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 캘리포니아도 며칠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매일 35도를 넘는 더위지만 한국처럼 습기가 없어서 햇볕에만 나가지 않으면 그런대로 지낼만 하다. 한국도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올 장마에는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간 것 같다. 여름만 되면 그리고 장마철만 되면 언제부터인가 늘 걱정이 앞섰다.
내가 한국에서 지낼 때는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밖에서 보면 크게 보이고 무슨 일만 생기면 걱정이 앞선다. 옛날부터 밖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실인 것 같다. 아직 태풍이 남아 있지만 올해는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번 호에서는 이 여름에 간절한 원력을 세우신 스님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캘리포니아에 한국식 사찰 태고사를 짓고 계시는 무량 스님이 스님 한 분과 재가신도 10여 명과 함께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약 350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걸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에 시작하여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회향식을 가졌다. 걸었던 구간은 한국정부가 1976년에 미국에 기증한 우정의 종이 있는 LA 남동쪽의 샌피드로에서 출발하여 태고사 평화의 종각까지였다. 더위 속에 매일 40킬로를 걷는 고행이었고 또 쉬운 도심의 길 대신 산악지대와 사막을 통과하는 험한 길이었다.
무량 스님은 이 걷기운동이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며 또한 수행과정의 하나로 깨닫기 위한 평화행진임을 강조하셨다. 스님의 만행을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신 신도 분들에 의하면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마다 스님은 조용히 기도를 하셨는데 그 모습 또한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였다고 한다.
7월 4일 태고사에 도착한 후 평화의 종 종각에서 첫 타종식을 가졌으며 이후 이 평화의 종은 매일 한 번씩 스님과 불교인들의 평화의 염원을 담아 타종을 한다고 한다.
태고사에는 보통의 절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종이 있는데 바로 ‘평화의 종’이다. 형태는 일반 사찰에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종에 새겨진 내용은 많이 다르다. 종의 하단에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가 서로 손을 잡고 즐겁게 웃는 모습이 새겨져 있고 그 바로 위에는 평화라는 말이 각 나라의 말로 새겨져 있다.
이 종은 무량스님의 평화에 대한 원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더 나아가 스님의 평화에 대한 원력은 바로 사막 한가운데 사찰을 짓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소식으로는 “Lotus Festival” 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있었다. 매년 LA 다운타운 인근에 있는 에코 공원에는 연꽃이 만발한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연꽃 구경을 갔었고 올해는 시간을 잘 맞추어서 3일 동안 열리는 연꽃 축제 기간에 방문하였다.
더운 여름 시원한 호숫 가에서 열리는 축제인지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가 들어간 입구에는 한국식 정원을 간단하게 꾸며 놓고 그 앞에 지하, 천하 대장군의 장승까지 세워 두었다. 시끄러운 축제의 자리인지라 이런 정적인 조형물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못했고 나도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연꽃은 아무래도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꽃으로 인식되어 있는 탓인지 호수 주변에는 인도와 티베트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져온 민예품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중앙 무대에도 아시아 지역 커뮤니티가 참가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실상 이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만큼 연꽃이 많지 않았지만 그 외 다른 이벤트로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고자 하는 것 같다.
로스엔젤레스 시에서 후원하는 연꽃 축제는 매년 각 커뮤니티들이 돌아가며 주최를 하는데 올해는 한국 커뮤니티가 축제를 맡았다고 한다. 따라서 연꽃 축제라는 생각에 불교와 관련된 흔적이 있을 거라는 어렴풋한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값싼 민예품으로 둔갑한 불상 몇 점과 그림만이 몇몇 가게에 진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로스엔젤레스를 비롯한 미국의 한국 커뮤니티는 철저히 기독교 중심적인 사회로 움직이고 있어 아마도 이 행사를 주최했던 사람들도 이와 관련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연꽃은 불교의 꽃으로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꽃이란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고 그들도 알고 있었겠지만 아마도 애써 외면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상한 정원이나 덩그렇게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나웠다.
잿밥보다는 염불에 더 관심 있는 나는 호숫가의 시원한 바람 속에서 여러 장면의 연꽃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불교계도 시에서 주최하는 이런 행사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일년에 한 번이라도 남가주 사원연합회 주최의 연꽃과 관련된 불교행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