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겨레 정성덩이 해 돼 오르니 /
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 / …
햇빛처럼 찬란히 샘물보다 드맑게 /
온 누리 곱게곱게 퍼지옵소서 / …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운 노래들이다. 노랫말이 고와서 오래도록 잊지 않고있던것이세말歲末부터 입 속에 맴돌더니 오늘은 그예 무서리 반짝이는 산길에서 나직이 불러본다. 올 한해 여일如一하고 의연毅然하며 화경和敬하고 침묵沈默하며 단아端雅하고 조화調和로우며 견고堅固하기를. 견
고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나는 참으로 안팎이 무디어 한번 마음먹은 일에 대해선 재조율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일도 있지만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어려움도 많다. 사실은 사실대로 사실 아닌 것은 사실 아닌 대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그 일의 해결을 받아들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는일은참힘든일이다.
약수터 가는 길. 참샘(眞泉)을 향한 의지는 그대로 구도행각이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모아 부처님께다기물을 올리고 싶은 정성이나, 청량한 물맛 같은 강의講義로 교해敎海를 유통流通시키고자 하는 바람이나,무엇보다 삼업三業을 씻어 무명無明을 지혜로 전환시키고자 물의 청정과 유연, 재생성을 의지하려는 간절한소망이 담긴 걸음. 오늘따라 나무 그루터기와 울퉁불퉁한 자갈돌이 발끝에 채이기도 하고 담뿍 젖은 붉은 낙엽을 밟는 소롯한 느낌이 각별하다. 전나무 향기와 솔 향이 깊숙이 스민다. 마지막 남은 마른 잎새가 우둠지끝에서 파르르 떨리고 있다. - 시절 인연에 맡기렴. 변화로 인한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어. 파정把定끝의 방행放行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줄 거야. 여생을 함께 하자는 약속, 남을 의식한 겉치레, 오지도 않을것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기다림의 노예, 타성에 젖어 삶에 길들여진 자신을 자각할 때 그 자리에서부터 털고
일어서야 한다. 순간순간 자신의 호흡을 점검하는 일. 내가 누구인지 주인공을 불러보는 일에서부터 자기 개혁은 시작된다.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 아닌 곳 없어. 어디서든 최선의 삶. 무엇을 하든 부처님 일. 두려워하지말고 집착하지 말자. - 숲의 구석구석 햇살과 어우러진 산죽은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이 관음의상주처다. 이끼에 덮인 바위의 오묘한 색감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형언할 수 없는 내밀한 언어. 풍상우로風霜雨露속에서 무의지의 생명력이 그려낸 초탈의 환상적 조화調和. 신탁을 읽듯 점괘를 풀듯 더듬어 나간다. 곳곳에변만遍滿한자연이보내는소식, 그무정설법無情說法을들을수있어야하리.눈물겨운 꽃의 생명력. 위태위태하게 하루를 견디며 숨쉬기도 어려운 아픔. 옆에 누운 할아버지는 그날 중으로 임종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폐소생실에서 목에 뚫은 구멍으로 간신히 명줄을 이어가는 친구를 보고 돌아온 날. 밥을 먹고 큰소리로 말하고 웃는 것도 미안했다. 그늘진 곳 몰래 손잡아주고 격려해주어야 할 곳이이렇게 많은 줄 잊고 있었다. 남을 이해하는 마음. 남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남의 허물을 감싸주는 마
음의 인격적 성숙을 생각하며 정해년丁亥年한 해를 시작한다. 사대강건四大强健육근청정六根淸淨을늘축원하지만 겨울 하늘과 단청색, 물기 머금은 흙빛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 위에 서서 맘껏 숨쉴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인생 백년간에 근심과 괴로움이 쉴 새 없이 찾아들어 편히앉아 독서할 시간이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하여도 올 한해 끝없는 독서에의 정진으로 절반의 시간을 낼 수있다면구차한살림도구차한것이아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