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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동자 구도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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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삼매華嚴三昧 - 최옥자 2006년 10월 296호
선재동자는 여행을 계속하여, 여러 나라의 도시와 마을을 거쳐, 드디어 다라당성에 이르렀다. 도성의 사람들
에게무염족왕이어떤사람인지를물으니, 사람들은제각기다른대답을했다.
“다스릴 자는 다스리고, 거두어줄 자는 거두어주고, 죄 지은 자는 벌을 주고, 의기 소침해 있는 자는 기력을 북
돋아주고, 교만한 자는 그 코를 눌러서 꺾고, 거짓말과 중상모략과 폭언을 내뱉지 못하게 하고, 제멋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고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자는 그것을 끊게 하고, 탐욕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고, 나쁜 뜻과 잘못된
소견을여의게하는위대한통치자다.”
상당히평판이좋은왕이라생각하면서, 선재는무염족왕이계시는곳으로향했다. 멀리서보니, 왕은보석으로
장식된훌륭한사자좌에앉아계셨다. 그주위에는대신이나문무백관이앞뒤로둘러모시고, 보당이펄럭이고, 향
기로운훈향이자욱하게감돌고, 여러가지보배로만든풍경에서는아름다운소리를내며큰광명을놓았다.
그러나 왕의 앞을 자세히 보니, 지옥의 옥졸로 보이는 많은 군사들이 공포스러운 얼굴을 하고 손에는 칼이나
창, 병장기를 들고, 추악한 모습으로 욕하고 소리지르며 죄인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형을 집행하고 있었다. 강도,
강간, 방화, 모사, 폭력, 살인과 탐욕으로 사악하고 잔인한 행위를 한 한량없는 죄인들이 손발이 묶여, 왕의 앞으
로 끌려나왔고, 왕은 이들 죄인에게 각각의 형벌을 내렸다. 그랬더니 어떤 자는 목을, 어떤 자는 손발을, 어떤 자
는귀나코를베기도하고, 어떤자는눈을뽑고, 어떤자는타는불에지지며, 구형장에는잘려진손발이나머리,
눈, 귀, 코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목이나 손발 없는 사체에 개나 여우, 까마귀들이 걸신들린 듯이 달려들어 먹어
치우고있었다. 죄인들은큰소리로울부짖고, 처참한고통에통곡하는형상이마치큰지옥과같았다.
눈앞에서아비규환의지옥을본선재동자는부르르떨면서,
“나는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하려고 보살행과 보살도 닦기를 구하였는데, 이 왕은 모든 선법을 버
리고 큰 죄업을 지어서, 중생들의 생명을 빼앗고 중생들을 아프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에게 보살도를
구할수있을까.”
하고자문자답할때, 공중에서천신들의소리가들려왔다.
“착한이여, 너는승열바라문의가르침을기억하느냐?”
“기억하고있습니다.”
“착한 이여, 너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꿈에도 의심하지 말지어다. 보살들의 교묘한 방편지혜는 불가사의하다.
중생을 생각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주는 지혜를 생각할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케 하고,
해탈케하는지혜를헤아릴수없느니라. 그러니가서저왕에게보살행에대하여물어라.”
선재동자는 결심하고 왕의 처소에 나아가 찾아온 뜻을 알렸다. 이윽고 왕이 국사를 마치고 선재의 손을 잡으
시고 궁중으로 들어가 옥좌에 앉게 했다. 선재동자는 왕의 권고로 궁전을 살펴보았다. 높게 우뚝 솟은 궁전은 보
석 기둥으로 떠받쳐져 있고, 그 궁전은 칠보와 갖가지 보석으로 장엄되었고, 아름답고 단정한 시녀들이 공손한
마음으로왕을시중들고있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악업을 지은 자가 이러한 업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많은 권속과 시녀
들의 시중을 받고, 대왕으로서의 지위와 권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런 육신과 부귀와 자유 자재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그런일은있을수없습니다.”
“착한이여, 나는환幻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느니라. 나의 국토에 사는 중생들이, 살생이나 투도, 망어, 사
음하는 자가 많고, 음욕으로 나쁜 뜻을 품고, 삿된 소견을 가진 자가 많기 때문에 다른 방편으로는 나쁜 업을 버
리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중생들을 조복시키기 위해, 나의 신통력으로 악한 사람으로 화하여 모든 죄업을
지어 가지가지 고통을 받게 하여, 나쁜 짓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이 형벌 내리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게
하며, 겁내는 마음을 먹어 나쁜 업을 끊고 보리심을 내게 하려는 것이니라. 나는 이러한 방편으로써 중생들을 이
끌어, 열 가지 나쁜 업을 버리고 열 가지 착한 도를 행하여 필경에는 일체의 고가 없고 안온한 일체의 지혜의 땅
에머물게하노라.
착한 이여, 나는 일찍이 한 중생도 해친 일이 없었느니라. 미래세가 다하도록 무간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을
지언정 한 생각이라도 모기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를 괴롭게 하려는 생각을 내지 않았거늘, 하물며 공덕의 씨앗을
가진사람이야어떠하겠느냐.
착한 이여, 나는 오직 환幻과 같은 해탈을 얻었을 뿐이다. 가거라. 여기서 남쪽에 묘광이라는 도성이 있고, 거
기에대광이라는왕이있다. 그왕에게가서보살이어떻게보살의행을배우며닦는지를물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