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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정진 상징의 물고기, 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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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악산책 - 이미향 2007년 05월 303호
하이얀 목련이 혼신을 다해 뚝뚝 떨어지던 날, 그 옆종각에선 꽃잎의 죽음을 슬퍼하듯 목어를 치는 소리가이별노래처럼 뚜덩뚜덩 울리고 있다. 주먹만하게 툭 튀어나온 두 눈, 거침없이 옆으로 흘러내린 긴 수염, 겹겹이 비늘로 둘러져 있는 목어가 금방이라도 저 넓은 바다로 강으로 헤엄쳐 들어갈 것만 같다. 허공에 매달린 형형색색의 비늘이 태양빛에 더욱 화려한 것은 바다가 그
리워서인가.
작은 사찰에서는 종각에 범종만 덩그렇게 걸려 있지만 큰 사찰에는 범종뿐만이 아니라 법고, 목어, 운판 등사물이 서로를 의지하고 오붓하게 걸려 있다. 큰 사찰에서 목어와 운판을 처음 본 사람은 그 모습이 낯설고 이름도 생소할 것이다. 범종이나 법고에 비하면 목어와 운판은가장알려지지않은낯선이방인이다.목어木魚는 잉어 모양으로 깎은 나무통이다. 아래를파서 공명통을 만들고 이를 대에 높이 걸어놓고 막대기둘을 공명통 속으로 집어넣고 친다. 그 소리는 목탁과같지만 목탁과 같은 청아한 소리가 아니고 장중한 소리를낸다.
일본에도 목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목어와 같은 악기는 없고 다만 우리나라의 목탁으로 생각하면 된다. 한문으로는 목어木魚라고 쓰고‘모꾸교’라 읽는다.같은 한자를 쓰지만 크기나 모양이나 연주방법은 전혀다르다. 일본의 목어는 보통 독경이나 염불을 할 때, 끝수행정진 상징의 물고기, 목어이 가죽이나 천으로 둘러싸인 목탁채로 두드리면서 연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목탁을 손으로 들고 치지만 일본에서는 바닥에 놓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다. 크기는우리의 목탁보다 훨씬 커서 혼자서 들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목탁도 있다. 같은 모양의 악기라 하더라도 그 명
칭이나 치는 방법이 이렇게 확연히 다름은 역시 문화 차이에서오는것이리라.
목어는 목탁을 확대한 것이고 운판은 요령을 확대한것이라 한다. 목어가 목탁을 확대한 것이라 한다면 큰목탁이라 이를 것이지 어찌하여 목어라 이르는 것인가?
물론 그 모습이 잉어 모양으로 되었으니 목어라 이르는것이겠지만어찌하여잉어모습을하는것인가.
물고기는 쉬임 없이 불철주야 정진하는 수행자의 상징이다. 언제부터 물고기의 그러한 상징성이 수용되어오늘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으나 모든 생명의 해탈과 구원을 위해 오늘도 목어는 그 맑은 소리로 우리들의 마음을다스려주고있다.
물고기 형태의 악기나 문양을 비단 목어에서만 보는것이 아니다. 영산재나 수륙재와 같은 큰 의식에서는 소매가 긴 장삼에 양손에 연꽃을 들고 나비춤을 춘다. 나비춤을 출 때는 머리에 산 모양의 큰 고깔을 쓰는데 여기에 물고기를 그려 넣은 지역이 있다. 또 불교의식악을주도하는 스님 가운데 범패를 가장 잘 부르는 스님을 어장이라한다든지범패를다른이름으로‘어산’이라한다
든지… 이렇듯 불교와 물고기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갖고 지금도 저 종각 안에서 청아한 수행자의 모습으로우리를제도하고있다.
목어의 모양도 여러 가지다. 어떤 목어는 머리 부분이용의 형상을 띠고 있으며 크게 벌린 입에는 금방이라도내어줄 것처럼 빠알간 여의주를 물고 있다. 또 아가미와지느러미를 제대로 갖춘 잉어 모양의 목어도 있다. 사찰마다그모양과색깔이각각독특한형태를띤다.
목어와 같은 구조의 악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아, 그 가운데에서도 파퓨아뉴기니아의 원주민인 이아토이 부족도 우리의 목어와 비슷한‘스미sumi’라고 불리는 악기를 연주한다. ‘스미’는 나뭇결이 단단한 통나무의 가운데 부분을 부분에 따라 두께를 달리해서 파내고 길이가 제법 긴 나무채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다듬질
하듯이 친다. 때리는 장소에 따라 높고 낮은 소리가 나며 그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만큼우렁차고 경쾌하다. 목어가 파인 통나무 안에다 막대기를 집어넣고 치므로 그 소리가 작은 것에 반해‘스미’는파인 겉을 때려서 연주하므로 그 소리의 차이가 확연해지는 것이다. ‘스미’는 연주뿐만 아니라 신호용으로도사용되는데 예전에 우리의 목어 또한 그 기능을 가지고있었다.
목어에서 나는 소리는 화려한 색채의 외양과는 달리소박하기 그지없다. 투박한 자연 그대로의 소리이며 구성지다. 리듬 또한 간단명료하며 연주 방법이 단순한 것이 누구나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연못의 물고기처럼 말이라도걸어보고싶은것처럼스스럼없이다가갈수있다.
목어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여미게한다.
옛날 어느 절의 큰스님 화상에 많은 제자들이 열심히수행정진하고 있었는데 유독 한 제자만이 스승의 가르침에 반하고 계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였다.
그가 몹쓸 병에 걸려 죽은 후 물고기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것도 뿌리를 내린 커다란 나무를 등에 지고 헤엄쳐야만 하는 물고기가 된 것이다. 파도가 치면 등의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몸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떨어지고 눈에서는 고통의 피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어느 날 스승이 타고 가는 뱃전에 머리를 들이대고 슬피울었다. 스승이 그의 전생을 살펴본즉 제자였음을 알고불쌍히 여겨 수륙재를 지내주어 물고기의 몸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제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스승의 꿈속에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등에 솟아난 나무를베어 제 몸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서 나무막대로 때려주십시오. 그리고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전
해주어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해주십시오. 만일 강이나바다에 사는 뭇 생물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해탈할 수있을 것입니다. 스승이 그의 말을 따라 물고기 모양의악기를 만들고 소리를 내게 하여 수행자들에게 더욱 정진하도록하였다는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