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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逆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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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설세설 - 영덕 2005년 10월 284호
길이 있어 길을 가고, 가다가 그 길 위에 쓰러져 죽을, 돌아갈 길이 없는 자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든 참다운 삶은 만남에서부터 비롯된다지요. 스님의 맑은 눈 속에서 여일한 의지를 보는 순간 나는 스님에게 매료되었고 절대지지자가 되었습니다. 자기 편리와 이익을 위해 한자리에서도 앞뒤 말이 다른 인정 속에서 이 사람이라면 끝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은 말할 수 없는 신뢰와 동료애를 주었습니다. “거기 누구 없나요.” 뚫리고 잘리며 내장을 쏟아내는 산. 늙은 어머님의 신음같이 아픈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리는데… 당신이 낯선 거리에서 긴 단식에 들어갈 때 따스운 방에서 배부르게 먹으며 한없는 무력감에 뒤 채였음을 고백합니다. 호남 고속철이 계룡산마저 양 날개를 뚫고 지나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누구를 향하여 분노를 토로해야 할지 우리의 현실이 너무 참담하였습니다.
국토 전체는 완벽한 유기체 한 편의 만다라입니다. 방만한 에너지 소비로 도망가서 숨을 곳도 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생태환경. 조선 솔 한 그루는 조선 사람 한 사람이라는데 올해만큼 더워지는 기상이변이면 얼마나 더 소나무를 만날 수 있을 지, 소나무나 도롱뇽이 살 수 없는 식생대가 되면 우리도 살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옛 어른들은 산천지세를 보고 허한 곳은 탑과 절을 세워 국가와 개인의 재난을 없애고 평화를 기원하였지요.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큰 사람은 산천 정기를 타고 난다고 지맥을 다칠세라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는데, 땅 속의 생기生氣를 끊는 일이 인간의 운명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 나와 보십시오. 학문적으로 설명하고 실증할 수 없는 도리 너머를 보며 자연을 제 몸처럼 사랑하고 아끼며 반지구적으로 가고 있는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욕심을 줄이며 분수에 맞게 처신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선업과 공덕을 쌓아 산천과 교감하라! 여기에 미래의 우리들 삶이 있는 것을.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건설업의 고용효과가 임시 돌파구가 되는 나라, 근시안적 정책으로 제 살을 파먹으며 전국토를 거미줄같이 얽어 숨통을 조이는 구조적 모순의 악순환을 제발 이젠 그만 멈추어 다오. 더 많은 차와 더 긴 터널 더 많은 문명의 이기, 우리가 치달려 가고 있는 그곳이 어디인지, 잘 가고 있는지, 자멸의 길은 아닌지.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모자란 듯, 조금 불편하게 살면서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대기기온 상승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북태평양 기류대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나라의 국지성 호우도 예사롭지 않은데. 지진도 해일도 다 지구의 숨소리 혈을 돌리는 기침소리인 것을. 피해가 크다는 것은 그 만큼 지구의 내공이 힘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터인데.
건설 사업이 가지고 있는 미래적 가치는 자연보존의 가치와는 견줄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의 건설병기를 쉬게 되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제는 경제에서 환경문제로 돌아서야만 할 마지막 기회인 것을. “21세기는 영성靈性의 세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미래학자 앙드레 말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천성산 사랑에서 비롯된 스님의 사상이 친환경 속에서 도덕적 영적 불성운동으로 전개되어 인간 본연의 윤리도덕과 고귀한 진리가 인류를 인도해갈 수 있는 생명 실천 운동으로 전개되기를. 천지의 조화 속에 살아가는 우리, 제철에 나는 음식 먹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 잠자며 달 없는 밤 북극성도 찾으며 이젠 역풍逆風을 기다릴 때! 아니 각자가 역풍을 만들어 가는 구심점이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