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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 켄신 그리고 씨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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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5년 11월 285호
며칠 전 일본 총리와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반대를 하고 일본 내에서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이 위헌이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참배를 하고 말았다. 이 고이즈미 총리라는 사람은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우습게 여기고 오직 미국의 눈치만을 보는 사람이라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 이런 쇼를 연출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정치철학도 대외철학도 없는 사람이라 여기기에 담담하게 뉴스를 지켜보았다.
일본에 살면서 그리고 미국에 와서 일본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생각이지만 일본인 개인 개인은 정치에 별 관심도 없고 성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친절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번씩 일본 지도자들의 이런 극단적인 국수적 행동을 접할 때마다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의문은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의문과 분노는 잠시 놓아두고 이번에는 재미있는 어린이 친구 세 명을 소개하고 싶다. 혜안, 켄신 그리고 씨팡이다. 모두 11살 남자아이로 현재 6학년이다. 이 세 명은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나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먼저 혜안慧眼이는 우리 집 아이로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고는 자기밖에 없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다. 집에서 한국말을 하고 한국 음식을 먹고 가끔 한국 할머니 집에 다니면서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고 자랐다. 유치원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이 한국인이라고 놀릴 때는 고민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인지라 재미있게 친구들과 놀면서 유년의 시절을 보냈다.

다음으로 켄신謙心은 우리 집 근처에 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메리카 재패니즈이다. 부모 모두 일본인으로 오래 전에 미국에 오신 분들이다. 이 친구 집에 가보면 일본어로 이야기하고 일본식으로 식사하고 일본 방송도 보면서 거의 일본식으로 지낸다. 켄신은 여동생과 함께 매주 토요일에는 일본어 학교에 다니면서 일본어도 배우고 있고 가끔 방학에는 일본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씨팡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4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잠시 미국으로 온 중국아이이다. 처음에는 영어도 잘 못했는데 이제는 제법 능숙하다. 집에서는 식구 모두가 중국어로 대화하고 주로 중국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씨팡은 다른 중학교로 그리고 혜안과 켄신은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였다. 그렇지만 매주 일요일에 켄신이 혜안이가 다니는 절에 놀러와 한국 절의 불자가 되었다. 오전에 법회를 마치면 둘이서 씨팡네 집에 놀러간다. 씨팡의 아버지는 LA 중국 총영사로 그들은 커다란 저택의 관사에 살기에 아이들이 놀기에는 너무나 좋다. 물론 중국식의 저녁까지 먹고 돌아온다. 혜안이는 씨팡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는 중국말을 알고 싶다고 지난달부터 절에서 하는 중국어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켄신은 혜안이 이외에도 어릴 때부터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김밥, 신라면, 된장찌개 등을 좋아해 절에 오면 어떤 때는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간다. 간단한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우리가 한국말로 이야기하면 분위기로 대충 다 알아듣는다. 켄신 엄마는 배용준 팬으로 집에서 겨울연가 등의 한국드라마도 본다고 한다.
이 세 명의 어린아이들은 수영도 하고 게임도 즐기지만 가끔은 오랜 시간 대화도 나눈다. 이제 제법 다들 컸다고 요즈음은 음악과 스포츠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뿌리가 한국, 중국, 일본인 세 명의 어린이들, 이들은 국적이 다르다는 것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자라온 문화에 대해 저마다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상대의 문화를 깎아내리기보단 우선 인정하고 존경하며 배우려고 애쓴다. 앞으로도 이들이 친구로서 잘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로는 약속을 잘 지키며 게임 등을 할 때 자기의 차례를 잘 지키는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해가 되는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일 것이다. 요즈음 한중일의 관계를 보면서 과연 앞으로 이 세 나라가 더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근처에서 작지만 아주 오래 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켄신 엄마가 이 세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에 가주는 고마운 역할을 맡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