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의 떡볶이나 겨울에 반가운 붕어빵 등의 길거리 음식은 서민들의 즐거움이다. 간식이 필요한 학생들이나 점심을 때우러 나온 주부들, 출출한 직장인들에게 값싸고 정겨운 길거리 음식은 딱이다. 국물이 얼큰한 어묵과 어묵을 튀긴 핫 바, 고구마를 얇게 채 쳐서 만든 튀김이나 달콤한 시럽을 묻힌 맛탕(고구마 탕) 등 그야말로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아이템 일색. 토스트 열전
지난 주 어느 날 나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밤 열시가 되어서야 밥 먹을 시간이 났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다보니 토스트를 파는 차車가 한 대 보였고, 깔끔해 보이는 외관과 재미있는 브랜드 이름에 혹해서 다가가 보았다. 과연 상상력 넘치는 여러 종의 토스트가 있었고. 설탕과 계피를 솔솔 뿌려서 구운 계피 토스트, 캔 참치로 속을 넣은 참치 토스트, 철판에 달걀 물을 풀고 식빵과 기타 재료를 넣어 둘둘 말아내는 누드 토스트, 빵 사이에 오이와 양배추를 치즈와 넣어서 멕시칸 칠리소스를 뿌린 브랜드 토스트까지 그야말로 신기한 맛 천지였다. 게다가 가격이 부담 없어서 한두 가지를 먹어보며 허기를 잊기에 그만.
이후로 나 역시 여러 가지 맛의 토스트를 연구해보기 시작했다. 찐 고구마가 하나 남은 날에는 고구마 껍질을 벗겨서 작게 썬 다음 버터에 튀기듯이 볶다가 소금을 아주 약간만 넣는다. 바삭하게 구운 식빵 위에 볶은 고구마를 올리고 여기에 황설탕과 계피가루를 뿌려서 토스트용 미니 오븐에서 마무리하는 박재은표 단 고구마 토스트, 달걀 물을 풀어 채 썬 양파와 감자, 치즈를 넣어 전처럼 부친 다음 빵 위에 얹어 내는 박재은표 치즈감자 토스트, 식빵에 달걀 물을 입혀서 지져낸 다음 얇게 썬 바나나와 녹인 초콜릿으로 멋을 낸 박재은표 발렌타인 토스트등 끝없는 레써피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토스트를 변형시킨 메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조리 시간이 짧다는 것. 그리고 밥에 익숙한 우리의 입맛에 밍밍한 탄수화물인 식빵이 잘 맞아들어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빵 위에 감자와 잘게 썬 김치를 볶아서 얹은 김치 토스트나 가지를 길이로 얇게 썰어 고추장과 물엿, 소금과 후추로 만든 양념을 발라 구운 다음 식빵 사이에 넣어 먹는 가지 토스트를 만들어주었더니 골수 한식파韓食派인 지인들도 맛있게 먹더라는 얘기다.
저렴한 간식
요즘같이 불황 속에서도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범국민적으로 강했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빵 하나를 골라도 표백하지 않은 보릿가루로 만들어 색깔이 거뭇한 제품이 더 인기를 끌고, 사먹는 주스보다는 집에서 믹서기를 돌려 만든 주스를 더 선호하는 게 추세다.
앞서 토스트를 이용해서 저렴한 먹거리를 만들어냈듯이 길거리 음식을 잘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맛있는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데. 다진 당근과 양파를 남은 밥과 함께 비비고 달걀 물과 빵가루를 묻혀서 핫도그나 크로켓처럼 튀겨낸 다음 겨자를 푼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떡에 피자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입혀 만든 떡볶이는 아이들 입맛 당기는 별식이 된다. 어묵은 한 번 데쳐서 기름기를 뺀 다음 무를 썰어 넣어 우려낸 인스턴트 우동이나 라면국물에 넣으면 좋고, 알이 작은 감자를 쪄서 버터에 한 번 볶은 다음 소금, 설탕을 뿌려서 포크에 끼워두면 오며 가며 식구들이 잘 먹는다.
좋은 공기 마시고, 하늘 쳐다볼 여유가 있고 햅쌀로 지은 밥에 구운 김만 있으면 행복해지는 내게는 뭐든 부담 없고 실용적인 것이 최고다. 요리사인 내게 개인적으로 즐기는 메뉴가 무어냐고 물어오면 토스트, 구운 가래떡, 설탕을 잔뜩 묻힌 찹쌀 도넛이 열거되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