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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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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삼소 - 정영 2007년 01월 299호
혜총스님 1953년, 열한 살의 나이에 통도사에 찾아가니 자운 스님이 삼천 배를 하라고 했다. 죄도 없는데 왜 절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되돌아온 것은 묵묵부답. 밤을 새워 삼천 배를 하고 걷지도 못하고 기어서 나온 아침,자운스님이계를주셨다. 그렇게스님이되었다. 그리고그때부터사십년간자운스님을시봉했다.

“내가 어릴 때 개구쟁이였어요. 물고기나 뱀을 잡아서 가지고 놀다가 죽이고 잠자리 꼬리를 자르고 풀대를길게꽂아서날려보내면서손뼉을치며좋아했지.”

그때를 생각하면 삼천 배를 참 잘했구나 싶다. 부처님의 덕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개미를 밟아 죽이고꽃을 꺾다가 아무 죄의식 없이 생을 마감했을 것이니. 그러나 스님이 되어 참회하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스님은오늘날까지스스로도모르게짓게되는죄에대해매일백팔배로참회한다.

“고통을받는다는것은전생에업이많다는것인데, 그고통을알고전생에지은업을낱낱이참회하는마음
을 가지면 업장은 녹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참회함으로써 또 다시 반복해서 그런 업을 짓지 않게 되는 것이고.”

스님은 지난해 11월에 조계종 중앙종회의 만장일치로 제5대 포교원장으로 선출됐다. 오래 전부터 포교에깊은관심과뜻을두고행했으니스님이걸어가는길에마련된자리다. 특히어린이포교에가장처음발을들일정도로애정을쏟는것에는스님이동진출가한이유도있다.

“내가 어려서 출가해 보니 어릴 때 심어진 사상이 늙어서까지 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부처님 품안에들면그만큼일찍깨달아요. 처음부터옳은길로가라는것이지.”

현재 대한불교 어린이지도자연합회 총재직을 맡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를 교육시키는기관으로매해천오백명이교육을받고있다. 그중에는스님도있고재가자들도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불국토 대표 이사, 용호종합사회복지관장, 부산불교사회복지청소년기관협의회장, 대한불교사회복지연구원장 등의 직책을 맡아 복지포교에도 큰 뜻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주는 기쁨을제대로알았던것은아니다.
70년대 초에 복지관을 다니면서 많은 자원봉사를 할 때였다. 한국뇌성아동복지회 이사직을 맡고 있던 터라뇌성마비 아동들에게 신도들과 함께 옷과 음식들을 싸가지고 가곤 했다. 정월 초하루에 찾아가 함께 떡국을끓여서 먹게 됐는데 뇌성마비 아이들은 손발이 뒤틀리고 덜덜 떨리니 떨어뜨리는 게 반이었고 침을 질질 흘렸다. 그러면서 대소변을 보는데 손이 틀어지니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 옆에서 밥을 먹던 스님은 더럽다는 생각에 왈칵 토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위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일 한답시고 대접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생색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던가 싶었다. 진정한 부처님의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들과 하나가 되지 않으면 나눌수없다는것을.

“만약에내아들딸이었다면토했겠어요? 그런아버지가있겠어요? 만약에내가그런불구의몸으로태어났
다면 내 밥을 먹고 내 똥을 누면서 토했겠어요? 부처님이 그 자리에 왔다면 토했겠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내가위선자라는생각이들었지.”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부모가 자식과 한마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사랑을할 때 네 마음과 내 마음이 따로 있지 않은 것처럼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래야 서로가재미있고행복하다는것을알았다. 그래야오래도록사랑할수있다는것도.

“이 세상에 기쁨은 두 가지밖에 없어요. 받는 기쁨과 주는 기쁨. 그 중에서도 주는 기쁨을 위주로 하는 게 불가에서하는일인데끊임없이노력해야지요. 그것이수행이죠.”

사랑하는법을제대로배웠던것은자운스님의말씀으로인해서였다. 어려서노스님께글을배울때였는데
노스님은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다. 노스님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씨가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어릴 때 그 말이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마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운 스님이 해인사 주지로 있을 때, 스님은방 앞에 백 포기에 가까운 화초를 가꿨다. 하루는, 자운 스님을 따라서 근 열흘을 넘게 부산에 다녀오니 꽃이다 말라 죽어 있었다. 도반들에게 물을 주라고 부탁을 안했으니 분명 자신을 책망할 수밖에 없었다. 상심해서고개를떨구고있는데자운스님이부르셨다.

“혜총아, 네가 꽃을 사랑하느냐?”
“예, 꽃을 사랑합니다.”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되물으셨다.

“ 꽃도너를 사랑하느냐?”

말문이 턱 막혔다. 꽃을 사랑할 줄만 알았지 꽃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단 한번도 생각지못했던 거였다.

