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산자빈신 비구니 - 한 몸을 여러 몸으로 변화시켜 법을 설하다가락성에서 나온 선재동자는, 오로지 가릉가림성을 향하여 계속 걸었다. 도성에 도착한 선재는, 만나는 사람마다 사자빈신 비구니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으며 길을 걷는데. 문득 많은 노약자들과 소녀들이 뒤에서 몰려 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이번에는 어른들까지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바로 비구니가 도성 안의 큰 동산에서 설법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들으러 가는 중이며, 그 동산은 승광왕이 보시한 것으로 그 이름이 햇빛동산이라했다.
동산에 도착하여 주위를 살펴보니, 그 동산에는 큰 보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나뭇잎은 태양빛으로 반짝이며 빛났고, 마치 그 모양이 천계와 같았다.
보배나무는 갖가지의 채색으로 장엄하였고, 숲 속에는 천상의 소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감미로운 연주를 하는 음악나무가 있는가 하면, 비길 데 없는 묘한 향기를 풍기는 향나무도 있다. 또 이 보배나무 밑에는 모두 사자좌가 놓여 있는데, 그것은 여러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큰 동산 전체가 이렇게 부사의한 세계를 자아내는 것을 보니, 도리천궁의 선견성도 이 정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재는 빛으로 반짝이는 이 큰 동산을 잠시 동안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비구니를 찾았다. 이때 모든 보배나무 아래 놓인 사자좌에 사자빈신 비구니가 두루 앉아 있음을 보았다. 더구나 사자좌의 주변에는, 한량없는 중생들이 비구니의 설법을 듣기 위해 둘러앉아 있었다. 그러나 앉아 있는 중생들은 사자좌마다 다르다. 어떤 사자좌에는 극히 보통의 남녀노소가 둘러앉아 있지만, 어떤 사자좌에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없는 형상을 한 자, 즉 야차의 무리, 건달바의 무리, 아수라의 무리, 마후라가의 무리, 제 10지의 보살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비구니는 각각의 사자좌에서, 각각의중생들에응하여, 각각에게 맞는 법을 차별하여 설하였다.
이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이 비구니의 전세의 선업 과보와, 세상에서 벗어난 착한 뿌리로 생기고,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선재는 깊이 감동하여 비구니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보살행에 대해 물었다. 비구니는 답하였다.
“착한 이여, 나는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얻었다.
이 지혜 광명문에 들어가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다. 이 지혜 광명은 한 생각에 삼세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춘다. 이 삼매로 인하여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얻게 되어, 여러 몸으로 바꾸어 시방세계, 모든 세계의 보살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공양을 하였다. 내가 이와 같이 여러 부처님과 보살에게 공양한 것을 아는 중생들은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착한 이여, 너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다만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알고 있을 뿐, 다른 선지식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험난이라는 국토에, 보장엄이라는 성이 있고, 거기에 바수밀다라는 여인이있으니, 그에게 가서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닦으면 좋을지를 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