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불사, 전통의계승과 새로운창조 이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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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07년 04월 302호
최근 서울의 화계사와 봉은사의 가람불사 계획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불사가 아닌, 관련된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경험 많은 이들이함께 참여하여 넓은 안목으로 계획하는
불사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끈다. 생태적이며 전통적인 공간 배치를 고민하고있다고한다.
봉은사는 지난 3월 20일 기자회견을통해 불사 계획을 발표했는데,“ 봉은사를다녀간 사람의 꿈에서도 봉은사가 나타날 정도의 아름다운 절로 가꾸고 싶다”는것이 주지 명진 스님의 구상이다. 꿈에서도 보고 싶은 아름다운 봉은사! 선종수사찰, 전통사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
게끔 가람을 정비한다는 것이다. 오래도록많은사람이기대해왔던그림이다.
“봉은사는 도시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신축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현재도량은‘선종수사찰’이라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고, 또한 서울의 대표적 도심사찰로서도 그 기능과 역할을 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가람 정비를 계획한 배경이다. 지금 봉은사는 선종수사찰,
전통사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일주문 왼쪽에 있는 3천평 정도 되는 너른 터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들의 어수선한 모습이눈에먼저들어온다.
봉은사의 구상은 이 터를 지상과 지하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즉, ▷지상공간은짜임새 있는 가람 배치를 통해 삼보사찰에서 볼 수 있는 전통사찰의 외양으로 복원 ▷또한 신라-고려-조선시대 등 각 시대의 특징과 전통을 계승한 정원 조성▷소나무숲과 산책로를 조성하여 시민들
에게 휴식처로 제공 ▷이 같은 환경과 선종수사찰의 전통을 살려 시민을 위한 참선수행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지하공간은 ▷지상의 전통가람과 대비되는 신행과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전통문화센터로 만든다. 5천 명 이상이 법회를 봉행할 수 있는 규모다. ▷봉은사와 인연이있는 세계적인 예술가 윤이상·백남준선생의 기념공간도 만든다. 내외국인들에게 명소가 되도록 가꿔간다는 방침이다. ▷지하 2~5층은 1천대 수용 규모의주차장으로조성한다.
화계사는 공식적으로 불사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그 밑그림이 전해졌다. 화계사 일주문을 지나면 나오는 왼쪽의 숲을 그대로 활용해 명상의 숲으로 만든다는 것이 눈에띈다. 대웅전 앞에 들어선 5층짜리 콘크리트 건물과 동국대에 재학 중인 스님들
의 기숙사로 쓰이고 있는 백상원 건물도철거해 전통가람의 외양으로 일신한다는것이 골자다. 그 근저에는 화계사 전체가자연과 어우러지도록 하는 생태적인 관점이 깔려 있다. 주지 수경 스님이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가람불사의 전형을 보여줄것으로기대하고있다.
지난 3월 22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주최해 열린‘규제 위주의 사찰법령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의 사찰경영연구 3차세미나에서 관련 법의 문제가 제기됐다.이날 발제를 맡은 종단 법무팀장 김봉석변호사는 전통사찰보존법, 개발제한구역법, 국토이용법, 산지관리법,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농지법, 종합부동산세법등이 사찰의 건축 불사를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이런 법들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는전통사찰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
에서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전통사찰의 건축물 등에 대한 증축 행위는 연면적의 2배 범위 내에서 증축행위가 가능하나, 이는 동일 대지 위에서 사실상 1회의 행위 허가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실제 전통사찰의 규모, 주5일제로 인한 도시민의 정신적 수행처 및 템플스테
이 등 사회적 수요에 비하면 너무도 미흡한수준에불과하다.”
관련 법에 따라 신축은 물론 증개축이제한되다보니 불법건축물이 양산되고있다. 김 변호사가 자료에서 밝힌 서울시내에 있는 5개 사찰의 불법건축물 면적은 1,200평을 넘는다. 어느 사찰의 경우법에서 허용한 건축면적보다 불법건축물의 평수가 더 많다. 불법건축이다보니대부분 전통사찰의 존엄을 해치는 철제또는 콘크리트 건조물들이다. 흉물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매년 이런 불법건축물에 대해 벌금을 내라고 관할 구청에서는독촉한다. 미관을 해치는 건조물이어서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면목 없고, 벌금을내라는압박까지받고있는실정이다.
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정하는 노력과 함께 불교 내의 반성이 있지 않으면안 된다. 그 동안 우리 불교의 많은 사찰은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건축불사를 진행하면서 원형을 찾지도 않은 채 조급하게 필요시설을 확장하는 쪽으로만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불법건축물이 경내에들어서서 경관을 그르쳤다. 나아가 건축불사를 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했다는비판에직면하기도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건축사 김용미씨는이런 행태에 대해 아프게 질타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스님들이 불사를 잘 한다고 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불사의 방향이 얼마나 다른지 법령개정추진위에참여하면서 많이 느꼈다. 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사찰이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데, 그 취지에 맞게 활용, 보존되었는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모두들 근대화 과정에서 사찰이 훼손됐다고 한다. 왜 훼손되었을까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도대체 새로운 창조가 없었다. 근대화 과정을 겪어오면서 받았던 문화유산마저도 가꾸지 못하고 파괴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반성이있어야한다.”
김씨는 또 전통사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통사찰 통합관리법으로 개정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아름다운 사찰을 가꾸는데 장애가 되는법을 거둬달라고 해야 한다. 옛날의 아름다운 사찰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해야 호응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광의의 복원, 즉 전통가람양식을 따른다면 복원으로 인정해 신축을허용해야한다는점도강조했다.
김용미씨는 이날 토론에서 줄곧 전통공간의 보존과 현대적 창조를 강조했다.“전통사찰 내에 현대적 기능을 담으려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 만드는 사찰은 전통사찰의 자리를 피해서 다시 창조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간이 쌓이면서 21세기의 사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있었던 자리에 콘크리트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 스님들이 시민들을등 돌리게 한 원인이다. 새로운 창조는새로운 장소에서 해야 한다.…전통사찰내부에 큰 법회 공간을 지어야겠다는 생
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시간의 켜를 그대로 간직하고, 새 공간은 전통공간에서비껴난 다른 곳에 지어 새로운 21세기문화공간을창조해야한다.”어느 분야이든지 그렇겠지만, 가람불사에 있어서만큼은 전통의 계승과새로운 창조, 이것이 주제어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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