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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14대 중앙종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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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병두 2006년 12월 298호
구상상법求上上法  잠하하심潛下下心 가끔‘세속사회의 정치·행정 기구인 국회·행정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그대로 닮은 종회·총무원·호계원이나 법규위원회와 같은기구가 수행자 모임에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지만, 그럴 때마다‘더 좋은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것으로스스로답을내리게된다.다른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면서‘승가 전통에 맞지 않는 선거가 웬말이냐?’에서 시작해 현재의 종단구조와 제도를 쉽게 부정해버리는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단기간 내에 대다수 종도들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현제도와 기구를 바르게 운영하는것’이다.세속사회 제도를 모방했을지라도, 그들의나쁜점을따라가지않고운영의 모범을 보여주어서 오히려세속사회의 국회·행정부·법원과헌법재판소 등에서‘불교 승단에서배우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해야한다. 하지만 승단이 세속사회를 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못하다는것이우리의현실이고고민이다.부정과 부패의 대명사로, 심지어
‘다섯 도둑놈(五賊)’에까지 당당히이름을 올렸던 국회의원의 경우를보자. 아직도 완전히 깨끗해졌다고할수는없겠지만, 그래도부정선거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들의 눈이상당히 날카로워졌다. 돈으로 표를팔고 사는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설사 당선되었을지라도 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가차없이 의원직을‘박탈’당하게 된다. ‘표’를 파느라 금품을 제공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무거운벌을가한다.
그런데 인천人天의 사표라고 하는스님들의 집단인 승가의 선거에서는 아직도‘표의 매매’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감시·징계는거의없다. 무슨수를써서라도 일단 종회의원으로 당선이 되면세속사회에서‘지나친 특권이고 권력남용’이라고 비판받는‘국회의원
면책특권’보다도 훨씬 더 크고 넓은‘종회의원 불不징계권’을 가지게된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가서‘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내밀며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것만 같은데, 많은 스님들이‘나도 종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다.이처럼 너도 나도‘종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니‘4당3락’’6당5락’이니 하여, 종회의원 당선에 몇 억원이 들어간다는 풍문이 그럴 듯하게들려온다.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새로 구성된제14대 중앙종회에 진출한 의원스님들이 모두 4억원이나 6억원을썼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혹시 돈을 썼던 분들은 모두 낙선하고그야말로‘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치른 스님들만 당선되었다고 믿고싶다. 그리고이런믿음을전제로몇가지당부를드리고자한다.

첫째, 지나치게 세속화된 종회 운영방식을 승가에 맞는 방식으로 과감히바꾸어야한다. 부처님이래승가운영역사를연구하면, 세속국회의 방식을 참고하되 그보다 더 나은제도와 운영 체계를 만들어나갈 수있으리라고믿는다.

둘째,‘ 국회의원 면책특권’보다도더 악명惡名높은‘중앙종회의원 불징계권’을 하루 빨리 포기하여야 한다. 오히려“권한을 가진 우리들에게는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시켜야 한다”며‘종회의원의 계율과종헌·종법 위반에 대한 가중처벌조항’을 신설하여야 한다. 이렇게하면 스님들에 대한 종도들의 신뢰가 커져갈 것이고, 세속사회의 부러움을크게받게될것이다.

셋째, 상대적으로 덜 정치적인 초선의원들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다. 당선에 이르기까지 기득권 세력의 지원을 받기도 하였을 터이고 그에대해보답을해야할것이라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공公적인 정의감이 아니라 사私적인 의리에 불과할뿐이다. ‘선사후공先私後公’이 횡행하는 집단은 쇠락하고, ‘선공후사先公後私’가 당연시되는 집단이 번창하는 것은 기나긴 인류 역사가 보여
주는‘법칙’이다.

넷째, 다선多選의원이 되어 이미기득권층에 들어간 스님들에게도특별한 당부를 드린다. 더 이상‘전통’이라는 미명美名아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하지 말고 출가정신을 회복하여, 모든 일을 하면서“나는 오늘 갓 출가한 사문입니다”라는 자세로 임해주시면 바랄 것이없겠다.

종단 안팎에서‘종회 무용론’이나오고, 세속에서까지 이를 풍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버리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법法과 율律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승가에 희망을 갖지 않으면 다른어느 곳에서도‘희망’을 찾을 가능성은전혀없고, 절망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아니라, ‘희망’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희망은더욱더절실하다.경전에는“오, 고타마 존자이시여! 훌륭합니다. 마치 넘어진 것을일으켜 세우듯이, 혹은 감추어져 있던것을드러내듯이, 아니면길을잃고 헤매던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듯
이, 또는눈이있는사람들이대상물을볼수있도록어둠속에서등불을비춰주듯이, 그와같이고타마존자
께서는 여러 방편을 써서 법을 명확하게 해주셨습니다”라는 대목이 자주나온다.
제14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실 스님들께서도 이런 평을 듣게 되리라고미리기대해본다.
“종단을 바로 세웠고, 활발한 포교활동을펼쳤으며, 힘들고지친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었고, 무명 중생들에게 진리의 눈 - 법안法眼을열게해주었다.”(불기2554년12월 배포될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평가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