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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에 새기는 여든 노인의 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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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6년 05월 291호
01 부처님오신날을 맞았다. 거리의 연등장엄이 아름답다. 주요 도시마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탑을 세우고 불을 밝혔다. 4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등 서울시내 주요 사찰의 주지스님, 각종단의 총무원장,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이명박 서울시장,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진리와 화합의 등’의 불을 밝히는 점등식을 봉행했다. 연등 행진도 펼쳤다. 가족의 이름을 적은 등도 달았다.
마침 하늘은 푸르고, 공기도 따뜻하고 향기롭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天上天下唯我獨尊三界皆苦我當安之.
하늘 위나 하늘 아래 내가 오직 존귀하다.
온 세상이 고통 속에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부처님 탄생게이다.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시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거룩한 뜻을 펼치셨다. 그
리고 부처님은 일생을 그렇게 사셨다.
최근 우리 교단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부처님께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일이 한둘이 아니다. 부처님 오신 5월이 가기 전에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깊은 뻘 속으로 빠져드는 꼴이다.
종헌 9조3항을 위반하고서도 중앙종회의원이 된 현법 스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법 스님은 사퇴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급기야 현법 스님을 종회의원으로 뽑은 직능대표선출위원들이 나섰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 위원인 청화 스님(교육원장)과 지선 스님(백양사),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등 세 스님이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중앙종회의원, 교구본사주지 등에게 보낸 서신 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 <불교포커스>는 다음과 같이 그 소식을 전
하고있다.

“세 스님은 11일‘현법 스님 문제는 종단의 법과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이며, 피와 땀으로 일군 94년 개혁정신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종단의 관련 기관과 기구들이 참여하는 객관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사기구 구성을 요청한 세 스님은 조사기구와 관련,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 이에 근거한 종헌 종법 위반 사항 검토, 종헌 종법 위반 시 의법 조치, 문제 발생의 원인 파악, 재발 방지 조치 마련의 순서로 이번 문제를 풀어갈 것을 호소한다’고밝혔다.”

세 스님의 서신은 종헌 종법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종단의 중진으로서의 책임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서신까지 나왔다면 현법 스님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지금이 물러날 때이다. 조금 더 시간을 끌다가는 본인도 그렇거니와 종단은 근간이 흔들리는 불행으로 빠져든다. 사람됨의 기본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중앙종회의원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능히 더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물러남으로써 종단의 권위를 흩트리지 않는 길을 택해야 한다.
한 달 전쯤 한 스님이 소득세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찰명의로 허위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주고 그 대가로 일정액을 받아 챙긴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기부금영수증 허위 발급하는 일은 없는 줄 알았다. 기부금영수증 허위 발급은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었다. 세무당국은 총무원에 그런 일이 없도록 협조를 당부했고, 총무원도 각 사찰에 국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
3, 4년 전에는 울산지역의 사찰 주지스님들이 무더기로 고발되어 벌금을 문적이있었다.
국가에 내는 세금을 떼어먹는 일은 중대한 범죄로 취급된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국가라는 공동체는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납세의 의무는 국방, 교육,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더욱이 사찰에 내는 시주금은 사회에 환원되는 성격을 지니므로 과세하지 않고 있다.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돈벌이 수단으로써 기부금영수증을 파는 행위를 하다니, 너무 씁쓸하고 안타깝다.
현법 스님 사건이 종단 안의 질서를 흩트리는 것이라면, 조세법 위반 사건은 국가공동체의 질서를 가볍게 여긴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권위와 사회적으로 인정된 불교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해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잘못의 당사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사설사암을 종단에 등록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것이 조세법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임에도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우리 종단은 잘못을 잘못으로 알지 못하고, 범죄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 집단적 도덕 불감증이라는 중병에 걸려있으며, 중병으로 몸이 썩어가고 있는데도 병증을 모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 흐름에 적응하고, 나아가 그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문은 쇠귀에 경 읽기다. 그래도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기에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찰과 스님, 불자들은 오늘도 노심초사하듯 수행하며 포교에 헌신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법적 근거와 사회적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제도인데, 범죄 피해자를 위한 지원을 국가 책임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법무행정은 가해자를 제재하고 교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피해자를 위한 법무행정의 시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때 불교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종교교도소가 가해자를 교화하기 위한 제도라면, 피해자센터는 말 그대로 피해자를 돕고, 나아가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제도이다. 종교교도소 운영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준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교도소가 등장할 것이다.
종교교도소 운영에 대해 불교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피해자센터 운영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당국에 내용을 확인하고, 우리의 역량을 파악하고,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별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나서야한다.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여든 노인네의 유훈을 떠올린다. 종단의 현실이 어두우니 등불로 삼고자 함이다.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
自燈明自歸依法燈明法歸依…
제행무상 불방일정진
諸行無常不 放逸精進-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 자신을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간 후에 내가 말한 가르침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