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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다 봄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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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야기 그림 이야기 - 김현정 2006년 05월 291호
윤두서<버든나무 아래 백마가 노닐다.> 꽃잎을시샘하는것이어찌바람뿐이랴.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창밖이 하도 훤하여 이 봄에 함박눈이 왔는가 가슴이 철렁하였는데, 어느새 창
을가득메운벚꽃이불을켠듯, 눈이내린듯화려한백색의향연饗宴이다.
올커니! 이제야 진정 봄이로구나. 무릎을 내려치며 눈 앞에 펼쳐진 장관壯觀을 즐기기도 잠깐이다. 철렁
내려 앉은 가슴은 이내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고 마는데, 저 여린 꽃잎을 시샘하는 것이 어디 봄바람 뿐이랴.
걱정이 앞선다. 저 화려한 봄을 바람도 시샘하여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요, 어린 새싹을 단련하는 추위도 한
번은 왔다 갈 것이 분명하며,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비도 화려한 장관을 즐기고자 하는 내 눈에는 기어이 방
해꾼이 되고 말리라.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수 일전 씨를 뿌려놓은 작은 화분을 얼른 방안에 들여 놓고 한숨
을 내려쉰다. 꽃이 피면서부터 시작되는 나의 봄앓이는 이러한 봄을 수십년을 보내면서 이력이 날만 한데도
역시올해도어려운일이되고만다.
하루 아침에 비와 바람과 추위가 함께 오던 날 꽃잎이 화면 가득 난분분 정신없이 날리는 것을 보고 나는
또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가 하였다. 손을 꼽아보니 제대로 된 봄날이 이 한철에 며칠이나 될까 꿈에서나 봄
이었나 싶다. 제행무상諸行無常네 글자를 봄의 꽃잎처럼 극적이고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또 있을까. 눈앞
에서 펼쳐지고 눈앞에서 사라지니 한 눈에 배우는 바가 크다. 하지만 어김없이 오늘 아침에 해가 뜬것과 같
이 이 봄은 또 다른 꽃을 피울 것이며, 비바람이 가고 난 자리엔 청명한 새소리가 채워지리라 생각하니 한결
맘이가볍다. 이또한무슨조화속인가.
위앙록 仰錄에전하는이야기이다. 산골수행자에게만경계가있으랴싶다. 하물며제할일하는봄꽃에
게도 수많은 경계가 닥치거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범부의 생활에서 경계는 수없이 왔다가 수없이 간다.
너무나아가면나아가는대로또나아가지못하면나아가지못하는대로걸음걸이가경계가된다.
공재는 말을 그릴 때 자신의 마음을 함께 그렸지만 그 사실의 표현에는 철저하게 현실적이었다.
말의 근육과 말을 터럭도 소홀함 없이 그렸으니 정미精微하고 공교工巧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백번을 보고 백번을 다시 그려 사실과 맞지 않으면 바로 버렸다고 하니 사실을 통해 그 정신을 보
여주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정신이 살아 있는 그림이 바로 공재에서 완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은 한가롭지만 기품을 잃지 않았으니 그린 이의 마음과 보는 이의 마음이 수양버들 아래 한가로
운말에서또만나게되는것이다.
온세상이다봄같더라
선비가 되어서 세상에 나가지 못하는 것도 또한 공재 윤두서(1587~1671)에게는 경계였을까 혹은 자유스러
움이었을까. 그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말(馬)은 그의 경계이며 또한 그의 자유를 대변하던 대상이었다. 흰색
갈기를휘날리며들판을달려야하는준마는그의그림안에서정지하며, 고요할뿐이다.
들판을달리지못하는말은참으로그존재가경계일수도있다.
출렁이는수양버들아래고요히서있는백마의눈빛은참으로고요하다. 백마의눈길이닿는곳에는푸른
벌판이 시작된다. 화면 가득히 서 있는 백마는 빛을 그린 듯 흰색이 눈부시지만 또한 달리지 못하는 슬픔도
함께가지고있는것같아아련한그림이기도하다.
공재는말을그릴때자신의마음을함께그렸지만그사실의표현에는철저하게현실적이었다. 말의근육
과 말을 터럭도 소홀함 없이 그렸으니 정미精微하고 공교工巧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백번을 보고 백번을
다시 그려 사실과 맞지 않으면 바로 버렸다고 하니 사실을 통해 그 정신을 보여주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정
신이 살아 있는 그림이 바로 공재에서 완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은 한가롭지만 기품을 잃지 않았으니
그린이의마음과보는이의마음이수양버들아래한가로운말에서또만나게되는것이다.
말은푸른벌판에한가롭고봄은그벌판에가득하니옛적에강절선생은봄을또이렇게읊으셨다.
오늘은 봄과 겨울이 서로 때를 다투는 것 같
지만 기실 계절은 서로 다투지 않으며 만물 또
한 다투지 않는다. 진달래꽃 필 적에는 철쭉은
한가하고, 철쭉이 필 때에는 진달래꽃이 또한
한가하거늘 한 번의 깨달음이 왔다 해서 무엇이
복잡한 경계일 것이며, 또 조금 늦는다 한들 그
것이 안 올 일이던가. 푸른 것은 푸른 것으로 보
면 될 일이고,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맞으면 될
일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