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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풍성한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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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6년 11월 297호
독일에 사는 한국사람이 쓴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자기의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이흔들릴 때마다 엄마가 해준 한국 요리 때문에 자신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무척 공감이 갔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한국을 생각하거나 그리워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엄마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바닷가가 고향인 우리는 늘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이 식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우리 식구는 특히 신맛을 좋아해 막걸리초가 늘 부뚜막에 놓여 있었다. 가을 이맘때쯤이면 은빛 찬란한 전어의 비늘을 벗겨내고 칼집을넣고 굵은 소금을 살살 뿌려 석쇠에 구운 다음 양념장을발라서 먹었고 또 전어를 잘게 썰어 풋고추와 같이 초고추장에 버무린 회의 맛은 일품이었다. 꼬들빼기와 갓김치, 굴김치는 내가 제일 좋아했기에 늘 나를 위해 별도로만들어주셨다.
이런 영향으로 나와 우리 식구는 어디를 가든지 한국토속음식만 좋아한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늘 고추장과 된장을 싸가지고 다녔고 하루라도 김치가없으면안되었다.
가을의풍성한식탁가끔은 별식으로 일본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결론은역시 한국 음식이다. 미국에 와서도 피자도 즐기지 않고햄버거도 먹지 않고 흔한 토스트도 잘 먹지 않는다. 이렇듯 입맛이 토종인 사람이 어째서 외국으로만 도는지가끔은스스로의아해하기도한다.
우리가 한국 음식만을 즐기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김치는 기본이고 떡볶이와 갈비탕등도 좋아하지만 특히 상추, 다시마, 깻잎을 된장으로싸서 먹는 쌈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별명이‘쌈돌이’이다. 아이가 커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앞의 독일 엄마처럼그리고 나처럼 우리 아이도 맛으로 엄마를 기억해주고그리고 한국을 생각하는 아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이곳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좋기 때문에 일년 내내 싱싱한 과일과 야채들을 먹을 수 있다. 또한 우리 입맛에맞는 쌀도 손쉽게 싸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 수박포도 등의 과일, 배추 무우 등의 야채들도 한국 종자를들여와 여기서 재배하여 그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이런 사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재배
하고또한그것들을구비한대형마켓들이있다.
남미의 라티노 사람들은 먹고 노는 것을 매우 즐기는민족들이다. 대가족으로 모여 살면서 거의 매주 파티를즐긴다. 아보카도라는 과일을 즐겨먹고 토마토와 우리의 고수 같은 향기나는 야채도 즐긴다. 닭고기를 좋아하지만 그네들의 수퍼에 가보면 고기 내장이나 닭발 같은음식도 즐기는 것 같다. 중국 커뮤니티의 수퍼에 가면온갖 생선들이 다 있다. 커다란 게나 싱싱한 굴 등을 구
하러 가끔 우리도 이용한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수퍼에가면 뭐든지 작게 해놓고 판다. 심지어 수박도 쪼깨서팔고파도깨끗이다듬어판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만큼 각 나라의 특성있는 음식을파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중국 음식이야 전 세계적으로유명한 지는 오래 되었고 요즘 여기는 일본 스시가 유행이며 한국 음식으로는 코리안 바베큐가 유명하다. 한국식당에 외국인들끼리 와서 먹는 풍경도 자주 보인다. 한국 바베큐 이외에도 타이와 브라질 바베큐도 유명하다.우리나라는 주로 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하여 구워 먹지
만, 타이는 고기 해산물 그리고 야채를 함께 구워 먹고,브라질 바베큐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긴 꼬챙이에 끼워 굽는다. 금방 구운 여러 종류의 고기를 들고 다니며 손님이 먹고 싶은 고기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잘게썰어준다. 특별한 양념이나 소스 없이 담백한 고기 자체맛을 즐길 수 있고 한꺼번에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부위를 먹을 수 있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아주 좋다. 유명하고 오래 된 브라질 바베큐 식당에 가면 웨이터들의칼솜씨도일품이다
화창한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LA 다운타운 근처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 레스토랑에 갔다. 차이나타운에는 몇몇 유명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중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갔다. 종류별로 요리를 끌고 지나가면 우리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데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라 지나가는 요리를 골라 먹기에 바빴다. 해산물과 과일로 끓인 죽을 먼저 먹고 교자와 새우
등 맛있는 것을 차례차례 먹었다. 국화꽃으로 장식한 작은 찻집으로 옮겨와 밀린 이야기며 안부 등을 물으며 따뜻한오후의햇살을즐겼다.
‘캘리포니아 드림잉(California Dreaming)’이란 노래가 있다. 겨울이 추운 곳에 사는 사람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을 꿈꾸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따뜻한겨울의 이곳보다는 추운 날 무 넣고 끓인 엄마의 시원한동태찌개가더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