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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돈피豚皮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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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07년 01월 299호
정해년丁亥年돼지해의 날이 밝았다. 해마다 신년호에 그해 12간지동물의 멋진 그림을 싣고 그에 맞는새해덕담을실었지만참으로돼지는그런그림을찾기가힘들다.
그래서 올해는 그림으로는 포기하고 돼지에 대해 지난해 일어났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정해년을시작하려한다.
살다보면의외의쓰임에놀랄때가많다. 얼마 전 법요집 편찬일로 부지런히 대구를 오간 적이 있었다. 그중 법요집 표지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다양한재료와 디자인된 여러표지들을살펴보았다.
심플하면서도 손에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불광사 법요집, 글자가 크고 시원한 편집에 요즘 많이 사용하는 비닐류의 표지를 한 조계사 법요집, 무뚝뚝한 것이 백년이 흘러도 멀쩡할 것 같은 양장본의 조계종 통일법 요집등이눈에들어왔다.
이런저런 선택의 고민을 하다가 언뜻 늘 보아왔지만 소홀히 지나친 법요집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작년에 편찬한 해인사 수련동문회 법요집이다. 겉은 검은색 고급 가죽에 책 둘레를 지퍼로 돌려서, 가지고 다 니기편하게만들어진법요집이다.

“와! 이리 좋은 게 있었네. 지퍼 박음질을 했으니 표지재료도 튼튼한 것일 테고… 이거는 견적이 얼마나 됩니까?”
“스님, 그것은많이비싼겁니다.”
“재료가뭐길래그리비쌉니까?”
“스님, 요것은돈피라는겁니다.”
“아! 돈피, 가죽이구만. 그러니비싸지…가죽.”

그리고는잠시짧은침묵속에여러생각이지나갔다.
돈피. 한자로전달된말은그뜻을선뜻이해하기가쉽지않았다.

“돈피! 돼지가죽? 돼지껍데기?”
“맞습니다돼지껍데기. 가죽중엔싸고튼튼해서책표지로잘쓰입니다.”

아! 돼지껍데기. 돼지껍데기가이런데쓰일줄이야. 소나말, 개가죽이야북이나장고편으로자주쓰이는
것을알기에그무리중에끼지못한돼지는평소쉽게보아온것이사실이다. 각종고사와제사상에, 건강을위한식재료와산업용책의표지로까지쓰인다는말에돼지가새롭게보였다. 그날해인사법요집의표지로는돈피가좀(?) 부적절하다는것을깨닫고다른비닐류표지를선택하였다.
그나저나 해인사 수련동문회 법요집 표지가 돈피라니 좀 민망하기도 하다. 하긴 절에서 예불 전에 치는 법고도 동물의 가죽이니 이상할 것도 없겠지. 행여나 법요집을 들고 연탄불이나 장작불 주위를 가는 일이 없도록해야겠다. 후각이동할지모르니까.

올해가정해년돼지해이다.
떠도는말그대로황금을몰고오는한해가됐으면하는바람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