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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행복한 미소' 성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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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삼소 - 정영 2006년 06월 292호
성전스님
오전 9시, 불교방송국 스튜디오.‘ 방송중’이라는 글자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스님의 편안한 목소리와 함께
‘성전 스님의 행복한 미소’의 문이 열렸다. 음악을 소개하고 사연을 읽어내는 말씨는 특별할 것 없이 여겨진
다. 편안하다는 얘기다. 방송이라는 틀을 잊게 만들고 마치 곁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조미하지 않은 채소를
입안에서우물거리는맛이다. 여유를부리는것이아닌말그대로여유로운방송, 그렇기에또다르게특별한
방송, 그래서 사람들은 성전 스님의 방송을 좋아하는 걸까. 내용과 형식이 따로 갈 수는 없는 법. 스님이 늘 방
송에서하는말의내용도마음의여유, 즉미소다. 행복이다.
갑자기스튜디오에막막한정적이찾아들었다. 애청자의절절한사연을읽던스님이갑자기목이메어말을
멈춘것. 일순스텝들사이에선알수없는고요와함께당황스러움이말없이부산하다. 진행자가그렇게목메
는일이종종있었다는듯프로듀서는음악을잇는다. 그사이손수건을꺼내눈가를닦아내는눈물많은진행
자, 성전 스님. 방송을 다 끝내고 나온 스님께 여쭸다. 누군가가 그립기도 하십니까? 그리움이 사무칠 땐 어쩌십니까?
그러자 스님은 당신도 인간인 걸 잊었냐는 듯 날 슬쩍 쳐다보시더니 답한다. 그립지. 그리울 땐 마냥 걷지.
가끔 부모님 사진을 꺼내볼 때가 있어. 아직도, 살아 계실 때 주셨던 사랑을 그대로 내게 주고 있는 것 같아.
인연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설총에게 원효가 빗자루를 탁 던져주잖아. 설총이 낙엽을 쓰는데 낙엽이 자꾸 떨
어지잖아. 쓸어도 끝이 없자 설총이 그러지. 계속 쓸어야 됩니까? 그랬더니 원효가 그러지. 인연이란 그런 것
이다.
연이어여쭸다. 그런데, 그렇게걸으면해소가좀되십니까? 저는안됩니다.
그리움에 무게가 있나? 그리움 그 자체로 좋은 거 아냐? 설사 내가 한 여인을 사랑했다 헤어져서 그 여인이
그리움으로다가온다해도, 내겐그런것들이무게가있지않아요. 사람과사람사이에는수없이많은끈이있
어. 그런데연인관계가끊어지면모든선들을다끊어버리지. 연인이었어도친구같은느낌도가졌을테고형
제 같은 느낌도 가졌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선은 끊어졌어도 그 외의 부분들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
까그리워도따뜻하지않나. 다시만나도반갑지않겠어? 이해가나?
인연은 그만큼 질기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이해는 가더라도 실천은 안 될 것 같은 얘기였다. 다시 여쭸다.
스님은반가우시던가요?
쉼도없는답이이어졌다. 어, 난반갑던데.
그것이 관계에 대한 스님의 생각이다. 방송 또한 신도들과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매
일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행복한 미소’를 진행한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건 방송이라는
매체가 좋은 포교 수단이라는 생각에서다. 절에서 만날 수 있는 신도의 수는 한계가 있지만, 방송은 먼 곳의
사람들까지도 만날 수 있어 부처님 말씀을 널리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으니.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스님이라면 법당에 앉아 부처님이나 모실 일이지, 혹은 참선이나 할 일이지 무슨 방송이냐고. 스님이 속세의
이야기들에연연하는게맞느냐고. 그러나스님은그런생각은한번도안해봤다. 그런생각자체가무익하기
에. 선지지범개차善知持犯開遮라, 잘 보고 살펴서 열고 닫고 하라는 말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어떤 마음
의자세로하고있느냐가문제. 이런생각이사람이나사물을대하는바른견해라생각할뿐이다.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살아가는 얘기, 작고 작은 얘기들을 하고자 한다. 그런 얘기를 하다
보면 청취자도 진행자도 마음이 열리니. 스님은 그 안에서 자신부터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정해지고 친
근해졌다. 작은 일에도 감동받는 존재가 됐다. 늘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갖고 따뜻하게 살자고 말하다보니
스스로가 그렇게 변했다. 작고 아름다운 얘기들의 힘이었다. 큰 주제나 정의들은 되레 권위로 다가왔기에 감
동을 주지 못했고 스님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작은 속삭임들은 진실한 눈빛을 가지고 와서 위안을 주고 위안
을받아갔다.
스님이 생각하는 수행자란, 만나면 행복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보면 하지 못할 말도 능히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후련해지는. 수행자를 큰 권위로 보곤 하는데, 권위라는 것은 삶의 기만일 뿐이다. 소
소한 믿음이 종교라고 생각하고 소소한 자가 수행자라고 생각한다. 종교나 수행을 논할 때 항상 그 딜레마에
빠지는게되는건삶의문제를방기하기때문, 그렇기에도그마가된다는것이다. 생생하게살아다가오는종
교, 또그러한수행자를만나기위해선삶의문제가중심이되어야한다. 그것이종교를종교이게하고수행자
를수행자이게하고우리에게종교가필요하게끔한다.
