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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어느 가을날 절 도량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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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사원 - 박용열/자유기고가 2005년 11월 285호
달밤이라는 제목으로 달 하나만을 화폭에 옮겼다면 그림으로서
얼마나 싱겁고 무가치할까?
다시 그 화폭에 조각구름과 먼 산을 감히 가필하였다면
그 그림의 품위가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

원효 스님께서 13세 되는 아들 총과 함께 경주 분황사에서 가을 한 철을 같이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낙엽이 쌓인 어느 날 원효 스님께서 총을 불러
󰡒총아 도량 청소를 깨끗이 하여라.󰡓 분부하니
총은 있는 정성을 다하여 깨끗이 쓸고 닦았으나
세 번까지 거듭거듭 분부하고
이른 다음 웬일인지 마음에 들지 않은지
󰡒총아 오늘의 도량 청소는 이렇게 하느니라.󰡓 말씀하시고
주장자를 높이 쳐들어 분황사 도량에 서 있는 은행 나뭇가지를 탁 후려쳤다.
깨끗이 쓸어놓은 가을날 절 도량에 가랑잎이 나풀나풀 내려앉는다.

상상해 보십시오.
이 얼마나 멋있는 가을날의 절 도량의 풍경입니까.
참멋이란 화폭이 없는 차원이 높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요.

고요

깨끗이 쓸어 놓은 절 뜨락에
나풀나풀
내려앉은

가랑잎
두어 개

바람에 나부껴 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