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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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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김의정/조계종 중앙신도회장 2005년 12월 286호
올 한해 우리 종단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지관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취임함으로 제32대 집행부가 출범하게 된 것이 으뜸이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완공이 또 그것입니다. 이로써 우리 종단은 1962년 통합종단과 1994년 개혁종단 출범에 이어 제3의 도약을 이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관 스님 체제의 집행부에 거는 사회 일반과 불교 대중의 기대는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통한 변화의 주도는 모두의 열망과도 같은 기대라 하겠습니다. 이에 덧붙여 아래와 같은 주문이 있습니다.

정체성의 확립이 우선되어야
우리 종단을 둘러싼 내외적 환경은 지난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외적 환경에 대한 이해와 판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자산은 어디에 있는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우리 종단은 좋은 지적·물적·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승한 교법과 종지종풍, 명산대찰과 성보, 화두타파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납자들 그리고 이를 신수 봉대하는 신도들, 정말 지금 세상의 어느 집단과 비교하여도 어느 하나 견줘 부족함이 없는 우리의 자산이자 미래입니다. 흔히들 “다른 곳은 사람도 많고 조직도 잘 되어 무슨 일이든 척척 되는데 우리 집안은 되는 일이 없어”라는 불만과 자조 섞인 푸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보물은 잘 보지 못하고 남의 것만 비교하여 부족함을 탓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노력 없는 성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자산은 무엇이고 그 장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현대 사회에 맞는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변화가 빠른 시기에 단점을 극복하여 발전하는 방법은 이미 늦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개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체성에 대한 확립과 이해를 구하는 일입니다. 특히 가치를 놓고 유사종교를 비롯하여 여러 사회 집단과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금 시기에 집단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존재이유와 사명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과 같이 어리석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종도들에게 “우리 종단은 무엇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그 구성은 어찌되었으며 무엇을 하여야한다”라는 것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거나 안내하는 것에 주력하여야 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여야
최근의 인구통계조사에 의하면 종교인구는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 중에 불교인구의 증가세는 꾸준한 편이고 개신교는 정체 상태입니다. 이는 근대화의 이념인 이분법적 사고와 가치 체계 그리고 수직적 질서가 점차 가치 중심과 수평적·쌍방향 의사소통, 개인 영역의 확대라는 탈근대와 정보사회라는 사회적 전환과 맞물려 불교에 대한 사회 일반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는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화·정보화·신자유주의·유비쿼터스 등 우리 종단을 둘러싼 외적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변환(단순한 변화가 아닌 질적 전환)의 시대에 우리 종단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진단과 예측, 그리고 정책의 개발은 시급하고도 중대한 일입니다. 일례로 휴대폰의 보급은 빠른 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자가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종단은 이에 대하여 개별적 소비에 머물러 있거나 극히 일부분의 기술 수용(그룹별 문자보내기 등)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수용도 정책적 결정에 의하기보단 단체나 개별적 단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32대 집행부는 변화에 대하여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수단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중앙종회의 종책 모임을 정책 생산단위로 발전시켜 현실에 대한 진단과 미래의 방안을 놓고 토론하는 정책을 경쟁하는 중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초조사와 각종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센터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정책 개발단위에 제공하는 일을 하여야 합니다. 이웃종교는 수십개의 정책연구기관을 통하여 발전을 이루고 있는 실정에 비하면 32대 집행부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우리는 흔히 2천만 불자를 말하곤 합니다. 근래 들어 좀 현실적인 수치를 말하긴 하지만 여전히 과대 포장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핵심적 키워드 중의 하나는 ‘사람’입니다. 우리 종단의 사람에 대한 사업 중 하나는 출가자에 대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재가자에 관한 것입니다. 통합종단 출범 당시에 비하여 출가자는 그 수나 내용면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재가자에 대한 일은 그 변화에 비하여 아직도 초보적인 상황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종헌 종법에 명시된 사항의 불이행입니다.
종단은 종헌 종법을 통하여 사찰과 교구, 중앙에 신도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도회는 사찰운영위원회 등을 통하여 사찰과 종단운영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그리고 사부대중이 화합하여 운영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10% 내외에 불과한 신도회의 구성과 스님에 대한 신도의 공경심을 권위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수직적 의사소통 등이 우리 종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하겠습니다. “재가불자는 많으나 신도는 없다”라는 말은 종단이 신도들에 대한 사업에 얼마나 소홀히 하였나 하는 반증입니다.
사회가 다양화·중층화·세계화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과거와 같은 일방적 의사소통과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수평적 결정과 쌍방향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전제로 할 때 대중의 참여와 창조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끊임없이 현실의 대중과 호흡하고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여 미래를 공유하는 제32대 집행부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