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정치와개혁, 개혁주체의개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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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6년 08월 294호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지
만, 오는 10월로 예정된 제14대 중앙종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종단정치권의 움직
임이 분주하다. 특히 중앙종회 내 종책연
구모임들은 종회를 비롯한 여러 회합을
통해 내부 정비를 해나가고 있다. 주목되
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94년 의현 총
무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개혁 종단’
을 출범시킨 스님들이 다시 연합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총무원 주변에서는
‘개혁연합’의형성으로보고있다.
이럴 즈음에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거
취를 직접 거론하는 한 스님의 신문논설
이 발표되고, 인터넷신문들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종단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음
을 알리고 있다. 이 글은 총무원장 지관
스님 주위를 해외원정 골프, 도박을 즐기
는 스님들이 둘러싸 학승으로서 명망을
쌓아온 지관 스님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
을까 염려하며, ‘하이에나’같은 권승들
을 물리치지 않겠거든 차라리 용퇴하는
것이좋다며직설적으로표현하고있다.
다수의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종단정치
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다. 어떨 때는
혐오의 대상으로도 여겨진다. 그 동안 종
단정치를 담당해온 스님들이 이해관계에
매몰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통
해 종단의 발전적인 미래를 제시하지 못
했다는 인식이 종단정치를 멀리하게 만
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의 획득 및 통치 과
정이 무력과 폭력을 주요한 수단으로 채
택하였던 경험이 정치를 어둠과 음모의
자식쯤으로여기는데기여하였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지만, 혐오의 대상
이지만, 종단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며, 집
단을 이루는 한 정치는 불가피한 과정이
다. 어디에나 정치는 일상으로 존재하며,
불교계라고예외일수없다.
정치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나라를
다스리는 일 또는 국가 권력의 획득·유
지·행사를 위한 투쟁이나 조정”이라고
요약되지만, 그 범위가 반드시 국가라는
단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국가라는 가장 제도화된 집단 속에서 전
형적·집약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지만,
“오늘날의 정치는 영역을 국가에만 한정
시키지 않고 국제사회 혹은 각종 집단의
정치행위로까지 넓히고 있다. 오늘날에
는 정치를‘집단의 정책(의사)결정 과정’
이라고 보는 견해 혹은 이것과 비슷한 규
정방식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 경우
집단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사회집단이나 국내적·국제
적 단체를 포함한다. 정책결정과 의사결
정이 동일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으
나, 의사결정 쪽이 더 넓은 뜻으로 쓰이
고있다. ”(야후백과사전)
정치는 한 사회 또는 집단의 전체에 영
향을 미친다.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
치와 다른 영역, 즉 경제, 문화 등의 분야
도 그렇지만, 정치는 제도적으로 용인된
경제력과 강제력, 물리력, 때로는 선전
수단을 동원해서 정치적 목적을 이뤄간
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폭력과 권
모술수가 정치 과정에서는 하나의 수단
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이에 대한 폭로와
저항이 권력의 반대편에서 일어난다. 따
라서 저항 또한 정당한 정치 행위에 속하
는 것이다. 정치가 부정적인 요소들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치에는‘미래 형
성 기능’이 있다.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상태의 부족한 점을 개선
하고, 인간의 공동생활을 위해 쾌적한 환
경을 조성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설계
하는, 즉 미래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한
다.”(야후백과사전)
중앙종회는 종단 내 의사결정, 즉 종단
의 미래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다. 중앙종회법 제2조(권한)에는 입법 및
대의기구로서 중앙종회에 19개 항에 이
르는 심의·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종
단 내에서 이렇게 포괄적인 분야에 막강
한 권한을 행사해 종단의 미래를 형성토
록 하는 기구는 중앙종회 외에는 찾아볼
수없다.
(1.종헌 개정안, 2.종법의 제정 및 개
정, 3.원로회의의원추천, 4.총무원장, 교
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선출. 다만
총무원장의 선출은 종헌 제52조제2항과
제3항에 의하여 행한다, 5.호계위원, 법
규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선출…)
이런 중앙종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행
사를 앞두고 있으니 종단정치권이 분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 중앙
종회의원 선거는 개혁-반개혁의 구도 속
에서 치러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런 분석은 94년 종단 개혁을 이끌어낸
그룹의 연합에 근거하고 있다. 총무원장
스님의 거취를 직설적으로 거론한 것도
이런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와 무관치
않다고보는시각도많다.
총무원장 스님 주변에 해외원정 도박
과 골프를 즐기는 스님들이 있다면, 이는
분명히 불행한 일이다. 종단 내의 갈등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종단 내외의 변화하
는 상황을 분석해 대처하고 미래에 대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노심초사하며, 사사로운 이익에 빠지지
않도록 행동을 삼가며, 제방의 지혜를 모
아 청사진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에 밤을
낮으로 삼아 일해도 모자라는 형국이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 도박과 골프를 즐긴
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행태이다. 만
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은 지금
당장 공직에서 떠나야 하며, 불조와 종도
들에게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이후로는
참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수행자로서의
자존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유
일한선택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
치의 역사에서 부도덕·부패 스캔들은
사실로 확연히 드러나기 전에는 떠도는
소문이나 정치적 음모 이상이 되지 못했
으며, 스캔들 때문에 권력의 자리에서 물
러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원정 도
박과 골프를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
다시 거론되었는데, 결론은 여전히 비정
형적이다.
개혁-반개혁의 구도가 성립되기 위해
서는 개혁을 주창하는 그룹의 개혁성이
그 전제이다. 개혁을 위한 아이디어와 프
로그램이 뛰어나고, 실행을 뒷받침할 여
러 수단을 확보했을지라도, 일거수 일투
족에 개혁성이 배어 있지 않다면 개혁으
로 나아가지 못한다. 개혁 주체의 개혁성
이 전제되지 않은 개혁은 정치적 수단 이
상의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심하게 표
현하자면, 개혁을 빙자한 정치권력의 획
득과다르지않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일은 그
것이 가져올 분명한 이득이 있을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개혁들은 이용
가능하게 되는 시점에서부터 널리 채택
될 때까지 수년간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한
다.”30여년을 한 사회나 조직 내에 새로
운 개혁이 어떻게 확산되어 가는가를 연
구한 <개혁의 확산>의 저자인 에버렛M.
로저스의 지적이다. 로저스의 지적에 어
느 정도 동의한다면, 불교 개혁을 표방하
는 주체의 지속적인 개혁성이 개혁의 관
건이다. 개혁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 개혁
적인가를 물어야 한다. 개혁은 종단 발전
의원동력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