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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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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6년 10월 296호
뉴욕에서 제일 큰 미술관인‘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가면‘루프 가든(roof garden)’이라 불리는 테라스가있다. ‘루프’라는 말 그대로 옥상을개조해서 만든 옥외 공간인데, 간단한 칵테일이나 차와 함께 샌드위치나쿠키를먹을수있다.벽 하나를 다 차지할 만큼 스케일이 큰 미술품들을 보다가 루프 가든에올라오면, 탁트인시야에가득들어오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압권이다.
곳곳에위치한벤치에앉아서관람객들은 지친 다리를 쉬기도, 막 떠오른 감상을 끄적대기도, 빈속을 달래기도 한다. 루프 가든의 중앙에는 그런데, 흥미로운 구조물이 자리하고있다. 일종의 설치 미술 작품인데, 그넓은 옥상의 한가운데 유리벽이 서있는것이다.
대리석으로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유리벽은꽤높다.가까이 다가가면 유리벽 밑부분에죽은 새 모양의 인형이 여러 개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뜻은 무언가?
인간이 별 생각 없이 삐죽 세운 유리벽을‘유리’인지 모르고 지나가던새들은 벽에 찧어 죽을 수도 있다는말이다. 인간은제한몸편하자고세상을 깎고 다듬지만, 잊고 사는 것이있다는 얘기. 우리는 이 세상에 혼자사는것이아니라는것말이다.지나가는 새도, 바닥을 기는 벌레도 다 같이 살라고 만들어진 세상이라는것을우리는자꾸잊어버린다.이런얘기를하다보니지난여름의‘졸복’이 생각난다. 여름 내 모 신문의 맛 칼럼 연재를 위해 한국의 곳곳을 다니고 있었는데, 피서철의 막바
지에는 통영 쪽 바다를 걷고 있었다.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은 빈자리마다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댔다.바다냄새를가리는삼겹살연기…몇몇 사람들은 낚싯대를 드리우고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 때 나는경악할만한장면을본것이었다.빈그릇명상한아저씨께서낚싯대를영차거두
시더니 바늘에 걸린 무언가를 떼 내셨다.
그리고는 아주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스팔트 위에다 휙 던지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사탕 껍데기라도 걸렸나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아저씨가아스팔트 인도 위로 쉽게 던진 것은껌종이도, 신발밑창도아닌졸복한마리였다.졸복은일부남해지방에서잡히는
복어의 일종으로 어른 손가락보다작은크기의귀엽게생긴생선이다.내 말은, 엄연한 생선이고 생명
이다.낚시바늘을졸복이물었다면김이샐만도하지만, 굳이이작은생명을바다로 돌려보내는 대신 뜨거운 아스팔트로던질이유가있었을까?
불가에서행하는안거가운데특히하안거는, 원래 부처님이 우기雨期에나다니는 벌레들을 밟을까 하여 걸음을 멈추신 데에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더운 기간에는, 벌레들을 비롯한 작은 생명들이 땅으로 나오고 피어나고 하지 않나. 그런길을걸어갈때우리는부지불식간에살생을하게되는것이다.작은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저하늘의 새와 바다의 졸복은 우리와같이 세상을 나눠 쓰도록 태어났지만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이용만당하고그설땅을점점잃어간다.
바다를막아서방조제를지으면인간의 아스팔트 땅은 늘어나지만 그자리에 살던 물고기들은 차차 사라질 수밖에 없고, 희귀한 동물 식물은몸에 좋다고 다 잡아먹으니 남아날방법이없다.
중국의 야시장에서 거래되는 각종동물의 장기와 그것들을 치사하게한국으로 밀수해 오는 죄인들은 아무리단속을해도없어지지않는다.이 죄를, 그 화를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지구의 기온이점점 이상해진다고 불만하기 전에우리가 지어온 죄부터 돌이켜볼 일이다.공기 한 그릇이런 생각의 끝에‘단식’이라는 열쇠가있음을알게된다.하지만나는채식주의자도아니고,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필요로하는열량을먹어야하는사람이다.
영원한 단식으로 자연에게 사죄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가끔씩 한 번,하루쯤은 빈 그릇을 상에 두고 끼니를 견뎌볼 참이다. 배에서 쪼로록 소리가 나면 배로 큰 숨을 쉬어 공기를가득마시고, 맑은물을입안에가득머금어가면서말이다.인간이 무어 잘나서 닥치는 대로죽이고, 꺾고, 먹고 할 수 있는지에대하여더생각해보겠다.그 와중에 다음 세상에 내가 아스팔트에 던져지는 졸복으로 태어나면어쩌나걱정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