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10월이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송광사 중앙종회의원 후보가 되어 선거에 나서게 되었다. 그때 송광사에서는선거를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결국 선거로 종회의원을 선출하기로 결정되었다. 종회의원 후보로 나선 스님들과 사중의 중진스님들이여러 번 조정도 하고 회의도 했지만모두 무산되고 결국 선거를 하게 되었다.
문도회의에서 방장스님 상좌 중에서 선거에 나설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나에게 후보로나서라고 했다. 그때가 선거일 28일전이었다.
출가전 학교 다닐 때 반장선거에도 출마해보지 않은 내가 졸지에 엄청난짐을안게되었다.
그날부터 유권자 스님들을 찾아다니기시작했다.송광사로 출가하여 수계한 뒤로는 해인사에서 강원을 졸업했고, 주로 해인사에서 소임을 보며 살았었다. 그때까지나를알던많은스님들은 내가 해인사스님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송광사 선거명부를 들여다보아도후배스님들은 대부분 모르는 스님들이었다.
그 중에 평소 친하게 알고 지냈던후배스님을 어렵게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이번에 이런 사정으로 종회의원에 출마했으니 송광사 와서 나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후배스님은 내 말을듣자마자“아니! 스님이 왜 종회의원을 하려고 합니까!”하면서 질책하였다. 그 말에 더 다른 말은 하지도못하고그냥일어서나왔다.28일 동안 밤낮으로 스님들을 찾아다녔다. 짧은 기간 동안 전국에있는 스님들을 만나는 데는 한계가있었다. 결과는 3표 차이로 낙선이었다.
그로부터4년이지났다.미리 예견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이번제14대 종회의원에 또 출마했다.
이번에도 승보종찰 송광사라는이미지에 맞게 선거를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에는 무산되고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많은스님들이 제발 선거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끈질기게 유권자스님들을 찾아다녔다. 4년전에한번출마했던경험이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좀 수월했다. 그리고어느정도자신감도생겼다. 차점으로라도 당선은 되겠구나 하는 자만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평소 잘 아는 비구니스님을 만났다. 역시 선거이야기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를하게되었는데뜻밖에그스님하는 말이“스님! 종회의원 안하면 안됩니까?”하고물었다. 내가즉시대답을 못하고 어물어물거리는 사이에 그 스님 다시 하는 말이“저는 스님같은 분이 종회의원이 되어서 총무원에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싫습니다”했다. 온 몸에 찬물을 끼얹은느낌이었다.
어느 날은 산 속 토굴에서 정진하고 있는 수좌스님을 찾아갔더니 그스님이 나에게 물었다.“ 종회의원이되면 무엇이 좋기에 그렇게까지 하면서종회의원을하려고합니까?”나는 분명한 대답을 못했다. 내가종회의원이 되기 위해 세상 등지고산 속에 숨어 있는 스님까지 찾아가투표하러 와 달라는 것은 정말 뻔뻔한일이었다.
또 한번의 충격적인 일은 어떤 스님들의모임에서있었다.그 자리에 총무원의 국장소임을지낸 스님이 있었다. 인사치레로“스님이 총무원 소임도 맡아보았고그 경험을 살려 종회의원을 하셔야
되는데…”했더니 그 스님 하시는말씀이 충격적이었다.“ 제가 총무원에 있어보니 아무리 좋은 스님이라도종회에들어오면다변합디다. 그래서 저는 종회의원 안하기로 결심했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얼굴이확달아올랐다. 너도결국종회의원이 되면 안 좋은 모습으로 변할것이란말이다.그런 종회의원에 나는 이번 선거를통해서당선되었다.
나를 아끼고 좋아하는 스님들이그토록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되도록 안 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까지 했던 종회의원이 된 것이다. 여러 스님들의 도움과 관심으로 당선이 되었지만 그렇게 썩 개운하지가않다. 주위에서 농담조로 하는 말이선거에 나섰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고 했다. 나는무엇을 이기고 졌는지 모르겠다. 선거에는 이겼는지 모르지만 나 자신은많은것을잃었다. 선거란원래그런 것인가? 내가 볼 때는 이긴 자도진자도없다. 모두다진게임이다.이제부터나는무엇을해야할까?나를 염려한 스님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나는 뭔가를 해야 한다. 나는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존경은 못 받을지라도 지탄은 받지 말아야한다. 종회의원되더니역시그렇게 변하더란 소리는 듣지 말아야하지않겠는가. 깊은산속토굴에서내려와 나를 찍어준 그 수좌스님에게 4년이 지난 후에 부끄럽지 않은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또다른 선거가 나를기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