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에게 용서를 구함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서지미
2006년 06월 292호

눈에게 용서를 구함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과정 속
에서, 그동안 나는 얼마나 여유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았던가? 아름
다운 계절의 변화, 그 변화의 요소
요소에 올곧한 자기생명을 피워 올
리며 커다란 무리를 연출하는 자연
현상들… 몽골몽골 갓난아이 주먹
쥔 듯한 산수유꽃, 도화꽃, 이화꽃
그리고 새싹 하나 없이도 당당한 나
무들… 얼음땅 딛고 새싹 틔워 올리
는 민들레꽃, 할미꽃, 제비꽃 등
등… 제 각각의 초록으로 춘삼월을
노래하는 새생명들에게 하나 된 눈
길로 여유롭게 친구처럼 바라본 적
이 있었던가? 아주 가끔 지나가다
예쁜 꽃이 있으면“너무 예쁘다”
“아름답다”아주 짧게 말한 적은 있
었지만 친구 같은 눈길로 여유롭게
바라본적은 없었던 거 같다. 자연의
신비로움 속에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장엄하고 있는 모든 생명
들에게 그동안 친구처럼 바라보지
못했던눈에게용서를구함.
귀에게 용서를 구함
매 순간 들리는 소리 소리들. 그
소리에 얼마나 많은 좋고 나쁨의 시
비분별 속에서 살아왔던가? 특히
사회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발설하
는 많은 이야기에 끄달려 다니기를
수시로… 듣기 좋은 소리에는 기분
이 업(up)되었다가 듣기 싫은 소리
에는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심지어
복수심까지 가지고 반칼을 갈았던
적도 있었다. 상사 입장에서 바라보
면 도발적이고 까다로운 후배였고,
지금의 내 입장에서 바라보면 전혀
객관적이지않았던끄달림의현상들
이었던 것 같다. 늘 좋은 소리에 익
숙해지려했던귀에게용서를구함.
코에게 용서를 구함
코끝을 타고 우리 몸으로 들어오
는 공기. 그 공기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여 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
나 숨가쁜 호흡들. 바삐 돌아가는
세상살이, 주요 관심사항도 아니면
서 각종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 사회
구조, 그러한 삶의 굴레들은 핑계에
불과한 거 같다.‘ 단1분의 자기집중
시간도 가질 수 없는가?’반문하여
보면‘아니올시다’로 대답할 수밖
에 없다. 요즈음 참신한 공익광고
하나가 생각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시간, 하루 1분이면 충분합니
다. 담장 밑에 떨어져 있는 신문 던
져주는 시간 6초, 할머니 건널목 같
이 건너주는 시간 23초, 지쳐 있는
직장동료를 위해 커피 빼다 주는 시
간 27초, 버스 안에서 벨 눌러주는
시간 4초.’마음만 낼 수 있다면, 단
1분의 시간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듯이, 나 자신의 호흡에 집
중하여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우
리를 늘 살아 움직이게 하는 허공
속의 공기. 이 공기 속의 산소야말
로 생명의 근원임을 자각하며, 숨가
쁘게 호흡하여 왔던 코에게 용서를
구함.
입에게 용서를 구함
생각하여 보면 참으로 많은 역할
의 입. 첫째로 입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음식들에게 용서를 구함.
잘 익은 딸기 바구니를 앞에 두고
지난 4월 4일에 자칭‘딸기명상’에
젖어 든 적이 있었다. 날씨가 흐리
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렇게 새빨
간색을 간직하고 있는 딸기가 참 예
쁘고도 귀하게 여겨졌다. 딸기가 내
책상 앞에 오기까지 그동안 햇빛과
달빛, 따뜻한 기온과 청정한 물, 딸
기나무와 나무를 자라게 하여준 흙
그리고 아끼며 돌보아 왔던 많은 사
람들의 수고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
듯이 모든 우주의 조화 속에서 각자
의 생명을 이어나가는 식물들 그리
고 동물들, 특히 우리 인간들과 인
연되어 식탁 위에 올려지는 음식물
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그들의 생명
이 헛되지 않도록 주의깊게 살아야
겠다는생각이든다.
둘째로 입을 통해 발설되는 다양
한 말(言)들에게 용서를 구함. 시시
각각으로 발설되는 이야기들. 그 이
야기 속에 지혜의 말 한마디가 섞이
어 나가는가? 따스한 자비의 온기
를 담아 가지고 이야기하는가? 정
말 자신 없는 자문이다. 지식적인
측면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해보
라 하면 어느 정도는 표면적인 정답
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혜적인
측면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해보
라 하면, 어찌 하오리까? 캄캄한 이
중생을! 자비의 온기를 담아서 이야
기 하는가? 이 자문에 대한 대답은
그동안 너무나 많이 들어 왔던 한마
디로 끝낼 수 있다.“ 서지미는 냉정
한 편”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입에
게용서를구해야한다, 끊임없이.
몸에게 용서를 구함
눈, 귀, 코, 입의 구성이 얼굴이라
는 형상으로 갖추어지고 팔, 다리,
목, 배의 모습을 두루 갖추어 전체
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몸. 이
몸의 구성원들에 대해 감사함을 가
져 보았던가? 절대로 나홀로 존재
할수없는이몸. 호흡하는공기, 내
리쪼이는 햇빛과 달빛, 돌고 도는
순환의 연속성 물, 시시때때로 먹는
음식물들, 늘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수많
은 사람들의 수고로움 속에 문화를
만들고 사랑을 펼치며 더불어 살아
가야 하는 이 몸. 지금 이 순간도 인
연되어 흐르고 있는 알지 못하는 모
든 존재들에게 감사와 자각의 여유
를 보내며, 바른 생각으로 바른 생
명 살아갈 수 있도록 서원하며, 이
몸에게용서를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