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 덕에 여기서도 가을이 느껴진다. 가을이라 그런지 유명 가수의 추억의 콘서트가 열리고 특별전시회가 여기저기서 열려 긴 여름의 지루함을 단숨에 날려주었다. 여름 내내 게으름을 피우다 가을과 함께 조금 바쁘게 움직여 본다. 사계절이분명한 곳이라면 계절에서 바로 변화를 읽어내어 여러가지 준비를 하거나 마음도 쉽게 바꾸어 볼 것이다. 그
러나 언제나 같은 계절로만 있는 여기의 생활에서는 스스로 마음을 챙겨서 바꾸지 않는다면 늘상 같게만 느껴지는곳이이곳이다.
올 가을은 시간을 내어 전시회와 행사를 다니면서 바쁘게 지냈다. 아는 분이 기금 모금의 한복 쇼에 모델로나간다고 하길래 도와줄 겸 가보았다. 평소에도 한복에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한복 쇼나 아니면 한국영화 등을볼 때도 늘 눈여겨보는 편이다. 이번 쇼는LA에있는한미박물관 기금 모금행사의 일환으로 베버리에 있는 유명한 양장점의 옷과 드레스, 그리고 한복 등이 선보였다. 초청된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여자분들이 많았지만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미박물관 회원들이 직접 모델로 나섰는데 쇼가 시작하자 모두들 아마추어답지 않LA의가을맞이대축제은워킹솜씨를선보여커다란박수를받았다.한복의 순서가 되자 먼저 녹색 당의를 입은 중전의 복장을 한 모델이 선두에 나서고 다음으로 빨간 당의를 입은 공주 복장의 모델이 뒤따랐다. 그 뒤로 12명의 모델들이 다양한 색상과 용도의 한복을 입고 우아한 자태를선보였다. 여자아이 2명과 남자아이 2명의 모델들도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작은 무대였지만 가장 화려하고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역시한복들이었다.신기하게도 LA에는 한복을 만드는 집이 많다. 한국보다도 더 한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외국인과의 파티에서도 그렇고 자식들의 결혼식에도 항상 한복은 빠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이 입어도 예쁘지만 특히 나이드신 분들이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옷을 입은 것보다 예쁘고 주목을 받기에 많은 분들이한복을 선호하는 것 같다. 패션쇼를 통해서든지 영화를통해서든지 우리 옷 한복이 더욱 알려지고 입혀졌으면한다.
또 하나의 의미있는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LA 한국문화원에서‘우리의멋과얼’이란주제의민화전시회가 열렸다. 민화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민화를 배운다는 이야기를들었다. 여기서도 민화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가끔신문에 전시회 소식이 나곤 했다. 민화 그리기에 관심있는여동생과함께시간을내어민화교실을찾았는데, 10여년 전부터LA를 중심으로 민화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며 정기적으로 전시회도 갖는다는 이야
기를들었다.마침 그분들의 전시회가 한국문화원에서 열려 찾아가보았다. 한국에서 출품한 작품들과 여기 회원들이 출품한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십장생 병풍과 모란도, 그리고 연화도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오전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지만 민화의 화려한 색채와실력들은 놀라웠다. 여기 출품하신 분들 대부분이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민화를 접하신 분들이고 종이와 붓,물감은 물론이고 병풍과 액자의 표구 등 뭐든지 한국에서 가져와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2년마다 정기적인 전시회를 통하여 더욱 정진하며 새로운 기법과 디자인을 만들어 보려고 최선을 다하신다고한다.한복 쇼와 민화 전시를 다녀오면서 우리 것을 사랑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우리의 전통을 알리고 기술을 연마한다는 거창한 이슈는 뒤로 하더라도 이런 작업을 통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문화 속에서 우리의 전통을 고수하고 계시는분들이자랑스럽기까지했다.한국의 추석과 시기가 비슷하게 LA에는‘한국의 날’축제가 매년 9월 말이면 4일 동안 열린다. LA 코리아 타운 중심 거리라 할 수 있는 올림픽 거리에 서울공원이있다. 축제 기간에 이 공원에서 특별무대가 세워지고 장터가 열린다. 무대에는 한국의 무용과 노래 등 각종 이벤트가 공연되고 장터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특산품과여러가지 먹거리가 팔린다. 축제의 메인 이벤트는 퍼레이드인데 올림픽가 전체를 막아놓고 LA 시장을 선두로하여 유명인사와 각종 단체에서 나와 퍼레이드를 벌인다. 길 옆으로는 한국인들이 환호를 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라티노들만 없다면 마치 한국 어느 도시에 와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어디서 그 많은 한국사람들
이 와 있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모두들 즐겁고 흥겨운모습이역력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디를 가든지 가을은 풍성하고축제의 계절인 것 같다. 이 풍성한 계절에 좀더 자신을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멀리 찾지 말고 바로 나 자신 안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생각에벌써가을이짧게만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