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산사에서 난생 처음 맞는 새벽 정경은 두고두고 가슴을 울린다. 바로 법열의 체험이다. 종루에 걸려 있는 법고가 산사의 적막을 깨고 울리는 데서 그 체험은 시작된다. 법고는 부처님의 귀한 말씀이고 이 말씀이 제일먼저세상을열기때문이다.
이 법고 소리를 위해 스님들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다.
새벽은 적막공산이다. 노전스님의 목탁 한 망치에 겨울산사가 첫기침을 하고, 대중방은 차례차례 등불이 켜지면서 스님들은 아침 예불 준비에 분주해진다. 대중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더듬더듬 본당으로 걸음을 재촉할 즈음, 종루에는 스님이 깊은 심호흡으로 바람을 멈춰 세우고 채를 들어 능숙한 솜씨로 심心자를 그리며 법고를내려치는것이다.
‘법열의 체험’은 노전스님의 목탁소리에 이어 아침종성이 울리고 법고 소리로 세상을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법열의 체험은 법당의 다게, 헌향진언, 칠정례의 예불문 봉독과 같은 대중의 청아한 염불소리에까지 이어진다. 이 체험이 내가 끝까지 불자로 남아 불교음악을연구하는계기가되었다.
부처님의 말씀, 법고 나는 지금도 산사에서 새벽바람을 치는 법고 소리가 해탈의 바다를 열어주는 법의 소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법고라는 이름이 지닌 깊은 뜻을 되새기게 되고 새
삼 종루에 걸린 사물, 즉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다시 보게되는것이다.
장구, 북, 징, 쇠로 편성된‘사물놀이’가 유행이어서 사물이란 말이 농악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그말은사찰의종루에걸린사물에서나왔다.사물은 큰 사찰의 종루 안에 사이 좋게 걸려 있는 이 4종의 악기를 가리킨다. 영산재나 생전예수재, 49재와 같은 법회를 행할 때 종루에 걸린 큰 악기를 쓰기 불편하니 이를 보다 작게 만든 법고, 당종, 목탁, 태징 등을 쓰
게 되는데, 이를 또 사물이라 하였다. 종루에 걸린 큰 악기는 대사물大四物, 법회에 쓰는 작은 악기를 소사물小四物이라이른다.
농악에서는 스님들이 항간에 나가 시주를 걷기 위하여‘절걸립패’라는이름의농악대를고용하게되었는데 이 절 걸립패들이 불교의식을 알게 되면서 사물이란 말을그들의4가지타악기에붙이게된것이다. 1970년대에 농악의 네 악기를 실내에 앉아서 연주하는 공연단체가 절 걸립패에서 쓰던 사물이라는 말을 빌려‘사물놀이패’라 일렀다. 나중에는 이런 실내 소편성 타악공연방식을‘사물놀이’라이른것이다.
법고는 아침 예불에서 치는 것만은 아니다. 영산재와 같은 큰 법회 도량에서 춤을 추면서 치기도 하고 각종 작법의 반주로 치기도 한다. 이 중 영산재와 같은 큰 법회 도량에서 춤출 때 치는 북을 홍고북이라 하는데 이북을 치면서 추는 춤을‘법고춤’이라 한다. 세속에서도 이를 따라 여러 가지 법고춤이 생기게 되었다. 그 대표 적인것이승무마지막에추는‘법고춤’이다.
그러나 승무의 법고춤은 사찰의 법회 도량에서 추는 법고춤과 다르다. 승무는 민간인들의 흥을 위해 추는 춤이라‘덩 엉 더, 궁 덕 궁’하고 자진모리 북 가락에 흐늘어진흥겨운춤가락이다.
도량에서 치는 법고는 신성한 의식의 춤가락이다.‘ 둥더, 둥 더’하고 신비한 북 가락을 치다가‘드르르르륵’하고 법고의 가장자리인 변죽을 긁는다. 장엄한 북 가락에 어울리는 법열의작법이다.
둥-둥-딱-딱-. 느린 템포로 첫 번째 마음을 다스리는 법문이 시작된다. 둥둥딱딱 둥둥딱딱 템포가 빨라지면 모든 장애를 벗어나 오직 한 길, 한 깨달음을 향한 수행자의 열정이 고조된다. 둥딱둥딱 둥딱둥딱. 이제 수행의길 끝 목에서 곧 극락으로 난 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법고가 시작된 본래 자리, 둥-둥-딱-딱- 첫 느린 템포로의 회향이다. 마지막으로 드르르르륵. 북의 가장자리인 변죽을 긁고 딱 하고 힘차게 치면 법고의 수행이야기가 끝이난다.
법고는 스님 한분이 연주할때도있으나 네분의 스님들이 함께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연주에 임한 스님의 뜻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연주함은 물론이다. 정렬한 스님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본인의 깨달음은 물론이요 중생의 해탈을 향한일념으로 가득차있다.
그렇다! 궁중 춤 반주로 연주되는 북을‘좌고’, 대취타 행진음악에 연주되는 북을‘용고’, 농군의 상사소리 반주로 치는 북을‘못방고’라고 하는데‘법고’라는 이름은 특별나다. 바로 부처님의 귀한 말씀으로 세상을 처음 열고중생해탈을 제도하는 법문이라는 뜻이아닌가.
나는 오늘도 법고소리를 들으면서 불교음악 연구로 지친마음을다스린다.
법고는 악기 가운데 가장 자연의 소리에 가깝다. 축생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울린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연주는 북의 중간과 가장자리를 적절히 섞어가며 친다. 한번 친 자리에 중복하여 치게 되면 진동을 방해하여 좋은 소리를 얻지 못하므로 북의 중앙과 북 테의 1/2지점에서 친다. 양손을 위로 들었을 때 왼손 채와 오른손 채의 간격이 약 30cm 정도인 팔八자 모양이 기본자
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