“ 꽃이 너를 사랑할 때까지 너는 꽃을 사랑하지 마라”

하셨다. 그때서야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야한다는사랑의이치를깨달았다. 그래서‘꽃도너를사랑하느냐’가지금껏스님의화두다.
우리는우리안에서의욕심으로, 잘자라고있는소나무의뿌리를잘라내고단풍나무의가지를쳐내고그것
도 모자라서 예쁘게 만든다고 철사로 동여매서 나무의 몸을 둥글게 말아 분재를 만들어 대곤 한다. 나무를 예뻐하는것이아니라구속하고있는것이다. 그것이진정나무를좋아한다고말할수있는행동일것인가. 나무의입장이되지않았으니그것이진정사랑일것인가. 스님은그때일방적사랑으로인해많은꽃들을죽인후어떻게사랑해야하는가알았다. 그래서스님의첫책제목도‘꽃도널사랑하느냐’이다.
그러나 스님의 깨달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랑하기 위해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스님이 열여덟 살, 해인사 강원에서 공부할 시절이었다. 한창 자랄 시절, 키가 작은 게 고민이었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노력을 해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그 절망감이 결국은 죽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치닫게했다.

“시장에갔는데다리가하나도없는사람이몸에타이어튜브를감고구걸하는모습을봤어요. 나를한번보
고 그 사람을 한번 보면서, 나는 뛰어다닐 수 있는 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 결코 길지는 않아도 단숨에 계단을오를수있는다리가있다는것을. 그순간, 내자신을돌아보게됐지.”

다리 없는 사람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귀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지 키가 작다는 것 때문에 모든 것을희생할뻔했구나싶었다. 눈도다리도코도손도발도희생시킬뻔했던것이다. 나중에부처님말씀을들여다보니, 전생에 키도 크고 잘생기고 많은 사람을 부리고 살면서 자만심만 가득했던 자가 작게 태어난다고 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질 때라야 큰사람이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벌거벗고 거울 앞에 서보라 한다. 수행을 하더라도 자기의 부족한 점, 그리고 그 원인을 알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진정하게참회할수있기때문이다. 그러니열심히공부해야하는것이다.

“자기 모습은 자기가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끊임없이 알고 고쳐나가며 노력하는 것이 부처님이되는법이지요.”

결국, 자기안에갇히거나자기중심적사고로는사랑도수행도할수없다는것이스님의말씀이다.
자운 스님이 입적하실 때 게송을 남겼다.‘ 진성원명眞性圓明본무생멸本無生滅목마야명木馬夜鳴서방일출西方日出’. 참된 마음은 본래부터 둥글고 밝아서 생과 사가 없다. 목마가 밤에 우니 서쪽에서는 해가 뜨더라.
사십 년 동안 자운 스님을 시봉했던 스님은 그 열반게송을 듣고 단박에 그 뜻을 알아들었다. 생사를 초월한것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볼 때,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지지. 변함없는 진리야. 그런데 과연 그럴까? 뜬다는것은생生이고, 진다는것은사死인데.”

해는 원래 거기에 있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해는 그 자리에 있을 뿐 지구가 도는 것이라는것을알게됐지만부처님은이미알고말씀하셨다.
지구를 떠난 우주 공간에서 볼 때 해는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원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중생으로 있을 때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 것으로 보이지만 깨달음을 얻고 보면 본래 불생불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불교의진리다.

“세속에서는하나가좋으면하나가나쁘지. 그러나불교에서는낮은낮대로좋고밤은밤대로좋아요.”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은 것이다. 스님은 다시 태어나서도 이 일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이다. 포교원장이 되던 날도 얘기했다. 처음도 포교요 중간도 포교요 마지막도 포교라고. 불교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좋고마지막도좋은것이니. 처음도중간도끝도진리이니까.
스님은 포교를 위해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이 또 하나 있다.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시봉하던 시절이었는데자운 스님과 성철 스님이 세우셨던 뜻이다. 불자든 아니든 절에 들어온 이들이 불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교육 시설을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추어 부처님의 뜻과 스님들의 생활, 그리고 팔만대장경에 대해서도 알려 절에 들어온 이들이 그저 왔다 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으면하는 것이다. 또한 재가자들이 마음껏 머물며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하는 것이다. 재가자들이 상주하면서스스로실무도보고공부도하며지낼수있는시설을갖추는것이다. 어려서부터절에들어와죽을때까지 절에 머물며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외국의 사찰을 보고 온 자운 스님의 뜻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그때의 자운 스님의 뜻을 잇고 싶다. 포교원장으로서 여러 가지 뜻을 세우고 이뤄나가는 스님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온화한듯하면서도굳건한스님의언사의빛깔이그러하다.
제법 쌀쌀한 겨울 오후, 바쁜 걸음으로 조계사 마당을 걸어가던 스님이 씩 웃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앞에는아무도 없는데 스님은 누구에게 웃어줬을까 하다가, 아, 나는 슬쩍 본 것 같았다. 방금 스님 앞으로 날아간 새들이가섭의미소를짓고있는것을. 스님은마음의꽃한송이를살짝들어올리셨던모양이다. 우리모두에게나누어줄연꽃한송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