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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 묵서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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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이성근/해인사박물관 학예연구사 2005년 08월 282호
해인사에서는 얼마 전 국내 최고最古인 통일신라시대 목조비로자나부처님이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는 국내에서 제작된 그 당시 목조부처님이 없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비로자나부처님이 현존 최고의 목불로 판명된 직접적인 근거는 복장물 납입공간에서 발견된 묵서명이다.
이 묵서명은 지난 5월 법보전에 모셔진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탈색이 심하여 다시 금칠을 하고 복장유물을 봉안하는 개금불사 과정에서 나온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판독되고 발표된 묵서명은 다음과 같다.

서원대각간주등신사미우좌비주등신○
誓願大角干主燈身賜右座妃主燈身○
중화3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
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

이 묵서명은 우리 나라 최초의 비로자나불이라 할 수 있는 내원사 비로자나불 출토 영태 2년명 석조비로자나불 조상기나 임신서기석, 안압지 출토 목간 등에서 보이는 서체와 유사한 해서체로 쓰여져 있으며 그 당시에 쓰여지던 약체자가 보이고 있어 그 당시 묵서명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에 대한 해석에는 여러 의견들이 있으나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의견은 ‘서원합니다. 한 불상은 대각간님의 등신상이고 오른쪽의 앉아 있는 불상은 비님의 등신상입니다. 중화3년 계묘에 이 상을 여름에 금을 칠함을 시작하였다’로 해석을 하였다.

