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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진전되는 만큼 ‘녹색성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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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5년 08월 282호
최근의 남북 상황은 흡사 2000년의 6·15 선언 직후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 7월 20일 장성급 군사회담을 앞두고 열린 실무회담에서 남북 군사당국간에 통신연락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또 비무장지대에 설치된 선전수단을 8월 13일까지 제거하기로 했다. 우발적이고 국지적인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서로에게 품은 적대감을 해소하겠다는 전향적인 합의이다. 남북 장성급회담의 정례화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가 빠르게,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중대 제안’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전력난에 시달렸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지역별로 돌아가며 단전을 실시할 정도로 어려웠다. 방북 경력이 많은 사람들도 하루 밤 사이에 서너 차례 전기가 끊어지는 경험이 있었다고 말한다.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치와 긴장을 넘어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당장 남북통일이 이뤄지리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드물지만, 북한 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으며, 나아가 통일의 전 단계로 넘어가는 속도에 탄력이 붙은 것은 사실이다.
남북 관계가 긴장에서 화해로 진전되는 것과 함께 시민사회에서는 어떤 모양의 나아감이냐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대북 전력 공급과 관련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만큼의 여유 전력이 있느냐는 것, 둘째는 비용 문제, 셋째는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제기하는 생태적·환경적으로 건전한 전력 공급의 문제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논란은 객관적 사실이 논란을 마무리짓는 중요한 잣대인데,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만큼의 여유 전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의 박동욱 원장은 7월 19일자 한겨레 기고를 통해 남쪽의 발전 설비 설치비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나라의 발전설비 용량은 약 6천만kw이다. 여름철의 최대수요 대비 약 10∼15%의 여유설비를 확보하고 있다. 북쪽에 제공될 2백만kw는 우리의 설비용량 대비 3%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봄·가을·겨울에 좀더 많은 전력을, 수요가 큰 여름철에 적은 전력을 북쪽에 공급한다면,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용이다. 수도권 인근의 발전소 추가 건설, 남쪽과 다른 북한의 전력망 교체 및 설치에 따른 비용이 불가피하다. 통일부는 1조5천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등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비용보다 최소 2배는 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비용의 크기가 아니다. 남북 관계 진전에 적절한 정책이라면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정부 예산액이 195조원인데, 1조5천억원이든, 3조원이든 적은 비용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재정형편상 감당하지 못할 액수가 아닌 것만도 분명하다. 정부는 이미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부터 5년 동안 5조9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국회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고 있다.(‘통일외교분야 국가재정운용계획’ 시안)
이 난에서 관심을 갖는 부분은 세 번째 것이다. 남북 관계가 더 진전될 것임은 분명한데,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은 각각의 사회와 체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그대로 국토적으로 확장하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통일을 위해 환경이 희생되어서도 안 되며, 자유로운 경쟁과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도 안 된다.
정부의 대북 중대제안이 전력공급이라는 것이 밝혀진 직후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숙고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녹색전력’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환경운동연합은 7월 13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원자력발전인 북한의 경수로 사업의 포기를 촉구하면서 ▷남북한 송전망 연결 사업은 남북 공동의 자산인 생태계 보전의 원칙 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대북 전력지원 사업이 남한에 원전을 증설하는 명분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새롭게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인 전력생산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친화적인 전력생산의 방안으로 “열병합발전 기술을 지원하고 북한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소수력발전과 조력 발전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동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녹색연합은 “북한 전력지원을 위해 경수로나 대규모 송전이 아닌 중소규모의 발전설비를 분산형으로 배치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북한 경제난 해소와 남북간 신뢰 강화를 위해 효율적이며 실질적인 대북전력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힌 녹색연합은 이어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겠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지금이라도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사회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토론회를 제안했다.
정부당국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성급하게 성과를 얻으려고 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우를 범하게 된다. 특히 현재 남북관계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차기 대권주자의 한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성과주의를 경계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녹색성찰’이다. 남한 또는 북한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지향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북 전력공급은 시금석의 성격을 지니는데, ‘대북 전력지원의 녹색성찰’(김환석 국민대 교수, 한겨레 7월 19일)은 새겨들을만하다.
“과연 전력공급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평화가 촉진된다면 그 전력의 공급원이 어떤 환경적 위험을 안고 있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다른 말로 하자면 북핵 위기만 벗어날 수 있다면 환경 위기는 한반도에서 무시해도 될 하찮은 문제일까? 나는 나와 후손을 위해 핵전쟁의 공포도 원하지 않지만 환경재앙의 공포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를 지금부터 구상하고 조금씩 실현해나가야 한다면, 핵전쟁과 환경재앙 모두를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이번 전력공급 문제에서부터 과감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