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담긴 스프레이를 ‘후욱~’하고 뿌리면, 쪼개진 고운 물 알갱이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처럼 차창에 내리는 뿌연 안개. 쌀뜨물 같은 안개가 가득한 오르막길을 간다. 안개가 뭉쳐 빗방울처럼 흘러내리는 차창 너머로 보현암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1973년 혜춘 스님이 세운 비구니 수행 도량이다. 역사로 따지자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보태져 높은 산을 오르게 되는 이치니 만만하게 볼 시간은 아니며, 오래 된 나무가 다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을 보면, 이곳은 수행처로서의 청정함을 더 눈여겨보아야 하는 곳 같다. 대웅전이 작고, 선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절집. 마당엔 ‘심心’자 연못이 보인다. 몇 개의 큰 통돌과 한 아름의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연못엔 보현암과 나이가 같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물고기처럼 한시도 눈을 감지 말고 정진 하라는 뜻에서 연못에 둔 것일까?새삼 텃밭을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일어난다. 매일 보는 밥이고, 먹는 밥인데 왜 이러한 생각을 쉽게 지나쳤었을까?
어느 암자에서 처음 먹었던 검정색 발우에 담긴 밥이 생각난다. 그땐 밥그릇이 왜 그리 깊게 느껴졌을까? 정말로 공양이 담긴 그릇이 우물같이 깊어서 퍼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만큼 고마움을 느끼게 될까? 고마워해야 할 것들이 이뿐 아니라, 주변에 너무도 많으니 어떻게 밥값을 해야 하나…… 우선은 ‘밥’과 ‘찬’과 ‘밥을 짓는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