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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살짝만웃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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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설세설山說世說 - 영덕 2007년 02월 300호
판화 - 강행복 ‘사소한 일상과 타협하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렇게 맹렬하게 살게 하십시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죽어도 퇴전하지 않는 삶. 자신을 향한 신뢰를 잃지 않기를.’새벽예불에서 돌아온 후 좌선시간 내내 들떠 있었다. 며칠째 화두는 들리지않고 삭여지지 않는 상처에서 내뿜는 독기는 안으로 또다른 상처를 만들며. 끝없는 도전과 응전, 잃은 만큼 얻고 다시 얻은 만큼잃으며한판의대국對局이벌어진다. 그냥두고바라보자. 일어나는 생각을 알아차리면 곧 사라진 듯하나 다시 일어나는 업 파랑에 그대로 맡겨둔다. 풀로 진흙을 덮듯 쓸어 덮고 훌쩍 뛰어 초월해야 하련만 착한 곳으로 마음을 돌이키는일이이토록어려운것을보면나는참모진사람인가보다. 쉬고쉬어라수없이떠들던명제도경계에부딪혀산산조각이다. 이런 자신을 두고 누구를 가르치겠는가. 욕교여선자교欲敎餘先自敎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자기 자신을 가르치라 하였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마음을 밀어두고 누비를 뜬다. 한 땀 한 땀 바늘이 지나는 단순함 속에 깊은 고요가 있다. 들어오는 생각 들고 놓기를 하염없이 하다보니 한다는 마음조차허공같이비어무심해진다. 자기를비우는작업, 무기교의기교. 천연으로가는길은은둔과끈기가필요할 뿐 그 밖의 것은 다 군더더기일 뿐이다. 침묵 속에서 목도리 하나를 다 뜨고 나니 그토록 들끓던 번뇌
도쉬어진다.
‘학장스님, 너무 엄숙하지 마시고 조금 살짝만 웃어주세요.’그렇게 시작된 경상도 뉘앙스의 수더분한 말씀 속엔 자기 삶에 대한 철학과 사상 그리고 확신이 있었다. 겨울학기 삼일 특강은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호진浩眞스님,‘ 세상에 진리의 물결을 널리 펴는 이’라는 법명法名에 버금가도록 오랜 공부와 독서 그리고 사유로 인한 스님의 살림은 후학들의 목마른 심전心田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불교와 세계종교’라는 주제보다 진솔 담박한 인품의 향기에 취했다고 할까, 그보다 강의를 하는 자신이 열정과 재미가 있어야 남도 재밌고 기쁘게 가르칠 수 있음을 다시 느낀 시간이기도 하였다. 열심히 들어주는 스님들이 고마워서 슬며시 비켜 가시는 겸손사와 웃음 속에서 부드럽지만 강직한 내공을 느낀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하고말하는사람은알지못한다던가. 자신이모른다는사실을확실히아는사람은모르는것이아니며 모르는것조차모르는사람이아는척살아가는무지앞에서우리는좀더솔직해져야한다. 워낙책읽기를좋아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만 보지만 훌륭한 책 최고의 논문들을 보면 그런 사유를 하는 이들에 비하면 신통찮은 자신이 안타깝기도 하고, 안심입명安心立命의 대명제 앞에서 문득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솔직한 신앙고백은 절절한 우리들 모습이기도 하다.
자기고민을 철학화 종교화시켜 세상에 돌이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때 불완전하게나마해결하려는노력과 답도제시되는것. 어차피완벽한이론은없지만끝없이의문을 던져주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밖에서 오는 적은 막을 수 있으나 자체의 도그마에 빠져 재창조 되지못할 때 자멸이 있을 뿐.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가고 난 뒤의 남은 쭉정이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불교 내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어떻게 재충전할 것인가. 21C 현실적인 문제들을 불교사상과 연계시켜 합리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을때 불교 문화의 바이오 곡선을 상향선으로 돌려놓을 수 있으리. 다음 스승의 날에 꽃 한송이 꽂아드릴분이생긴것같아외롭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