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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로 인이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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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인 2006년 09월 295호
해인사로 인이가 와요! 나같은바보나몰랐을까?
무릇 천도라 함은 돌아가신 분들
의 명복을 빌고, 그분들을 극락세계
에 왕생토록 하고자 후손들이 부처
님의 대자대비 원력 속에 지극한 정
성을 얹어 각자의 조상들을 구원하
는 광명의 재라는 것을 불자들이라
면누구나알고있는것이다.
이처럼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 재
고 저것 재고, 생각하고 알아보느라
선뜻 올려 드리지 못하는 불자들도
있고, 백중일에 맞추어 49일 동안
올리는 천도재와는 엄연히 다른 이
지극한 정성의 1029일 천도재가 열
리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올리는
불자도 있고, 나같이 불교가 무엇이
고 절이 어떤 곳인지조차 모르던 사
람이 인연이 닿아 동참하게 되고 비
로소배우는경우도있다.
나는 불교의 교리도 스님들의 세
계도 불자의 세계도 그 어느 것도
가까울 기회가 없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무종교인으로서 크리
스마스 때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
하며 가까운 분들에게 카드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부활절에는
계란에 예쁜 그림을 그려 지구촌 어
디에선가 병든 몸의 완쾌를 빌어주
는 시간을 보냈고, 음력 사월 초파
일에는 부처님의 탄신을 기뻐하며
이웃이 가는 절에 함께 가서 참배
드리고 떡과 음식을 먹고 온 것이
모두이다.
길을 걷다가 스님이나 수녀님이
지나가시면 맑고 고움이 느껴져 어
느 집 앞 탁발하시는 스님의 경소리
가 들리면 조용히 지나드린 게 고작
이다.
오십이 넘어서도록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살던 내가 우연이든 필
연이든 해인사 1029일 영가 천도재
에 동참하여 올리게 되었던 제1차
천도재부터 해인사와의 인연이 시
작되는데, 1차 천도재 때는 미국에
서 살고 있는 언니가 잠시 한국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는 동안 관광차
해인사에 들렀다가 천도재를 올렸
는데 얼마 후 본국으로 재발령이 났
다. 막내인 내게 회향일 까지 시간
나는 대로 가보라는 부탁을 하고 언
니는 미국으로 떠났다. 회향일 까지 사경한 경전을 소대로 이운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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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대신 내가 정성을 들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댁, 친정 다 올
리는 해인사 천도재에 바로 나의 할
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를 올려놓았
기때문이었다.
제1차 천도 회향일이 11월 초였
는데 그때는‘세민’주지스님이 계
셨었다. 그분이 회향하는 날 제2차
천도 입재를 말씀하시게 되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절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단어를 몰라 제대로 알아듣
지를못했었다.
세민 스님께서“여기 모인 모든
불자님들! 오늘 회향과 아울러 모두
2차 천도재에 입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실 수 있죠?”라고 물으셨다. 그
때 나도 대중들 틈에 끼여 큰소리로
“예”라고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게바로2차천도3년간의언약을다
짐 받는 질문이셨고 나의 대답‘예’
는 앞으로 3년 동안 다시 조상님들
의 극락왕생을 빌어드리겠다는 언
약의 답이었다. 회향과 입재라는 두
단어만 제대로 알았어도 그렇게 쉽
사리 큰소리 내어 언약을 올리지 못
했으리라. 내가 사는 곳과 가야산과
는아주먼거리이니까….
그렇게 시작한 2차 천도도 정성
부족, 마음 부족 모든 것이 부족 그
자체인데 엄벙덤벙 지나가 버리고
1029일 중 이레만이 남아 있다. 어
쩌랴! 부족한 나를 어쩌랴. 자자손
손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위해 선조
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놓은 팔만
대장경이 살아 숨쉬는 이 곳 해인
사!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각 전의
부처님의 품 안에서 우리네 조상님
들의 극락왕생 이루시고 살아 있는
우리에겐 부처님의 가르치심 끝없
이 주시온데 이토록 부족함 속에서
천도재가 마쳐지는구나! 눈덩이같
이 부풀어 오르는 후회와 부족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서운함에 가슴
이텅빈것같다.
아하! 해인과의 육년, 조상님들과
의 육년, 이 육년이 알게 모르게 나
를 많이 가르쳤구나. 나에게 너무나
큰것을주었구나.
‘조상님들이 묻혀 계신 곳이 편안
하신지, 그렇지 못하신지 혹시나 우
리네 정성이 부족하여 구천을 떠도
시는 게 아닌지? 이웃 어느 집 조상
은 배고파 죽겠으니 밥 달라고 꿈에
오신다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넉넉
히 드시는지. 여름, 겨울 채비 차릴
옷은넉넉하신지.’
이 모든 걱정 근심이 한 가지도
남아 있을 수 없던 것은 바로 1029
일영가천도재의그늘이었네.
이보다 더 큰 것을 내 어디 가서
구하고 얻을 것인가! 3차 천도재가
열린다니 부족한 정성 부족한 마음
까지 다시 한 번 정성 들여 소멸할
수만 있다면 부처님께서 주신 가피
중에대자대비가피가아니겠는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작년에떠나신오빠!
해인사 일주문이 가까워지면 한
분 한분 또박또박 부르면서 몇 마디
말씀올린다.
“‘인’이가왔어요.
‘인’이 가요. 제3차 1029일 영가
천도재에 말이에요. ‘인’이가 극락
왕생 광명‘재’지내러 해인사에 왔
어요.”
아버지!
