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는 먹을 게 부족해서 공부하는 학인스님들이
야반에 몰래 비구니 암자의 담을 넘어 재齋를 지내기 위해 만들어놓은 음식을 몰래 훔쳐 먹거나
감자나 고구마 등을 서리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그냥 넘길 사건이 아니었다. 된장독에 장작개비를 박아놓은 것은 객기로 봐준다지만,
뚜껑을 열어 놓은 것이 문제였다. 간밤에 내린 소낙비로 인해 된장독에 물이 차버리고 말았으니
한 해 된장 농사를 고스란히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중의 큰 사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된장독에 왜 장작을 박아놓았을까? 과연 무슨 심술 때문에 그랬을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였는데, 그날 저녁 무렵쯤에야 사건의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다.
2명의 젊은 학인스님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자정에 담을 넘었다는 자백이 있었다.
범행(?) 동기는 어이없게도 약수암의 노老비구니 스님을 골탕먹이는 게 목적이었다고 했다.
칠순이 넘은 약수암의 비구니 노스님은 평소에 학인스님들의 시시콜콜한 소행을
큰절의 어른스님에게 잘 일러바쳤기 때문에 학인스님들에겐 ‘마귀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날 밤 두 명의 학인이 특공요원으로 선발되었고
결국 그 노스님이 머물고 있는 약수암의 담을 훌쩍 넘은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2명의 학인스님은 산문출송山門出送 조치를 간신히 면하고
일주일 내내 3000배 참회를 하면서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두 명의 스님 가운데 한 스님은 현재 청화당淸和堂에 머물면서
정진하고 계시는데, 그때 일을 회상할 때마다 멋쩍은 듯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그땐 악의는 없었고 원래는 된장 뚜껑만 열어놓고 올 작정이었는데 담을 넘었을 때 장작더미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된장독에 몇 개 박아놓긴 했는데 문제는 그날 밤에 비가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왜 하필 그날 밤에 비가 내렸는지… 다시 닫으러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아무튼 그때 일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