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아침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숲의 고요가 아슴하고 밤새 긴 묵상에서 일어서는 나무들의 등허리에 세
월의 연륜이 보인다. 밤새운 정진으로 초췌하지만 더 없이 맑은 기운의 선승들이 새벽 안개 속에 우뚝이 서
계신 모습이다. 나무를 선승이라 하고 선승을 나무라 한들 틀린 말이 아니다. 애당초 나무도 선승도 없는데
어디에 시비가 붙을 것인가. 누가 밤과 아침을 관여하는가. 하늘이 하는 바이어서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인
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그 일의 정해진 양을 알 수 없지만 때때로 복을 지어 조금 더 늘리기도 하고 재앙을
녹여 적게 받기도 한 예가 삶의 갈피 속에 더러 있다. 하늘에 있다고는 하지만 하늘이 곧 사람이니 결국 스스
로 지은 업의 그림자를 스스로 받는 것에 불과하다. 아주 지혜로운 자라야 자신에게 닥친 일의 경중을 알고
소중한것을덜어더소중한것을붙잡을수있으나그것마저도끝이있어정해진곳으로돌아가는것이순환
의 삶이다. ‘이 짧은 생, 정말로 허송세월하지 마시오.’비수! 심장을 향하여 베어오는 칼날이다. 명明나라 원
황의 <요범사훈了凡四訓>을 몇 해 전에 이상우 님과 김지수 님이 옮기어 각각 <불가의 인생론>과 <운명을 뛰
어넘는 길>로 펴낸 바 있다. 몇 번을 거듭 읽고 자신의 공과격功過格을 만들어 실천하며 지인들에게 필독하기
를 권하는 소중한 책이 되었는데 우연하게 삼보제자의 공양으로 정공 법사의 요범사훈 강술집을 만나게 되
었다. 평소 정공 법사에 대한 존경이 깊었고 그분께서 제목을 쓰신 <대방광불화엄경과문표해>를 보며 세밀하
게드러낸각단의요지에감탄하던터인지라 배나반가운마음으로책을만났다. 어려운시대를살아가는사
람들에게 인연과 과보를 가르쳐 자기 속의 본성을 알고 참되고 성실한 일상 속에서 지혜롭게 공덕을 성취할
수있는길을제시한지침서이다. 범부의일을마치고성현의경지에이르고자하는이들은반드시만나보아
야 할 책인 것이다. 더운 여름 최선의 피서방법은 오래 읽어 손때 묻은 책과 다듬지 않은 자연석 서너 점 놓인
서재에서 좋은 책 몇 권을 벗하여 해후를 푸는 일이다. 덥지 않은 곳을 찾아 나서느니 더위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몰두할수있는일을갖는것, 그일이삼천가지선행을실천하는길이라면더욱좋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