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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미움은 미움이 없어질 때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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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현석 2006년 06월 292호
용서 이미지 최근 우리 사회에는 안타깝고 충
격적인 일들이 많이 생긴다. 집단 따
돌림과괴롭힘으로건물에서투신하
는 학생, 남편에게 칼부림 당하는 아
내, 커터로테러당한야당대표, 50년
동안 착취당한‘현대판 노예 할아버
지’, 사죄라도 받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감지못할것같다는일본아소
탄광 강제동원자와 정신대 할머니
들, 명예실추로 한강에서 투신한 이
들, 갖가지 말못할 억울한 희생자들,
이런 경우들은 어느 한 쪽이 막혀서
당사자나 주변을 참 침통하게 한다.
막힌곳을뚫고멍든마음을달랠수
있는방법은없을까?
깨치고 나니 비로소 주변에 사람들이 보여
‘상응부경전’에서는“사람의 생각
은 어디로나 갈 수 있다. 그러나 어
디로 가든 자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와 같이 남에게도
자기는 더 없이 소중하다. 그러기에
자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외
아들을 지키듯이 모든 생명에게 끝
없는자비심을베풀라”라고한다. 부
처님이 깨치고 나니 비로소 주변에
사람들이보이더라는말씀은의미심
장하다. 자신의 아픔에만 골몰하여
남을 용서하기 힘들더라도, 한 번쯤
눈을 돌려 자비심으로 상대의 아픔
에 동정을 느끼면 봄눈 녹듯이 응어
리가 풀릴 수 있다. 용서容恕의 용容
은집( )과골짜기(谷)처럼깊어무
엇이나 거두니 받아들일 용이고, 서
恕는 나와 같이(如) 마음(心)을 쓰라
는 뜻이니 바로 자신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용서는 또한 달라이라마의
중심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1950년
중국에 강점된 티베트인들에게“나
를 고통케 한 사람에게 미움이나 악
감정을 키운다면, 내 마음의 평화만
깨진다”고가르친다.
장애는 용광로의 불과 같이 쇠를 그릇으로
만들어 줘
우리는 각기 눈에 보이지 않는 연
줄로 엮여져 있어 상호 의존(緣起)하
며 살아간다. 천지만물이 나와 한 뿌
리요 한 몸이라는 것이다. 인산인해
人山人海라는 말도 세계인들이 산이
나 바다처럼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을 형용한 것이다. 실제로 1967년
에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
램은 거대한 사회 망의 구성원들이
평균 작은 사슬 6개의 매개적 친분
관계들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했다. 집단 따돌림이나 명예실
추로 투신하는 등, 극단적 선택으로
고리를 끊으면 부모형제나 친구, 가
까운 이들에게 고통이 떠넘겨진다.
말못할 장애는 용광로의 불과 같이
쇠를 그릇으로 만들어준다. 마치 부
처님이 인욕선인으로 계실 때 가리
왕은 칼로 테러를 하고, 한 창녀는
부처님 아이를 배었다고 모함했으
며, 제바닷다는 반역을 꾀했지만 이
러한 장애 가운데서 오히려 깨달음
이굳건해진것과같다.
이처럼 살다보면 억울한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명대 묘협
스님은《보왕삼매염불직지》에서“억
울함을 풀길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풀면 나다 남이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며 반드시 원한이 불어난다. 억
울함을 당하면 능히 참아라. 억울함
을 참으면 겸손하게 되니, 억울함이
어찌 나를 다치게 하겠는가. 이러한
까닭으로억울함을당하는것으로써
수행문을삼으라”라고한다.
인내로 여과
한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미국립
과학연구회보지에서“충동적 화를
용서 - 미움은 미움이 없어질 때 풀려
현석 / 해인사 승가대학 화엄반 강사
잘 내는 사람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
로 분노와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 부
위가 보통인보다 작고 충동을 억제
하는능력이약하다”고한다. 불완전
하기에 서로 상처를 입히고 살아가
는 것이다. 다들 성인군자 같으면 무
슨 문제가 있겠는가? 부족한 2%를
인내로 여과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
내면허물을스스로덮어쓰게된다.
백인 폭력배가 간디를 습격하여
폭행한 일이 있었다. 법정에 사람들
이 모여 간디의 진술을 듣고자 했는
데, 간디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앉아있는피고인들은어떤원
한이 있었기에 저를 폭행했을 것이
지만 저는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저 사람들이 저를 미워했다고 제가
반드시 저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습
니다. 저는 미움은 미움에 의해 풀리
지 않고, 미움이 없어질 때에만 풀린
다는 영원한 진리를 믿기에 즉시 그
들의 석방을 요구합니다.”막힐 수
있는 상황이 시원스럽게 풀렸다. 흔
히 쓰는 오비이락이 바로 이런 뜻인
데‘오비이락파사두烏飛梨落破巳頭’
가 원말이다. 배나무에 앉아 있던 까
마귀가 날자 가지가 흔들리면서 배
가떨어져마침그밑을지나던뱀은
영문도 모르고 머리가 깨져 즉사했
다. 다시 죽은 뱀이 산돼지로 태어나
들판의 봄나물을 뜯어먹다가 코에
바위가 밀쳐져서 그만 이전의 까마
귀가 환생한 까치를 덮쳐버렸다. 그
후 까치는 또 용케 사람으로 태어나
산돼지를 사냥하다가 천태 대사를
만나 전생에 얽힌 악연을 듣고 고리
를 푼다는 얘기다. 짐승으로 있을 때
모르고 지은 행위로도 살생의 고리
를 이어 왔는데, 인간의 의도로 살생
을 한다면 그 무서운 과보를 어떻게
감당할것이냐는것이다.
사람이나 영가나 용서는 다 필요
하다. 사람이 원인 모를 병으로 고생
하는 경우 구병시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영가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감화시켜서용서하고발심하
도록 달래는 것이다. 중요한 차이점
은 육신이 없는 영가에게는 천도재
나 구병시식 등으로 억울함을 풀어
주는데 비해 산 자에게는 억울함을
풀어 밝히지 말고 예방주사와 같은
수행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미움, 시기 질투, 중
상모략, 억울함, 고통, 역경, 불운 등
을 일부러 원할 것은 아니지만 부득
이 만날 때는 공부삼아 인내로 여과
하여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자. 장애
는모든이들의큰스승이요또한모
든 사람을 진실로 돕는 복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