스님은 백일도 돌도 절에서 보냈다. 어려서 어머니 따라 등 들고 초파일날 산사를 오르던 기억들이 생생하
다. 살다가어렵고힘들때면늘절에머물렀다. 그러다보니출가라는것이삶의한흐름처럼자연스럽게흘러
왔다. 출가 이전의 모든 삶이 출가를 위해서 흘러왔던 것인 양. 속가의 형님 집에도 늘 스님들이 살다시피 했
다. 스님들이 문 밖을 나서 걸망 메고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고민도 없어 보
이고삶은가볍고자유로워보였다.
사실은속은거지. 다나름대로고민이있고그런데…. 하하하!
스님의호탕한웃음엔자유가있었다. 여쭸다. 그러면스님은지금자유롭지않으십니까?
자유로워. 지금 좋아요. 살아보니까 이 정도의 삶이 없단 말이야. 적어도 우리는 진리나 자유나 해탈에 대해
서 생각하는데, 과연 누가 일상 속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살겠냔 말이야. 돈, 명예, 섹스, 권력 이런 것들
이 생각의 전부가 되어버리지. 불손하고 어두운 생각들 안에서 일생을 살다 마치는 거지. 밝은 생각들을 가지
고밝은삶을사는이들은후에죽어서도밝은윤회의시간을만나게된다고생각해요.
스님도인간이니나름의고민들은있지않으십니까?
우리들 고민거리라는 것은 가벼운 거야. 언제든 탁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고, 그런 마음이 이
미형성되어있어. 조금고민하다가탁치면고민이저쪽으로간다고. 그런데속세의사람들은고민에끌려다
니지. 적어도 나는 고민 앞에서 내가 주체가 돼. 그래서 사는 게 즐겁고 행복한 거야. 출가를 하면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는 단초들이 주어져요. 그러한 단초들을 키우고 안 키우는 것은 자신의 문제지만. 삶의 주
인이되고싶다면출가해요.
스님은 한 달 전 남해도 용문사의 주지 소임을 맡았다. 남해도에 발을 들였더니 푸른 하늘 냄새가 나더라고
했다. 절을 내려가려면 굽이굽이 고개를 따르게 되는데, 첫 고개에선 숲 너머로 바다가 아주 조금 보인다. 두
번째 고개에선 아예 바다가 없어진다. 세 번째 고개에선 바다의 좌측만이 길게 내려다보인다. 네 번째 고개에
들어서면앵강만이품고있는바다가쫙펼쳐져보인다. 처음그길을내려가면서스스로에게말했다. 나는화
엄의 진리를 하나 얻었다. 바다가 길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이 바다를 품고 있구나. 일미진중함시방一微
塵中含十方, 작은 존재 하나가 온 시방세계를 품는다는 것. 그 길을 내려가면서 느낀 것은 크고 작음의 경계가
분별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길이 준 깨달음이다. 그래서4월 한 달은 크고 작음의 경계를 떠나 마음 자리를
보았다. 삶도직선으로만갈것이아니라는걸알았다.
그 길을 따라 절에 찾아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보니 지장보살의 원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도 원력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우리는 탐진치가 주가 되어 살아가는 업력을 가지고
사는데, 세상을 널리 구하겠다는 구세대비의 원력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세상을 향해 이웃을 향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원력이 있으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된
다는생각이다. 원력은남을나와같이보고남을위해서나를기꺼이헌신하겠다는마음을가지는것이니. 여
쭈었다. 그렇다면, 스님의원력은무엇입니까?
나의 원력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좌절과 실의와 불행이 다가와도 능히 그것을
이겨낼수있는행복의힘을지니고살면좋겠다는게내원력이야. 행복한미소를진행하다보면많이웃고많
이울어. 그것이또내원력이야.
스님은 방송 시작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클로징 멘트인‘오늘의 발원’을 쓰는 일이다. 그리고 작가가 쓴
대본을 불교적으로 쉽게 풀어내주는 것도 스님의 일이다. 그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 지난 가을에 출간된‘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라는 책이다. 스님은 그동안‘행복하게 미소짓는 법’‘빈 손’등의 책을 출간하며 맑은 글
귀를써내는작가로도불자들의마음을이끌었다. 늘보고느끼는것을글로쓰는스님의행복한이야기들, 작
고 소박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까 머뭇댈 때 한 마디 툭 건네주는 말이다. 그래서
크고따뜻하다. 스님의원력처럼.
스님이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말은, 마음 바꾸기다. 불행에서 행복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꾸는 일이
라했다. 그래서여쭸다. 마음이한순간에바뀝니까?
자꾸 연습하면 돼요.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수행이고. 불행한 순간에도 자꾸 행복해야지, 행복해야지 되뇌
고억지로마음을돌이키면마음이돌아간다니까. 그런데왜안되냐면, 불행이나슬픔앞에서그냥넋을놔버
리기 때문이야. 불행이 주가 되고 내가 객이 되면 끌려갈 수밖에 없어. 수처작주, 어디서나 네가 주인이 되라.
그러면마음바꾸는일이가능하다는얘기야. 그게수행이에요.
방송국 뒷골목의 한 식당에서 스님과 점심을 먹고 공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스님의 미소는 밥그릇 앞에
서도 커피잔 앞에서도 멈출 줄 모른다. 그 웃음은 소소하고 소탈하고 스스럼없어서 그 품이 큰 새처럼 널찍하
다. 마음바꾸기, 그것이자연의흐름처럼자연스러운일인스님에게서여름냄새가조금씩밀려왔다. 하늘냄
새도났다. 아름다운눈물냄새도조금나는듯했다. 그토록큰냄새가작디작은이야기들속에서솔솔풍겨왔
으니, 나도어느덧미소짓고있다. 이제내원력도미소이려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