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석탑으로 서서 밤하늘 먼 별의 일을 살피던 날, 문득 시간이 없으면 존재도 없고 존재가 없으면 시간도 없는, 시계만이 시계가 아닌 일체가 다 세월을 안고 가는 시계라는 생각에 한참을 더 무서리를 맞으며 서성입니다. 비로전 회성당 호거산, 변해가는 우리 모두 이 무상한 공간 속에서 만상의 섭리를 배우고 깨우쳐가는 과정. 우리의 목표는 일생을 건 자기정화 그리고 섬광처럼 오는 깨달음, 그 깨달음의 회향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삼층석탑처럼 팔풍八風에 의연히 소리없이 존재하여지이다.
삼층석탑처럼 단아하며 흐트러짐 없이 단엄하여지이다.
삼층석탑처럼 안으로 기원이 차서 무너지지 않는 정성이 되어지이다.
말조심, 눈빛 행동조심 천년함묵을 기도처럼 여미며 살아도 늘 부끄러움뿐입니다. 아상이 없는 자신감을, 확실한 지혜를, 마음의 평정 내적인 힘을 지니게 하소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모든 숨쉬는 것들의 고통을 없애고 행복케 하는 삶이기를. 지금 이 순간 열려 있는 마음마다 우주의 중심입니다. 자기 안의 오롯한 부처를 만날 때 남의 부처도 소중하여 나를 밟고 가소서. 누운 나의 등을 밟고 진눈깨비 저 길을 지나소서. 현인과 범부의 현격한 차이가 친소증애인 것, 여전히 미운 건 밉고 이쁜 건 이뻐서. 꿈을 깬 자만이 꿈인 줄 아는 사바의 깊은 몽환. 한 알의 싹 썩어야지만 수없는 밀알이 되는 도리를 쉬이도 잊어버린 채 오늘도 저는 여전히 강강하여. 스스로 원하는 삶의 한가운데 만물에 순응하며 수순 찬탄 존중 환희의 결정신信을 성취하는 그날을 그리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 이 길을 가고자 일년 삼백 예순 닷새 당신께 기도합니다.
발 밑의 땅, 머리 위 둥글게 하늘을 그리고 푸른 산 푸른 물 흰구름도 그렸습니다.
눈빛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도 잡아놓고 감청색 하늘 위에 실낱 같은 초승달도 보았더랬지요. 금당에서 듣던 한밤내 처연하던 봄비소리, 펑펑 함박눈 내원골 끝까지 아득하던 적막, 산벚꽃 지고 능소화 피던 운문의 아름다운 시간은 ‘고르게 모두 영민하며 배우려는 의지가 무척 성실함. 해맑음. 한국불교 미래 희망적’이라는 파문이 되어 번져갑니다. 학장스님에게 평등과 원융의 지혜를 배우고, 주지스님에게서 대중을 사랑하는 아낌없는 베풂과 공심을, 학감스님에게서 불교 즉 위의의 단엄을, 강사스님들에게서 내전을 향한 열정을 두루 배운 우리, 어느 회상에서도 최선의 수행자로 제자리에 서주기를. 늘상 가르치는 것 같지만 쉼 없이 배워가는 것이 강사이지 싶습니다. 학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가르침이 그대로 보현행이 될 수 있도록 원력을 세우고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