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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한다면땅을디디고, 그렇지않다면네마음대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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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야기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07년 01월 299호
천산적설도 땅에서넘어진사람은땅을짚어야일어날수있는법이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노상 땅에 넘어진 우리는 허공의 부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것이다. 허공 중의 부처가 넘어진 중생을 어찌할 것이며, 또 시간 밖의 조사祖師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할수있겠는가.
일찍이 열반을 당하신 석가여래의 당부는 변하지 않는 진리에 의지하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라 하시길 간곡하기 말할 수 없었고, 여기의 조주 스님께선 땅을 딛고 일어서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다시한번당부하셨으니성현들의가르침은변하는바가없다.


올해는유난히한해를보내고맞는일이한가하다.
일 년 365일을 두고 어느 하루를 정해 시작과 끝을 두는 두 매듭 사이를 잇는 일이 매번 번거로워서야어찌하랴 싶다. 어느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익숙하지 않은 바느질거리를 손에 들고 짧아진 실에 긴 실을 잇는 것을 이제야 배웠다. 두 실 사이의 매듭에 크게 표나지 않게 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 실을 만지던둔한 손짓에 나도 모르게 풋-, 실소가 났다. 하면서 평범한 이 바느질일에도 매듭이 있는데, 짧아진 한 해에 다시 긴 일 년을 잇는 일도 어느 때가 되어서야 표나지 않고 매끄럽게 할 수 있으랴 하며 오늘도 한숨만길어진다.
한스님이조주스님께물었다.

“밝은달이공중에떠있을때, 방안의일은어떻습니까?”

스님께서대답하셨다.

“나는출가하고부터살궁리를해본적이없다.”
“그렇다면스님께서는금시(今時; 바로지금의경계)를위하신것이아닙니다.”
“내병도못고치면서어찌남의병을고치겠느냐?”
“제가의지할곳이없게되는건어찌합니까?”
“의지한다면땅을디디고, 의지하지않는다면동쪽이건서쪽이건네마음대로하여라.”

땅에서넘어진사람은땅을짚어야일어날수있는법이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노상 땅에 넘어진 우리는 허공의 부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허공중의부처가넘어진중생을어찌할것이며, 또시간밖의조사祖師는이들을위해무엇을할수있겠는가.일찍이 열반을 당하신 석가여래의 당부는 변하지 않는 진리에 의지하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라 하시길 간곡하기 말할 수 없었고, 여기의 조주 스님께선땅을 딛고 일어서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다시 한 번 당부하셨으니성현들의가르침은변하는바가없다.
땅에서넘어진사람은땅을짚어야일어날수있는법이다.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노상 땅에 넘어진 우리는 허공의 부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것이다. 허공 중의 부처가 넘어진 중생을 어찌할 것이며, 또 시간 밖의 조사祖師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할수있겠는가. 일찍이 열반을 당하신 석가여래의 당부는 변하지 않는 진리에 의지하고, 자기 자신에 의지하라 하시길 간곡하기 말할 수 없었고, 여기의 조주 스님께선 땅을 딛고 일어서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라고다시한번당부하셨으니성현들의가르침은변하는바가없다.
의지한다면땅을디디고,그렇지않다면네마음대로해라 길을 가는 사람에게 대신 그 길을 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 앞에 놓여진 길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다.
길의 좋고 나쁨, 좁고 넓은 것을 탓하기 전에 그 길을 즐겁게 갈 것인가, 혹은 힘들게 갈 것인가 역시 자신이택할 문제이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선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나그네를 그린 그림은 마음 깊은 곳의 향수와 외로움을 끌어올린다. 청나라 때 화가 화암(華;1682~1756)이 그린 천산적설도天山積雪圖에서한동안눈을떼지못했던것도그때문이아닐까생각된다.그림 안에는 길고 고된 길이 예정된 카라반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저 천산의 황무지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가 쫓는 것이 세상의 재보財寶라 하더라도 그 험한 길 위에 서 있는 용기에는 재보를 위해 용기를 냈다하여 천하다 여길 일도 아닌 것 같다. 눈 덮인 천산을 이미 뒤로 한 그의 앞에는 길도 없는 황무지가 또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그와 낙타는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눈길이 향한 것은 앞길이 아닌 뭔가 높은 곳이다. 내 눈을 같이 들어 하늘을 보니 그 설산 위에 기러기 한 마리가 날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 기러기가 향한 곳은 또 어디쯤일까. 미물의 무한한 자유로움이 어찌 그리 허전한지. 만년설이 가득한 그 산야에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겠으나 하늘은 이미 잿빛이고, 낙타의 누른 털색도 고단하게만 느껴진다.
화암은 청나라 중기에 활동하던 화가였다. 원래 복건성 상항上杭출신이었고,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북경을 여행하였고 이후 중년이 되어서는 예술가들이 정착하곤 했던항주와 양주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가 저 천산을 품고 있는 서북변방의 그 황량함과 쓸쓸함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길로 천년이 넘도록 물질과 정신이 동서로 오갔으니 붓을쥔사람들에게는그길이지닌일말의향수가있었으리라싶다.

《조주록》을 다시 펼쳐보니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며,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는 말씀이 다시 마음에 와 닿는다. 내가 바라던 것이 그 금부처인가 혹은 나무부처였던가. 눈앞의 부처를 부처로 삼고, 허공의 부처를 부여잡으려 하던 내 다급한 손이 참으로 무색해지는 말이 아닐수 없다. 이미 밖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무 것이나 부여잡고, 아무 말이나 귀에 담고, 무엇이든 입에 넣었으니 공부에있어 비공비색非空非色임을 입과 머리로 알았었던들 참으로 하릴없다.
일전에 내린 눈이 앞산을 덮고, 흰 눈을 입은 산 빛이 한 발자국성큼 눈앞에 다가서다가,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다시 주섬주섬 뒤로 물러선다. 일기에 따라 산의 풍성한 면목은 목전目前을 오가고서늘한 겨울바람 이마에 맞아볼까 마음으로 서너 번씩 그 산을 오르내리지만, 게으른 내 심사는 오늘도 따뜻한 방구들 지고 있는 폼새가더좋으니이를어찌하리오. 가가呵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