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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동자 구도의 길 ⑩승열 바라문-선지식의 말을 결코 의심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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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삼매華嚴三昧 - 최옥자 2006년 03월 289호
선재동자는 비목구사 신선께서 설하신 무승당이라는 보살의 법문 지혜에 비친 고로, 부사의한 부처님의 신통과 보살의 해탈에 마음을 머물면서,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바라문이란 인도의 계급 가운데에서도 최고위 승려의 한 사람이다. 필시 덕이 높은 분일 것이다.
선재동자는 부푼 가슴으로 이사나국에 도착하여 승열 바라문을 찾았더니, 큰 산의 기암절벽에서 격심한 고행을 닦고 계신 것이 아닌가. 그 절벽은 칼날로 깎아지른 듯 가파르고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또 바라문의 사면 주위에는 불무더기가 큰 산과 같이 높이 타오르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험악한 산을 올라, 바라문에게 다가가 합장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발심하였습니다. 부디 저에게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닦아야 할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선재동자가 멀리서 찾아온 까닭을 알리니, 바라문은 말이 끝나자마자, 󰡒착한 이여, 이 칼산 위에 올라, 불무더기에 몸을 던져라. 그러면 너의 보살행은 즉시에 청정하여지리라󰡓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 이 세상에서 사람의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듣기 어렵고, 부처님 만나보기 어렵고, 참된 선지식 만나기 어렵고, 어느 것이나 얻기 어려운 것인데…. 만약 불무더기에 몸을 던져버린다면, 모든 것이 끝이다. 이 바라문은 나의 목숨을 끊기 위해 나타난 마구니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때에 허공에서 무엇인가 소리가 들려왔다. 범천들이었다.
󰡒착한 이여, 그런 의심을 하지 말아라. 이 거룩한 이는 금강 불꽃 삼매 광명을 얻었고, 모든 중생들의 욕망을 없애기 위해 출현하고, 모든 번뇌와 업의 섶을 남김없이 태우기 위해 나섰고, 일체의 법 광명을 놓기 위해 수행 정진하고 있다.
착한 이여, 세상의 창조주이며 모든 세계의 중생 가운데에서도 최상자라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들조차도, 그가 유례없는 격심한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을 알고 이 바라문의 처소에 왔다. 그는 우리들을 신통력으로 압도하여, 일체 옳지 못한 견해와 들뜬 마음을 없애고, 일체 중생들에게 대자대비를 편만시키고, 광대한 보리심을 내게 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법을 설하는 것이다.󰡓
범천들의 소리에 이어서, 이번에는 타화자재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역시 승열 바라문의 공덕을 칭송하는 것이었다. 거듭 화락천에 이어서 도솔천이 와서 바라문을 공양하고, 선재동자에게 그의 법력을 칭송했다. 그 밖의 다른 제천들도 차례차례로 와서 바라문을 찬미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크게 기뻐 환희심이 넘쳤다.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노래하듯이, 󰡒가르쳐준 대로,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 선지식의 말에 의심을 품지 않는 보살에게는 모든 길상한 일들이 성취된다. 그리고 순조롭게 불지를 깨닫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선재동자는 기암절벽을 향해 험한 산길을 올랐다. 산꼭대기에 이르자, 즉시 불무더기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부사의하게도 편안하고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때 선재동자는 땅에 내려가는 중간에서 보살의 잘 머무는 선주 삼매를 얻었고, 또한 몸이 불꽃에 닿자마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적정락 신통 삼매를 얻었다. 승열 바라문은 말했다.
󰡒착한 이여, 나는 오직 보살의 다함없는 바퀴해탈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번뇌와 옳지못한 견해를 다 태워버리려고, 불퇴전의 기치를 내걸고, 불퇴전의 개위를 몸에 걸친 보살들의 행에 대해서는 내가 어찌 알며 설하겠는가. 착한 이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분신이라는 성이 있고, 그 성 안에 자행이라는 왕녀가 있다. 그녀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