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인들이 하늘을 바라보는 때는 언제인가? 거개의 경우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어둠이 내린 도시는 흰 눈 덮인 풍경처럼 그제야 숨죽인다.
한낮의 번잡함을 덮어버린 어둠, 그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도심의 낮 하늘엔 여유가 없고, 그 하늘 아래서오가는 이들의 마음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늘을 향해 말을 붙이는 이 또한 드물다. 많은 이들이 해가 진 후에야 어둔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내쉰다. 하늘을 보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건만, 그 마음은 어느새 별을 보는 마음으로 바뀌고 만다. 그렇다면 별은 어둠속에서만 조우할 수 있는가? 태양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별임에도 불구하고, 두 눈으로 마주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불덩어리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낮 동안엔볼 수 없는 큰 별이 태양이다. 해가 지고 나면 도시의 밤거리는 어디나 싸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번쩍이는
네온사인의 부산함도 허한 마음을 채우기엔 역부족. LA의 생경한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새내기 여행자에게는더더욱 그렇다. 곧고 넓은 길만큼 공허하고, 질주하는 자동차들처럼 속절없는 것이 도시의 길이다. 검은 아스팔트와 회색의 보도블록, 잡풀 한포기 뿌리를 내리지 못할만큼 빽빽한 시멘트 덩어리의 집합체. 오늘도 그 도심의밤길을 걷는다. 한낮의 분주함으로 가득했던 길은 퇴근길을 재촉하는 이들의 발길로 채워진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이이들은 오늘 어떤 회색덩어리 위를 딛고 다녔을까? 고단한 걸음이 속도를 내며 딱딱한 길 위를 달린다.
따뜻하고푹신한집을향하여…….발걸음을쫓다가도시인들의고단함을달래주는것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도심의 시멘트 거리 위에내려앉은 수많은 별들이었다.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별
들이 밤이 되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조금 천천히달리라고 말한다.‘ 저를 보며 걸어요!’라고 하며, 별들이반짝이며 길 위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을 머금은 속삭임들이 보도블록을 수놓는다. 시멘트반죽에 섞여 있던 금빛 가루들이 사막의 밤거리를 장식
하는 것이다. 별빛 위를 걷는 사람들, 이이들은 발밑에채이는 별들을 알아보며 걷고 있을까? 이 고운 빛들이도시의 길을 수놓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별들의기다림을 챙겨보는 이 몇일까? 언젠가 시멘트 길 위에똑! 떨어진꽃봉오리를보며, 걸음을멈추었던것처럼오늘도 걸음을 멈춘다. 찬 바닥에 피어난 무수한 별들을 바라본다. 지상에 뿌려진 별들은 별빛을 보는 자들의 것이
며, 그 빛을 콘크리트 반죽에 섞어놓은 자들의 선물이다.
달빛에 빛나는 모래 먼지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별빛 가루를 바라본다. 꽃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이제는 밤거리를 걷는 것이 조금이나마 운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대들은 참 고운 밤거리를가지고있었구려!’
집을 향하는 시간, 스승으로부터 전해받은 어느 자연주의자의 충고를 떠올린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발밑의 땅을 느껴라. 농장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몸을 움직여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우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웃음을 찾으라. 모든 것 속에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세상의 모든것에애정을가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