이렇게 그리워만 하던 아버지를
언니가 연 이어준 해인사 1029일영
가 천도재에 올려 드리고 나서는 나
도 모르게 며칠씩 잊어버리고 지나
다가 문득, “아버지! 어머! 며칠 동
안 아버지 생각을 안 했었네!”나도
놀란다. 서서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
움과 생전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부처님 전에 그리움
과 아쉬움을 마음 놓고 덜어 놓은
탓으로‘재’한번 지내면 지나간 거
리만큼‘평안’으로 잠자게 된 것이
다. 백방으로 정성을 다 하지 못하
여 아버지를 떠나시게 한 것 아닌가
싶어 헤 집어지던 딸아이의 고통을
부처님 전에 조금씩 조금씩 덜어놓
고 오면 부처님께서는 쉼 없이 덜어
놓고 간 보따리를 죄 풀어보시고 어
이없고 기 막혀도 돌아앉지 않으신
다. 뭐라고 뭐라고 소원하여 정성을
다해 빌면서 조상님들의 극락왕생
을 바라면 지그시 눈을 뜨신 채 근
엄히쳐다보고계신다.
재지내는날은장관이다.
모든 대중들이 각자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정성을 다 하고
자 법당 안은 발 딛을 틈도 없이 가
득하다. 걸어서 한참 지나가야 하는
길고 긴 제상 위엔 온갖 과일과 떡
이 높이 차려져 풍성하다. 그뿐이
랴! 매주 깨끗이 목욕하시고 고운
옷 갈아입으시면 부처님 세계에 극
락왕생 이루시게끔 해인사 전 도량
안 기운이 차분히 숨을 쉰 대적광전
큰법당에서는 우리 모두의 조상님
들 함자가 적혀 있는 까만 책을 많
은 스님들께서 한 장 한 장 읽어 넘
어 가시고, 옛날 얘기 비슷한 내용
이 담긴 경인데 굉장히 엄청난 경으
로 이름이《관무량수경》이다. ‘노
전’스님께서 읽기 시작하면 모든 대
중들이 일제히 따라 읽는다. 때마다
정성스럽고 때마다 우렁차다. 그렇
게 울려퍼지는 경소리와 함께 대중
들 차례 지어 한 사람 한 사람씩 조
상님들께 잔 올리고 절 올린다. 나
는 항상 절을 올릴 때 큰절을 올렸
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집간 언니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께 친정 오면 큰절을 올려봤
지만 나는 막내라 한껏 설날 세배만
올려 큰절을 단 한번도 올리지 못했
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고 긴 제
사상에 잔을 올릴 때 얼른 작은 소
리로 말씀드린다. 높이 쌓아 올린
배를 쳐다보고 위패함 안쪽을 쳐다
보고“할아버지, 아버지! 배! 좋아
하시던 배 드세요.”할아버지, 아버
지 두 분께선 모두 과일 중에 시원
한 배를 가장 즐기셨다. 때문에 잔
올릴 때면 생전에 좋아하시던 배를
마음껏 넉넉히 드시고 가시라고 제
딴엔 빨리 신호를 보내는 턱이다.
매‘재’마다 이렇게 똑같이 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이력이 나서 말
로써 신호를 보내지 않고 눈으로만
‘위패함’쳐다보고‘배’쳐다보고
입술을 힘주어 꼭 다문다. 그리고는
빨리 돌아와서 경책 높이 들고 예불
때와는 달리 구천세계까지 울려퍼
지도록 큰소리로 또박 또박 외우고
큰일을 해낸 것처럼 씩씩한 모습으
로 자리를 정돈한다. 꼭해야 할 일
을 이제라도 하게 된 것이 고맙고
고마울뿐!
무엇이걱정이랴!
턱 밑에 바짝 붙어 젖 달라고 우
는 아가에게 젖 안 줄 어머니는 없
지않은가!
대자대비 부처님의 원력에 지성
으로 기도 올리면 삼천대천세계가
이어지고 사별로써 못 다 이룬 가슴
저린 마디들은 1029일 해인 천도재
에닿으면풀어질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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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의 아픔과 어려움을 겪는 많
은 분들에게‘천도의 답’을 드리고
싶다.
인이가 재 마치고 가는 길은 콧노
래가 흐르고 흥이 차 있다. 부처님
세계를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
로 더듬거리다 떠나듯, 순서도 법도
없는 무법의 기도를 올렸듯, 어깨에
멘 빨간 배낭에는 멀리서 왔다가 멀
리 또 가야 하니 차 안에서 먹으라
고 자월행 보살님이 챙겨 넣으신 작
은 떡 봉지가 들어 있고, 떠나는 모
습 보고 낯익은 절 식구들이“잘가
요!”“이제 가세요?”인사 나눠 주
신다. 나는 밝게 웃으며 다음 재 때
뵈요! 그 밝음 반쪽은 내심 조상님
들께 경 읽어 드리고 잔 올리며 큰
절 했다고 큰 일 해놓고 가는 듯 우
쭐의경쾌다.
잠시, 흥흥거림을 멈추고 사천대
왕님께 소중히 절 올리고 일주문만
나서면 다시 콧노래에 혼자 좋아 씩
씩하다.
법보종찰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품 안에 조상님을 모시고 천도를 올
린 것이 이 세상 그 어느 대궐보다
도 가장 연휼한 대궐에 선조들을 모
신것같아혼자좋아‘흥흥’이다.
산길을 거의 다 내려오면 해인박
물관 넓은 광장에서 하늘을 쳐다보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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