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아버지께서 할머니댁에 다녀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할머니와 직지사라는 곳에 가서 난생 처음으로 너를 위해‘절’이라는 것을 해 봤다고 말씀하셨다.
“네~”하면서 그냥 흘려들었는데… 할머니와 아버지의 공덕(?) 때문이었는지 며칠 뒤 나는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사회생활에 조금씩 찌들고, 맘이 우울한 생각이 들 때쯤 템플스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그곳에 가면 복잡한 마음도 깨끗이 정리가 될 것 같았고, 좋은 공기 마시며 생활의 활력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이 그렇듯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사람들과의 약속과 그들과의 생활을 버리고 갈 수 없어서 늘 한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의 지침(?)이 내려왔다. 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한번쯤은 꼭 가야 한다는 사찰수련회!!! 꼭 가고 싶었던 터라 내심 기뻤지만, 회사를 빠짐으로서 힘들어질 다른 직원과 그 힘들다는 새벽기상과, 발우공양, 1080배를 생각하면 잘 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기쁜 마음도 걱정도 모두 다 안고, 다른 선배, 동료들과 해인사로 출발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부처님 만나서 새로운 활력을 얻으러 단기출가 하러가는 그곳에 속세에 물건들을 왜 그렇게 많이 싸갔는지… 처음 대면한 스님께서“소지품을 맡기세요”라는 말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하나씩 하나씩 나오는 샴푸, 화장품, MP3, 디지털카메라, 사탕… 처음부터 가져오질 말 것을이라며 후회를 했다. 핸드폰을 내놓을 때가 제일 망설여졌는데, 맡기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안 그랬음 핸드폰을 보며 회사 걱정하고, 부모님 걱정하고, 친구들 걱정하고 그러다보면 그곳에 간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테니까….
4박 5일 일정, 첫날 둘째날은 정말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았다.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나서 새벽 예불, 발우공양, 산행, 스님들의 강의, 참선… 하루 온종일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오후 3시쯤… 음음… 정말 하루가 참 길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조금 여유롭게 갖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발우공양을 했을 때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먹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적은 양의 음식을 먹곤 했는데… 하루 일정을 순서대로 하고 나면 배가 너무 고파서 입맛에 안 맞는다며 투덜거렸던 것도 잊고 식사량이 점점 늘어만 갔다. 그래서 사찰수련회에서의 다이어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하하
특히 일자일배, 1080배 등이 끝나고 산에 가서 먹는 수박과 감자는 정말 꿀맛이다. 땅에 떨어진 감자도 좋다고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나의 모습이란 정말 그곳에서만 보일 수 있는 순수한 모습이다.
수련회 기간 동안 매일 한 차례 스님들께서 좋은 강연을 해주셨는 데… 안타깝게도… 강연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평소에도 잠이 많던 나는 조용히 앉아서 강의를 듣던 시간 내내 졸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정말 스님이 바로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기는 눈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 딱 하나 석중石中스님 법명이 기억난다. 모두들 기억하실 것이다. 본인의 법명을 칠판에 쓰시며 설명해주는데…
“남들은 돌중이라 고도 해~하하”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 아는 즐거운 분위기, 예전엔 스님들은 유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석중 스님도 그렇고, 강의를 해주신 스님들 다 너무
너무 재미있으신 분들이었다. 스님에 대한 고리타분했던 내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룰루. 암튼, 그런 즐거운 웃음 뒤로 또 졸음 하하.
다들 안 졸았다고 하지만, 난 그들의 마구 흔들리는 고개들을 보았어용~!! 하하
수련회에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1080배를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난 1080배보다 그것을 다하고 난 후 마애불전에 간 일이 제일 좋았다.
누가 그곳 가는 길이 평지라고 했던가!!(포교국장스님!!! 뜨끔하시죠~!!)
비가 부슬부슬 내려 비옷을 차려 입고, 그 돌 많고, 경사가 심한 곳을 올라가는데… 내 몸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많이 남았어요?”
“다왔어요?”라 는 물음에
“예, 이제 다왔어요~”라고 포교국장스님은 말씀하셨지만 역시나 끝은 보이지 않았다. 포교국
장스님~ 그땐 어찌나 밉던지… 히히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꾸역꾸역 끝까지 올라갔을땐 정말 내 맘에 불심이 마구마구 생기는 거 같았다. 또 국장스님께 너무 감사했다. 순진하게 국장스님 말만믿은 결과다. 하하
언제 4박 5일이 지날까라는 생각과 달리 아쉬운 마지막 저녁시간….
여기저기 묵언을 깨는 수다소리와 함께“커피 먹고 싶다”“초코파이 먹고 싶어~”(군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는… 왜 이렇게 초코파이가 먹고싶은지… 하하)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갔어 아쉽네~”“우리 오늘밤 자지 말고, 수다떨까요?”라는소리가 흘러져나왔다.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것일까?
묵언수행이라 다들 말도 제대로 못했던 사이임에도,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중에도 지친 옆의 사람을 도와주고, 함께 움직이기 위해 기다려주고 하지 않았던가? 서로가 억지로 친해지려 하지 않았음에도 우린 자연스레 친한 사이(?)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소감문 작성과 스님과의 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봉(자원봉사자)께서 활짝 웃으며 나타나시더니 손에 들고 온 초코파이!!!
정말~마무리까지 깔끔한 수련회였다.
수련회 기간 동안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너무 많다.
물론 무지하게 힘들었다. 사람들은 내가“너무 좋았어요~”라고 얘기하니까, “너 하나두 힘들지 않았나보네”하시더라.
음식 때문에 고생한 사람, 화장실 때문에 고생한 사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고생한 사람, 참선하다가 졸음 너무 많이 와서 스님의 손길(?)을 받았던 사람, 1080배, 산행~
다들 너무 힘들었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기억에 깊이 남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각자 스스로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나 역시 말로 정확히 설명은 안 되지만, 무언가 개운한 느낌을 얻었다.
다음에도 참여하여 속세에 찌든 때도 벗기고, 맑은 공기와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
아~ 너무 기억에 남을 수련회였다.
수련회를 마친 후 첫출근인 월요일. 저녁에 회식을 했다.
먼저 일어나야 해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나왔다. 모두들 수하가 제대로 배우고 왔다면서 웃었던 일이 있었다.
왜 남자들 군에 갔다 오면 한동안 말투가 안 변하는 것처럼 나도 수련회 때 했던 차수와 합장이 몸에 배었나보다…하하!
함께 했던 보살님들 거사님들, 자원봉사자님들~ 포교국장스님, 동묵 스님, 상원 스님(상원 스님은 제 꿈에도 나왔어요~너무 잘생기셨어용~하하^^) 너무 보고 싶습니다.
모두들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