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는“너는 왜 그리 마음에 인정머리가 없냐!”라고 엄마께 잔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음식을 하는사람이‘나’한 입만 챙기고,‘ 내’할일만 따졌었다. 자연히 어데를 가서맛있는 음식을 먹어도‘아, 이거 우리 가족들이 다 좋아할 맛이네…’생변했다. 내가 변했다.
몰랐는데.남편이옆에서,‘ 너진짜이상하다.내가 널 변하게 했구나’하고, 나는놀리지 말라며 얼굴만 빨개지다가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부추김치를부추김치좀싸주세요!아무렇지도않게손에들고.
일요일 오후. 아직도(12시가 넘었건만) 졸린 눈을 추켜 뜨고 친정 아빠에게 달려가 전리품처럼 부추김치를 당당히 내놓았다. 원래 이런 것안 들고 왔던 딸이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깜짝 놀래 하셨다. ‘인제 철들었나?’생각지 말고 일단 드셔보시라 나는 재촉했고. 아니나 다를까 아빠는 물론, 엄마, 남동생, 남편까지 부추김치에 서로 젓가락질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속상했다. 내가 맛있게 먹다가 남아서 싸온 김치를 저렇게들 반갑게 드시다니. 진작싸왔을 것을. 들기름 발라 구운 완도김이랑 해인사 앞 밥집에서 맛본 능이버섯이랑 다 생각이 났다. 지난번해인사에 갔을 때 서울로 돌아오기전,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었다. 그때 맛을 본 것이 능이버섯국이었는데, 묘하고 기름진 능이의향이 독특해서 동생 갖다주고 싶었었다. 국으로 끓여주어도, 반으로 갈라 기름에 볶아서 소금 간 해주어도잘 먹을 것 같았다. 야채를 잘 안 먹는내동생, 유난히버섯만은잘먹는데이맛을얼마나좋아할까. 그런생각도잠시, 짐갖고차타기귀찮겠다는생각이뒤를이었다.결국, 빈손으로 왔다. 한 줌을 샀어도,‘ 킬로’를 샀어도 무겁지도, 짐 되지도 않았을 약간의 정성이었을 뿐이었는데. 어쨌든난, 사지않았다. 가족 모두가 김치를 맛있게 먹고있는 것을 보자니 그때, 그‘능이’가떠올랐다. 자칭 여행통이라는 남편은 그때 이렇게 말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버섯을 순위를 매기면이렇대,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먹는 능이국,정말귀한거야. 많이먹어.”그렇게귀하다는능이는결국귀찮아서못사오고, 그로부터일년남짓이 지나서야 대한민국 땅에 흔하디흔한 부추로 만든 부추김치를 싸오게된나. 덩달아귀한식재료와흔한식재료란 무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능이 버섯이든 부추김치든 결국똑같은 먹거리였을 뿐. 그들의 가치는내마음에달린문제였다. 내가나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 줌이라
도 따로 챙길 때, 그 정성이 더해질때귀하고특별한식품이되는것. 평범한 식재료도‘특선 먹거리’로변화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자비를 구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