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원법개 악은큰걸음에귀결되는갈지자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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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6년 10월 296호
세상의 일은 언제나 바른길로 나아가 지만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갈지자걸음을 걷기도 하며, 때로는 뒷걸음을 치기도한다. 그러나 멀리 보면, 때때로 흐트러진 걸음걸이일지라도 더 나아진 길로 들어서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나아지지않는다.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와 행위의업이 쌓일 때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한다.
최근 종단의 상황을 보며, 지금 당장은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지금의‘거꾸로’가바른 방향을 위한, 더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도록 하는어떤 업의 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든다.최근의 상황이란 바로 지난 9월 5일 개정된 종무원법이다. 중앙종회는 이날 종무원법을 개정했는데, 여기저기서 잘못된 개정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통합종단 이후 최대 개악”, “청정승가포기한 시대 역행 악법”,“ 종회가 승보를욕보였다.”종무원법에 대해 이런 정도의
평가라면 잘못되었어도 크게 잘못되었음을짐작하고도남는다.개악된 종무원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역직 종무원 임용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기존에 교역직 종무원 임용자격 제한 규정을‘국법에 의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로 규정했던 조항을‘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거나 복권되지 아니한 자’로 바꿨다. 이는 조문 상으로는 살인, 강도강간, 폭행, 사기, 횡령등 파렴치범도 집행유예나 실형이 끝나면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은 물론종회의원 등 종단의 주요 교역직 종무원에 임용되거나 선출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승단 추방을 의미하는 멸빈의제재를 가할 수 있는4바라이죄를 짓고도형기가 만료되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면 교역직 종무원에 임용될 수 있도록개악한것이다. (불교포커스, 9.7.)
개정 종무원법은 사실상 임용 제한 규정을 철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법보신문>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바른길 찾기를 촉구하는 종도들의 의견을 전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은 바른길 찾기를 위해 의미 있는일이다.“종교 단체는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물론 민주화나 통일운동 등을 위해서어쩔 수 없이 수감생활을 했던 분들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안위를 돌보지 않고 희생 헌신했다면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흔히 말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했던
사람들이다. 폭력, 사기, 추행 등 범법자는‘양심수’와 명백히 구별될 수밖에 없다. 세간에서도 엄격한 도덕적 검증을 요구한다. 그런데 청정승가에서 이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중앙승가대 동문회장정념스님)“누구보다 청정해야 할 스님들이 죄를지어 사회법에 단죄를 받는 현실도 이해할 수 없지만, 더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스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종법
까지 개정해가며 보호하려는 종회의원들의 눈물 어린 우정이다. 파렴치 전과가있으면서도 본사주지도 하고 종회의원을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그러나 이런 잘못들이 바로잡히는 것이아니라 오히려 전과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됐으니 참으로 부처님이 통곡할일이다.”(중앙신도회손안식부회장)종무원법개악은큰걸음에귀결되는갈지자걸음이다“청정종단임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대표 스님들이 심사숙고를 통해 결정한 개정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개정이라면 취지에 맞춰 충실히 따르면 되지 왜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지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회적 기준에따라 복권된 자를 용서하고 종단에 봉사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면 차라리종헌종법을 폐기하고 사회법을 따르라.
사회법이 있음에도 종헌종법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이유가 뭔가. 승단은 사회적기준보다 더욱 엄격하고 청정한 집단이다.”(우리는선우성태용이사장)“종도들의 의견을 대표해 수렴하는 중앙종회 의원들은 사회적 기준보다 더욱청정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저속인의 바람일 뿐인가. 이번13대 중앙종회의 종헌 개정은 불교를 퇴보시켰다고평가할 수밖에 없다. 수행과 불사 등의
이유로 법을 위반했다면 사부대중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문제가 되면 예외 규정을 명확히 하면되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범죄에 대한면죄부를 마련한 종회의 결정을 납득할수가 없다.”(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대표)“파렴치범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시킨 사람이다. 그런데어떻게 도덕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종교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법 개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누구보다도잘 알고 있을 종회의원들이 개정안을 통
과시켰다는 것은 스스로 세속법으로부터 정당하지 못하거나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대한불교청년회김익석회장, 법보신문, 9.13)개악된 종무원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재개정하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와행위이다. 우선 총무원장 스님이 개정 종무원법의 공포를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공포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법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9월 22일 현재 중앙종회는 개정 종무원법을 총
무원에 이송하지 않았다. 총무원장은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되어 있는데, 아직 이송하지 않았으니 시간적인여유도있다.총무원장 스님이 공포하지 않으면 종회의장 스님이 공포할 수는 있다. 그러나총무원장 스님이 공포하지 않은 법을 종회의장 스님이 공포하기는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선원수좌회에서도 개정 종무원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재개정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종회의장 스님이 공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정 종무원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이후 새로 구성되는 14대종회에서개정하면된다.
개악된 종무원법은 다시 개정되어야하며, 재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종도들의 의견이 입법 행위에 반영되고, 승가의 청정성이 더욱 드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개정 종무원법과 중앙종회는 종단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때 갈지자걸음일지라도 바르게 나아가는 큰 흐름으로 귀의한다는 이치를 확인하는 환희로움으로 귀결한다. 물줄기를 굽게 만드는 것은 힘찬 흐름의 에너지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