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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가장큰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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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정안 2006년 10월 296호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남을 만한보시를한적이없다. 재물 보시라 하면 기껏 승가원 복지시설인‘소쩍새 마을’에 매월 약간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정도이다.하여서 나는 보시라는 개념을 바깥
으로만 보지 않고 나와 가장 가까운가족들에게서찾아볼까한다.
나에게는 이십여년을 한결같이나를 사랑하고 나만을 해바라기처럼바라보고사는가족이있다.
아내 지월심. 대학 1년생 딸 상락행. 고2년생아들청봉. 이들에게 얼마나 많이 보시를 행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기로했다.아내에게, 또 자식들에게 항상웃는 얼굴, 자애로운 말로써 대하였는가. 절대 아니올시다. 나는 가장이라는 미명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는 가족들에게 사랑의 보시를 행하면서 살아야겠다.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다고한다. 재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이다.
신시身施: 몸으로 봉사하는 것이다.몸. 참 편한 물건이다. 이 집 안에서만은제일편한게내몸이다.
누워 있건 앉아 있건 그 자리에서 물한잔, 하면물도가져다주고, 밥먹으세요, 하면 차려준 밥상에 먹어주기만 하면 되고, 아내가 청소하면발만 들어주면 되고, 손가락으로TV리모콘이나눌리고.
아내가뭘하든꿈적도않는다.이제는 몸을 많이 써서 아내의 힘든가사일을도와줘야겠다.심시心施: 남에게 동정심이나 따뜻한마음을베푸는것이다.아내는 내 관심 끄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봐서는 별것도 아닌데 별나게호들갑을떤다.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서 뜨거우면 데었다고, 칼질을 하가약간만 베어도 피가 난다고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나에게 동정심을 구한다.
그럴 때 난 무뚝뚝하게 한마디.“뭘 그걸 가지고 그래. 나는 일하면서 얼마나 많이 다치는데, 이 봐라 다리에 멍든 거, 손에 물집 잡히고굳은살박힌거.”아내의 머쓱한 표정이 새삼 안쓰
럽다. 앞으로는 아내가 그럴 때‘호’하고 입김이라도 불어주면서 위로해주고관심을가지고대해야다.안시眼施: 눈으로남을바라볼때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나는 눈에 콤플렉스가 있다. 원체눈이 작아서, 조금만 눈을 옆으로돌려보면째려본다고한다.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굳어진 얼굴이 잘 펴지지 않는다. 그러니 얼굴에 웃음기가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럴 때 아내는 눈치를 본다. 그러다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만날 화난 표정을 짓는 이유가 뭐냐고 따진다. 밖에서 쌓인 것을 왜 집에까지가지고 와서는 아내에게 불편한 마음을 줄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거울 앞에서, 저녁 퇴근 때는 엘리
베이터 안 거울 앞에 서서 웃는 연습을 한다. 내 작은 눈 웃음으로 아내에게기쁨을주기위해서.
화안시和顔施: 온화한 얼굴 표정으로남에게도움을주는것이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내나 아이들에게 항상 근엄한 폼만 잡고 살았던것같다.
간혹 법회 때 나를 잘 모르시는법우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정안 거사만 보면 오백나한이 생각난다’고.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오백나한의미소 뒤에 감춰진 나 비밀을 아내이외는아무도모른다.앞으로는 겉과 속이 같은 평안하고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아내와아이들 또 주변의 이웃들을 대해야겠다.언시言施: 남에게 친절하고 따뜻한말을해주는것이다.나는이중인격자이다.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많이 재잘거리지만 정작 집에만 들어서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아예자물통입이다.항상 아내는 나에게 너무 무뚝뚝하다고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말도 잘 하면서유독 집에만 오면 입을 닫아버리는나를참이해하기힘들단다.
동문회 법회에 가끔 참가하고 집으로가면꼭부부싸움을한다.“당신 거기서는 말씀도 잘 하시
네.”아내는 항상 시시콜콜 종일 있었던 일들을 화제삼아 이야기하면서
내 입이 열리기를 바라지만 난 그냥들어주는편이다.늘 아내에게 둘러대는 변명은“개그맨들도 집에 가면 말 한마디 안한대.”그럴 때 아내의 공갈 협박,“ 당신수련회 동문회 카페에다가 당신의
진실을폭로해버릴거야.”“여보세요. 그것만은 제발 하지마.”
아내는 그럴 수 있을 만큼 당차지못하다.오늘부터라도 아내에게 조곤조곤 애정이 깃든 대화로 기쁨을 줘야겠다.상좌시床座施: 남에게 앉을 자리를 찾아주거나 양보하거나 편안하게해주는것이다.
집에서 제일 편안하고 좋은 자리는항상내차지이다.TV를 보거나 차를 한 잔 마실 때나 식사를 할 때나 잠잘 때도 편안한 자리는 내 차지다. 난 이 집의 가장이니까. 내일을 위해 오늘 최고로
편한자세로쉬어야한다.그렇지만 아내는 불평하지 않는다. 아내도 좋은 자리 편한 자리에
서 쉬고 싶을 것이다. 고정된 내 자리를아내에게물러줘야되겠다.방사시房舍施: 남에게 자기의 방을 이용하게 하거나 집에 와서 쉬거나편안하게묵게하는것이다.이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보
니 나는 아내에게 우리 집에서 얼마나편안하게쉬도록하였을까.아내는 이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
을 위해서 잠시도 쉴 새가 없었을것이다.남편 출근 뒷바라지, 아이들 등교뒷바라지, 집안 청소, 집안 대소사챙기기 등등 잠시도 편한 날이 없었을것같다.가사노동도 가치로 따지면 남편
수입의 80%라고 하는데, 아내에게 쥐꼬리만큼의 월급을 가져다주면서 너무 권위와 허세를 부린거 같다.아내가 이 집에서만은 최고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바깥일을 우선으로삼아소중하게여긴다.그렇지만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것은가족이라는울타리이다.그 울타리 안은 근심과 걱정으로가득한데, 바깥 세상만 평화로우면참다운 삶을 산다고 할 수가 없을것 같다. 가족들에게는 사랑과 자비의 행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밖에서 그런 행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옛말씀에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하지않았던가.
먼저 집안을 편안하게, 가족들이아무런 근심 걱정 없도록 보살피면서 외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해야하지않을까.부처님의 제자로서 한치의 부끄럼 없이 내 가정을 불국토로 만들고내 가족 모두를 부처님 품 안에서안락을 누리게 하면 그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 온 세상이 평화로워지리라생각한다.내 인생에 가장 큰 보시는 나를사랑해주는 착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내 모든 사랑을 다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