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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나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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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7년 02월 300호
절집을 찾아다니는 데에는 두 가지 기쁨이 있다. 하나는 내 마음이 가득 차는 평온을 맛보는 기쁨이요, 또 하나는 세 치 혀를 만족시키는‘맛’의 기쁨이다. 절을 하고 나오면 내 마음이 감사함으로 가득 차서 물한 모금도 평소보다 달게 느껴지니 무엇을 먹든지 맛있긴 하다. 그렇지
만절이 있는곳은 대개물과 기운이 깨끗하여 게서 비롯되는 맛 또한 훌륭한 것 은 아닐까생각한다.

청량사의 공양

여름휴가로 안동에 내려갔을 때의일이다. 낙동강 물줄기를 끼고 있는고택에서 잠을 잤는데, 거기가 바로봉화와의 경계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주인장과 조반을 들고 나니 봉화 경계를 넘자마자 있는 청량산에오르라 권하셨다.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를 염두에 두고 산을 올랐다. 넘
치게 먹었다 싶었던 아침밥이 이삼십 분 만에 소화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청량사에 이르러 경내를 둘러보고 대웅전에서 108배를 하니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해우소나 들렀다 내려가려고 지나는 보살님께

“해우소가 어데 있어요?”

여쭸는데,

“ 해우소는 저기고, 들렀다가 공양 들고 가요”

하셨다. 공양시간이 되었으니 빈속으로 길 떠나지 말라며 흔쾌히 권하셨다. 공양을 얻어먹으러 뒤뜰로 돌아갔는데, 맛있는 산채랑 밥이랑 된장국이 넉넉히차려져 있었다. 양껏 덜어서 썩썩 비
벼먹는데, 그 맛이… 아직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인다. 산에 가득한여름 햇살을 등지고 앉아 맑아진 마음으로먹는밥은그야말로꿀맛!

송광사 앞에서 먹은 녹두전

지난 연말, 광주에서 벌교까지 차를 몰고 갈 일이 있었다. 예정보다
늦게 출발을 한 탓에 벌교가 아직 멀었는데 날이 지기 시작했다. 깜깜한 국도에다 배는 고프고… 고민 끝에 송광사 앞으로 차를 돌렸다. 바람 부는 12월의 마지막 주, 그것도 평일의
청량사나물밥 늦은 저녁에 도착한 절 앞은 썰렁했다. 문을 연 밥집이나 있을까 걱정하며 살살 걷다보니 불빛이 보였다.‘금광식당’이라고, 주인장 가족끼리앉아 도란도란하시는 모습이 정다웠
다.

“식사할 수 있나요?”
여쭈며 드르륵 문을 열었다. 마지막 손님상까지 정리를 싹 마치고 9시 뉴스를 기다리고들 계시는 분위기. 솔직히 또상을 차려 달라 여쭙기도 죄송했다. 흔쾌히 맞아 주신 주인 할머님(이시
리라 짐작)을 믿고 따땃~한 자리에앉았다. 주문한 녹두전이 자글거리며 상에 올랐고. 으아! 바삭하고도노랗게 지져 낸 녹두전은 입에 넣자마자 온기를 뿜어냈다.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며 촉촉하게 넘어가는 갖은 재료들이 톡 찍은 간장에 어울려 나를 행복하게 했다. 작은 냄비 뚜껑만한 녹두전이 두 장이나 나왔는데 두 사람이서 정말 순식간에(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다고 강조하며)
해치웠다. 이어 산채와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차린 진지를 먹고 일어나는데, 혹시 민박도 하시는지 여쭙게 되었다. 바닥이 따끈한 방이 있다고 하셔서 얼른 차에서 짐을 내리고 묵어가기로 했고. 애초에 벌교까지 그 밤으로 달리기로 했던 계획은 고쳐버렸다. 노란 녹두전의 온기가 온 몸
에 퍼져 나른하고도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송광사 대웅전에서 108배를 드리고 나오다가 월탄 스님을뵐수있었다.

길상사의 차 한 잔

전국 각지에 있는 좋은 절마다 매일 가고픈 욕심이 있다. 마음의 노폐물을 싹 비우고 단 물을 마시고 소박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싶은 욕심이일상 가운데 문득 든다. 특히 지하철창가에 기대어 가다 잠깐 보이는 한강에 해가 질 때, 사람 마음의 문제로 상처를 받았을 때, 일이 밀려 골
이 터질 것 같을 때 그렇다. 그럴 때마다 눈 감았다 뜨면 해인사에, 대흥사에 짠-하고 갈 수 있다면? 꿈 같은얘기다. 그래도 나는 서울에 사니까길상사에 가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시인과 그의 연인과도 관련이 있어 종교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애착이 깊은 절. 아담하고 예쁜 절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다. 지지고 볶는 서울생활에도 맘만 먹으면 삼십여 분만에 오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극락전에 좌복을 깔고 앉아 한참을 있으면 머릿속 연기가 조금씩 걷힌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있는 다실에서 차가운 매실차나 따뜻한 대추차를 한 잔 마신다. 선 수련을 위해 하
루나 이틀을 자면 들깨죽처럼 맛있는 아침공양도 맛볼 수 있지만 일에치여 있다가 후다닥 달려간 어느 오후에 맛보는 대추차도 그에 못지 않게 달다. 불편 불안한 마음으로 먹으면 산해진미도 명치 끝에 걸려 체하고 마는 나에게 절에서, 절 앞에서,절을 하고 먹는 밥은 최선最善의 미
식美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