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휴식이었습니다. 해인사에 오기 전에는 몰랐던 진정한 휴식,‘ 깨어있는휴식’을 배우고 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