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가야산의 무분별한 개발과 총무원의 역할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해인리포트
2007년 05월 303호
산은 마음과 몸을 닦는 도량道場이다.
불교에서는 특히 출가를 입산入山이라고한다. 산에 들어간다는 말이 곧 상구보리上求菩提하화중생下化衆生하겠다는 큰서원을 세워 사찰에 들어가 수행한다는의미이니, 수행자에게산은온삶이다.
불교에서만 유독 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여타의 종교와 사상에서는 산을 신성한 곳으로 여겨 예배하듯 섬긴다. 금장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도“전통사회에서 산은 우리의 삶의 고향일뿐만 아니라 학문의 산실이었으며 사상의 고향이기도 하였다”며산을우리전통사상의고향으로바라본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산은 풍광이 수려한 관광지와 오락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도로와 골프장, 호텔 등이 산을 갉아먹고있다. 마치 버짐 핀 얼굴처럼 보기에 안쓰럽다. 지금 몸살을 앓고 있는 산이 한둘이 아니겠으나, 충남 서산 가야산도 벌건 속살이 파헤쳐지고 있다. 보다 못한스님들이 가야산 속에 천막을 치고 산을지키기위한기도정진에들어갔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과 해미면, 예산군덕산면에 걸쳐 있는 가야산은 해발677.7m로 큰 산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서해 바다를 인접한 지역에서는 큰 산으로 꼽힌다. 수덕사도 가야산에 있다. 가
야산은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금북정맥의 최고봉인 가야산은 다른 어떤 자연공원보다 많은 곤충들이 서식한다. 충청남도 환경보전 종합대책 기본계획(2001년)에 따르면 딱정벌레목과 나비목, 메뚜기목, 노린재목, 사마귀목 등 모두 326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
으로 조사됐다. 계룡산국립공원보다 2.5배나 되는 식생을 자랑한다.”(대전일보2006.12.12)
뿐만 아니라, 국보 84호 마애삼존불,개심사, 보원사지와 100개의 보원사 산내암자터, 백제부흥운동을 일으킨 산성등 문화유산의 자취가 서리지 않은 곳이없을 정도로 보고寶庫로 불린다. 사적
316호로 지정된 보원사지는 신라 말 고려 초에 세워진 사찰로 강당사講堂寺로불리기도 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보원사의 창건 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 사이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백제의 금동여래입상이발견되어 백제 때의 절일 가능성도 있다.
법인국사보승탑비에 승려 1,000여명이머물렀다는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당시엔매우 큰 절이었음을 짐작할수 있다. 보원사지 석조(보물 제102호)·당간지주(보물 제103호)·오층석탑(보물 제104
호)·법인국사보승탑(보물 제105호) 등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가까이에 서산마애삼존불을 비롯해 불교유적이 집중분포하고 있어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유적이다.
충남도는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고 있고, 한국전력은 고압송전철탑을 세우고 있다. 자연생태와 문화유적을보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도먼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도가 가야산 관통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가야산과 해미읍성 등을 포함하는 내포문화권 개발사업의 하나. 그러나 언론들은“백제 천년의 미소가 살아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가 인근에 설치되는송전탑과 무리한 도로 공사로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서산
지역 송전선로 가설공사를 벌이면서 가야산 산줄기를 따라 대형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 또 충남도와 서산시는 가야산을관통하는 도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마애삼존불과 발굴작업 중인 보원사지 등 백제불교문화유적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불교포커스 3. 13) 지역주민들과 가야산 인근의 사찰에서는‘가야산 시민연대’를 만들어 가야산을 보존하면서 개발해야한다는운동을벌이고있다.
지난 3월 20일부터 산 정상 부근에 천막을 치고 기도 중인 선광 스님은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개탄했다. “가야산 일대는 백제시대부터 108개의 사찰이 있던곳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산에 들어가 보면 발을 딛는 곳마다 유적지가 아닌 곳이없지요. 경주 남산이 신라문화의 보고라면, 가야산은 백제 문화의 생생한 현장이지요. 보원사지도 10년 계획으로 발굴된지 이제 1년밖에 안 됐어요. 10분 먼저가자고 천혜의 계곡을 파헤쳐 도로를 뚫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발굴 중인 사
적지 가운데로 도로를 뚫고, 국내 최고의보물인 마애삼존불 옆으로 터널 공사를한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한겨레3. 24)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도록막아내는 일이 지금은 시급하다. 지역주민과 스님들의 활동에 동참하고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일 속에서 몇 가지 제도적인 문제점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보완하는 작업도간과해서는안된다.첫째, 법의 맹점을 이용해 개발 사업이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을 보완해야 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구역500m를 벗어나면 어떠한 개발이라도막을 장치가 없다. 따라서 전통사찰 인근을 문화유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토록 해야 한다. 전통사찰보존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문화유산보호구역을 설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개발을 우선시하므로 이 구역 설정을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총무원은 현황을 파악하고, 구역 설정을 위한 실질적인방법을 개발해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일선 사찰에도 지침을 시달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보존법은 우리의 수행환경을 지키고 자연생태를 지킬수 있는 유용한 장치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둘째, 문화재 또는 전통사찰보존법, 자연공원법 등 관련법에‘경관’개념을 도입해야한다. 몇m내에서의개발을제한하는 것은 문화재와 함께 개인의 재산권도 보호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규정이다. 따라서 그 지점을 벗어나면 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개발자들은 악용하고 있다. 이번 가야산 송전철탑 공사도 개심사 등 전통사찰과 문화재 구역으로부터500m를 벗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국전력측의 변명이다. 그러므로 관
련법에 경관 개념을 들여와 경관 파괴를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경관에 대한 연구는 심미적·심리적 차원을넘어계량화하는단계까지와있다.
이런 일들을 일선의 사찰에서 해내기에는 쉽지 않다. 당연히 총무원의 몫일수밖에 없다. 이번 가야산 개발 문제를계기로 삼아 관련 연구자들의 의견을 듣고 불교계의 대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
하고법개정에나서야한다.
이같은노력은사찰의수행환경을지키는 효과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 단초가 될 수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기여하는
바가클것이다. 아울러산이지니는심미적·정신적 가치를 되살리는 문명사적인의미도 다시 복원하는 불사가 될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일은불교의책임이며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