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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와 승단, 율律에 대한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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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07년 06월 304호
좋은 일을 맞이할 때도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그래서 옛어른들께서 일 없음을누리라고 했나보다. 사람들은 안정과 평안을 추구하지만, 닥치는 상황은 불안정하고불안한경우가더많다.
우리 불교와 종단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해방 후 어렵게 일본불교를 몰아내고종단을 세웠다. 이 와중에 정화불사를 치렀으며, 교육제도를 정비해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가람을 다시 세우고 있다. 정화불사의 후유증으로 몇 차례 종권을 둘러싼 사태를 치르기도 했다. 일제가
우리를 식민지로 지배한 때로부터의 불교현대사를 보면, 지금은 꽤 안정기이며도약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불교의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제대로 놓고 있는지 늘 묻지 않을수없다.
불교는 지금, 언제나 그랬듯이 변화의한가운데에 있다. 아니 변화를 요구받고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자본주의화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가고, 집단의식보다는개인적인 가치의 구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로의 변화 와중에 있다. 사회·경제·정치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문제들이 예전에는 불교 밖에서만 제기되어 왔는데, 이제는 안팎에서 동시에 제기
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찰 노동조합,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소수 성의문제 등이 최근 불교 안에서 제기되고 있는문제들이다.
문제는 풀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는고갯길 같은 것이다. 넘지 않으면 더 너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또한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것도 중요한 문제인데, 율律은 문제풀이의 결정적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셨을 당시 제정된 율은 매우 구체적인 상
황에서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그 율을 제정하게 된 배경을 드러내고 있어 2500여년이 지나서도 훌륭한 잣대가 되어준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지향점이 흐트러진 전환과 혼란의 시기에 율의 중요성은 더욱커지고있다.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의 바람직하지못한 관계를 금하는 규칙은 나아가 출가자와 권력자와의 관계를 경계하는 율의제정으로 이어졌는데, 다음과 같은 여덟가지의 위험성을 들고 있다. ▷왕비와의
불륜을 의심받는다. ▷궁녀가 임신했을경우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 ▷보물이없어졌을 경우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후궁의 비밀이 누설되었을 경우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 ▷왕과 왕자 사이의갈등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신하의 승진, 좌천에 말참견을 했다고 의심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군진의 이동에 관해서 말참견을 했다고 의심받을 가능성이 있다. ▷궁 안의 사치스러운 생활에젖어 타락할 가능성이 있다. (사사키 시즈카, 《출가, 세속의 번뇌를 놓다》, 민족사, 239-242)경론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사상적·철학적 원천이라면, 율은 구체적인생활의 지침이다. 출가수행자로서의 위의를 갖추게 하며, 불교의 영향력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과연 부처님의 제자다운 위의와 품격을 갖추었는지의심이 들 때가 많다. 속마음이야 겉으로드러나지 않으니 판단을 유보해야겠지
만, 복식과 음식, 행주좌와의 행동이 과연부처님제자다운가살피게된다.
우리의 식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학술발표회가 있었다. 4월 21일 열린 보조사상연구원에서 개최한 74차 학술발표회였는데, ‘청규에서의 육식과 채식의 문제’라는 주제의 발표였다. 동국대 강사인 신공 스님은 이 발표에서 부처님은 육식을 금하지 않았으나, 한국불교는 중국선종의 청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채식위주의 생활을 전통으로 이어왔다면서승가의 식생활문화를 제어할 관련 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신공 스님은“현실적으로 충분하고 적절한 음식을 섭취해야 하지만 종교적으로 불교는 불살생과 자비를 보편적 윤리로 삼으므로 육식의 금지는 당연하다”며“오늘날 승가의식생활문화는 현실ㆍ종교적 측면을 함께고려해개선돼야한다”고강조했다.
앞서 인용한《출가, 세속의 번뇌를 놓다》는 율 논의의 활성화를 자극하는 책으로써 주목된다. 일본 하나조노대학 교수인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지금부터의 불교가 바르게, 그리고 더 알차게발전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현대의 불교 출가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마땅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승은 붕괴합니다. …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승이 갖추어야 할모습을 신중히 생각해야만 하고, 또한 불교세계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율장의 본질을 널리 그리고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안되는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줄곧 강조하는 것은,승단은 일반사회와는 다른 독자적인 원리에 의해 구성, 운영되는‘섬’같은 집단이지만, 물질적 생활기반을 속세에 의지하므로 결코 사회와 동떨어진 무엇은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 당시에제정된 율도 이러한 상황을 늘 염두에 둔소산이라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범죄자, 부채자 등에 대해서는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속적인 범죄를 범했다고해서 불도수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자를 승단에 받아들이게 되면 승단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반영하는 규칙이 이것이다. 여기에도 승단과 사회와의 관계를 강하게 인식한 운영형태가보이고 있다.”《( 출가, 세속의 번뇌를 놓다》, 132)초기불교는 물질적 생활기반을 속세에의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사찰 내에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경영’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율이라는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출가…》의 저자는 불교 승단의 자활화라고 하는 것은 이제껏손대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라며 다음과같이 경고하고 있다. 율에 대한 관심을촉구하지않을수없다.
“설령 승단이 자활집단이 되었어도 율만 착실히 지키고 있으면, 사회상식에서일탈할 위험은 없다. 하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 일단 율 규제가 풀어지게 되면 석가모니의 이상과는 닮았어도 결코 닮지않은 기묘한 종교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