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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엽신葉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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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설세설 - 영덕 2006년 10월 296호
가을엽신葉信 여름내 지켜보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을 매어달고 부풀어 오르며 풍성하고 황홀하게 꽃을 피워
올리던섬초롱꽃, 머뭇머뭇하는사이어느새군락지를이루는치열한삶의외경. 평화로워보이는순한얼굴
과는달리그것은하나의전투였습니다.
풀꽃도 저리 사는데. 하루라는 시간의 에네르기와 일상의 역학적 관계를 생각해보며 무익하게 보낸 하루
에대한반성과자책속에시월을맞이합니다.
무구한 하늘, 여리게 비친 낮달. 새털구름. 눈부신 모래언덕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자 돌아서 나갈 수 없는,
살고싶으면걸어야하는사막의긴횡단. 아득한그길위에서보고싶습니다.
별빛을 보고 길을 찾으며 최단거리의 직선을 긋고 앞사람의 발걸음을 놓치지 않으려 허덕이며, 여기서 뺏
기고저기서빼앗으며약탈의생리에도익숙해지며, 오로지살아남기위해한걸음이최상의의미가되는, 앞
만 바라볼 뿐 그 이상의 최선은 없는 극한의 삶. 진부한 삶의 두께와 둔탁한 표피에 진력이 날 때 어쩌면 사막
을통한일탈의행로를꿈꾸어보는지도모르겠습니다.
에둘러 먼 길에 묻히며 반복과 타성의 먼지에 쌓여 사유思惟를 잃어버린 하루에 대하여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습니다. 왜 이리 무력하게 절망하는지. 싸아한 새벽의 야기 속에서 퍼뜩 정신이 들 때 언제부턴가 슬픔을
통한자기정화의힘을잃어버린자신을느낍니다.
이 나이 되도록 정작 소중한 것 하나 갈무리하지 못한 남루함.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합니다.
산과 산 사이 늘 그만큼의 거리, 좁혀지지 않는 산그늘. 때로 동일한 고독감이 하나로 묶어주는 사이. 하나의
끈에묶여있는수많은 감정들.
그것이 걸러져서 순일해지고 일심으로 귀향하도록 다만 눈을 감고 깊이 바라보는 일로 소진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당당하고침착한모습으로평화로운듯, 조용한내면의연기.
어차피 인생은 한 마당 연극입니다. 이 가을 운문문언의 일갈은 부끄러운 자신을 후려치는 아픈 매입니다.
‘우주의절대적인진리를파악하고있는사람에게는매일매일이참좋은날일따름이다.
불길할 것도해로울 것도없는 그야말로일일시호일인것, 영원한 미래에대해 뭔가자기 나름의의견이 있
으면말해보라. 그대!’□
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