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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팍 공원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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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6년 06월 292호
그리피스 팍 공원 전경 늦은 봄에 태풍이 지나간다는 요란한 일기예보가 있
었다. 5월에 비가 내리는 것도 이상한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 올해는 정말 이상기후인가 보다. 요란한 예보와는
달리 한밤중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는 것으로 조용히
끝났다. 한동안 나른한 봄기운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란 책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제이미 제파라는
평범한 캐나다 여자가 대학을 졸업한 후 지루한 일상에
서 벗어나고 싶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탄의 영
어교사를 자원하여 그곳에서 부딪히는 삶의 다른 모습
과 그리고 그곳에 적응하면서 느낀 내용을 적은 수기 형
식의책이다.
부탄은 히말라야의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미지의 불
교국가로 왕정국가이며 자신들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
전 국민이 민족 고유의 의상을 입도록 되어 있다. 계곡
마다 또는 부족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이 나라에서
쓰는 말이 200여 개가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통일성
을 기하기 위하여 모든 학교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독특한 나라이다.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자국 문화를 보
호하기 위해 연간 관광객도 만 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기
그리피스팍공원의아침
때문에아무나이나라에들어갈수없다.
저자는 처음에는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두려움 때문
에 부탄에 온 것을 후회하고 곧 돌아가고자 하였으나 처
음 대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곧 자신보다 나은
선생님들임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어떤 물건이라도 소
중하게 생각하고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으며 몇 시간을
걸어 학교에 와도 언제나 명랑하고 건강했다. 후에 대학
으로 옮겨간 제이미는 부탄이 처한 정치적인 문제들을
가슴 아파하면서 점차 부탄 사람과 그 문화 등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한편 그녀는 개인적으로 불교도로서 정
식으로 계를 받고 끊임없이 붓다의 가르침을 읽고 조용
한 곳에서 명상을 즐기며 신이나 성직자에 의지하지 않
고 오로지 스스로에게 의지하여 진리를 깨우쳐 나가는
데 전념한다. 이러한 자신 내부로의 변화는 곧 부탄에
대한 따뜻한 그리고 깊이 있는 이해로 받아들여져 부탄
인과 결혼하여 그곳에 남는다. 삶의 물질적 풍요만을 좇
아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
지를 주는 것 같아 책을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올 봄에는 우리집 일요일 아침에 작은 변화가 하나 생
겼다. 대체로 늦잠을 즐기는 우리 가족은 토요일 늦게까
지 영화를 보거나 각자 놀다가 아침 9시쯤 일어나 준비
하고 절에 가는 것이 일상사였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갑자기 절의 어른들을 따라서 일요일 새벽마다 일어나
서 산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우리들을 뒤로
하고 혼자서 일어나 준비하고2시간 산행 코스인 그리피
스 팍 공원을 따라나선 것이다. 공원이라 해도 이곳은
웬만한 높이의 산과 맞먹는다. 이 산의 뒤쪽에 있는 도
시와 LA와는 온도 차이가 확연히 다를 만큼 높은 산이
다. 우리에게는 헐리웃 (HOLLY WOOD)이란 싸인 보드
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언제나 이 싸인 보드와 함께
이산은LA의얼굴역할을해왔다.
산에 오르는 등산로는 수십 개가 있어 늘 사람들로 북
적인다. 입구에는 천문대가 있으며 그리고 야외극장, 동
물원, 경마장이 있다. 이곳에서 동우회끼리 체육대회를
하기도 하고 새해 아침에 한국인들은 이곳에서 망향제
를 올리기도 한다. 사시사철 꽃들이 가득하고 특히 이곳
에 올라와 보는 시내 전망은 일품이다. 혹자는 큰 도심
에 있는 공원의 규모로 친다면 이곳이 세계 제일로 크다
고도한다.
아이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한 달 가까이 다니면서
너무나 예쁜 꽃들이 많았고 그것들을 헤치고 걸어다녔
다고 하면서 우리도 같이 같으면 했다. 몇 차례 권유를
받다가 드디어 우리 부부도 아이와 함께 동행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모이는 장소에서 법우님들과 함께 산을 오
르기 시작했다. 가끔 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가보지 않
은 오솔길로 갔다. 이날은 전날 비가 내려 아침까지도
안개가 자욱해서 시내는 볼 수 없었지만 깊은 산 속에라
도 들어온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도 나름대로 좋았다.
아이는 익숙하게 어른들을 따라 걸었고 걸으면서 나에
게 보여주고 싶었던 꽃들을 가리켰다. 오솔길에는 유채
꽃이가득피어있었다.
이른 아침에 벌써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았
다. 한국 사람들에게는“안녕하세요”, 외국인에게는“굿
모닝”하면서 아침부터 만국의 공통언어인 미소가 오고
간다. 늙은 부부의 모습, 그리고 여러 친목회에서 나온
듯한 중년의 사람들, 젊은 연인,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
들, 주인과 함께 뛰는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
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여유있는 일요일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땀까지 흘리면서 정상 부근까지 올라
오니 벌써 내려가자고 한다. 부지런한 법우님께서 컵라
면에 김치 그리고 커피까지 준비해 오셔서 산 아래서 모
두들 맛있게 먹었다. 아이는 아침 산행의 목적이 내년에
있을 LA 마라톤에 나가기 위한 체력단련이라고 말하지
만 산에서 내려와 먹는 컵라면이며 어묵국 때문이 아닌
가하는생각도해보지만그속을누가알겠는가.
집에돌아와여유있게준비를하고절에갔다. 비가와
서인지 신도님들은 많지 않았지만 나는 오랜만에 맛있
는 점심을 먹었다. 몸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벼워지나 보
다. 당분간 일요일 아침에는 아이를 따라 나서 볼 생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