그러나 명문 자체에서나 이러한 해석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먼저 자형의 문제점이다.
첫째, ‘서원誓願’의 원願자이다. ‘서誓’자의 경우에 본 묵서명에서 보이는 글씨체는 영태 2년명 석조비로자나불 조상기나 선림원지동종의 서誓자와 유사한 변형된 ‘서誓’자로 이는 본 묵서명이 그 당시의 묵서명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願’자인데 앞의 ‘서誓’와 관련하여 문의상으로는 ‘원願’으로 보이나 자형상 좀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비슷한 시기의 백지묵서화엄경이나 영태 2년명 석조비로자나불 조상기 등에서 볼 수 있는 ‘원願’자는 ‘원原’자를 본 묵서명과 같은 형태의 약자로 표기하였으나 ‘혈頁’자는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약자로 많이 변형된 본 묵서명과는 다르다.
둘째, ‘사미賜’의 두 자인데 이는 이두문으로 ‘사賜’자는 ‘사賜’자일 확률이 높으나 좀더 살펴볼 여지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영태 2년명 조상기의 경우 ‘패貝’자를 2획으로 줄여서 쓰고 있으나 본 묵서명의 경우 복잡하게 흘려 쓰고 있다. ‘이易’자의 경우에는 주로 그대로 표기하고 있으나 본 묵서명에서는 마찬가지로 변형된 약자의 형태이다.
‘미彌’자의 경우 속자인 ‘미’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백지묵서화엄경이나 영태 2년명 조상기 등 당시의 금석문에서는 ‘’만 따온 약자체로 표기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글자체의 문제는 일단 유보해두고 그대로 차용하여 해석해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명문류에는 이두가 쓰인 예들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사미賜’가 이두식 표기로 보인다. ‘사賜’는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에 대응되는 것으로 그 음 ‘’를 차용한 것이다. ‘미’는 ‘-하며’의 어미 ‘-며’에 대응되는 글자로 문맥에 따라 ‘-여서’로도 대응된다. 이에 사미賜彌는 일단 ‘-시며’의 이두 표기로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 우측의 명문을 해독한다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서원대각간주등신사미우좌비주등신○誓願大角干主燈身賜右座妃主燈身○’에서 문제되는 것은 어미 ‘사미賜’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동사 뒤에 나와야 하는데 여기서는 명사로 보이는 ‘등신燈身’ 뒤에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등신燈身’을 동사로 해석한다면 ‘등신사미燈身賜’는 ‘등신燈身하시며’로 해석되어 ‘대각간주등신大角干主燈身’은 ‘대각간大角干님이 등신燈身하시며’로 풀이되고 뒤의 ‘우좌비주등신右座妃主燈身’은 ‘오른쪽 자리의 비妃님도 등신燈身(하기를)’로 해석되어 ‘서원대각간주등신사미우좌비주등신○誓願大角干主燈身賜右座妃主燈身○’은 ‘서원하는 바는 대각간大角干이 등신燈身하시며 오른쪽 자리의 비妃가 등신燈身(하심입니다)’ 또는 ‘대각간大角干이 등신燈身하시며 오른쪽 자리의 비妃가 등신燈身(하기를) 서원합니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미상(○)으로 판독된 부분은 따라서 어미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은 처음의 해석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기존의 해석은 등신의 등燈자를 등신불等身佛 ‘등等’자와 음이 같으므로 차용하거나 잘못 표기된 글자가 아닌가 보고 있다. 이는 해인사 대적광전 비로자나불과 이번에 발견된 비로자나불의 형태가 유사하다 하여 하나는 대각간의 등신불이고 하나는 비의 등신불이라는 추측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불상의 양식적인 측면에서나 명문의 해석에서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또 등燈자의 경우 당시의 금석문에서 ‘등잔’이나 ‘밝히다’는 의미로 분명히 쓰이고 있어 차용하였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한 ‘서원’을 한다고 다시 말해 ‘맹세하고 소원합니다’라고 하고서는 대각간과 비의 등신불을 만들었다는 내용은 문맥상 맞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향 좌측열의 ‘중화삼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에서는 먼저 ‘중화삼년계묘中和三年癸卯’ 다음에 ‘차상此像’이 오고 다시 시간을 나타내는 어휘 ‘하절夏節’이 온 듯한데, 이러한 표현은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하절夏節’이 ‘중화삼년계묘中和三年癸卯’ 다음에 오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발견된 금석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간지 뒤에 계절을 표기할 경우 계하季夏라고 하거나 그냥 하夏라고 표기하지 하절夏節이라 표기한 경우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 문장 해독의 관건은 ‘하절夏節’을 어떻게 읽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이를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시간어가 아닌 다른 표현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두 가지 가능성으로 이를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하절夏節’을 시간어로 보면 ‘중화삼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은 ‘중화삼년계묘中和三年癸卯에 이 상像을 하절夏節에 옻칠과 금칠(柒金)을 착수하여 이루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화삼년계묘中和三年癸卯’란 시간 표현과 ‘하절夏節’이란 시간어가 떨어져 있어 우리말답지 못하다. 다시 말해 이두식 표현이라는 우리말 어순에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표현은 어떤 자료에서도 보기 어려우므로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위와 달리 ‘하절夏節’을 시간어가 아닌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러한 해석은 뒤에 나온 동사구 ‘칠금착성柒金着成’으로 보아 옻칠과 금칠의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차상하절此像夏節’이 바로 그 대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차상하절此像夏節’을 명사구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화삼년계묘차상하절칠금착성中和三年癸卯此像夏節柒金着成’은 ‘중화中和 삼년三年 계묘癸卯에 차상此像의 하절夏節에 옻칠과 금칠을 착수하여 이루었다’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차상하절此像夏節’을 명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인데, ‘하절夏節’의 ‘하夏’는 ‘가(개오동나무 가)’와 통하므로 ‘하절夏節’을 불상의 일부분 다시 말해 오동나무로 만든 부분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하면 전체적인 문의는 무리가 없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해독에 따른다면 국어의 어순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표현은 넓은 의미에서 이두표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칠柒’자도 고대에는 ‘물체에 무언가를 입히다’라는 의미와 통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도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첫째는 ‘옻칠과 금칠을 착수하여 이루었다’이고 다른 하나의 해석은 ‘금으로 옷을 입히는 것을 착수하여 이루었다’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원하는 바는 대각간大角干이 등신燈身하시며 오른쪽 자리의 비妃가 등신燈身(하심입니다)
(大角干이 燈身하시며 오른쪽 자리의 妃가 燈身(하기를) 서원합니다)
중화中和 삼년三年 계묘癸卯에 차상此像의 하절夏節에 옻칠과 금칠(금옷을 입힘을)을 착수하여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독과 해석에는 자형字形에 대한 정밀한 고찰과 ‘차상하절此像夏節’과 같은 어구를 명사구로 보아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전개에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바로 ‘서원誓願’이다. 서원이란 ‘맹세하고 소원한다’라는 두 가지 용어가 합쳐진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금석문 자료에서는 서원이 함께 표현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태 2년명 조상기, 무진사종 명문, 백지묵서화엄경, 선림원종 명문, 규흥사종 명문 등의 발원문 부분에는 원청내자願請內者, 원지자願旨者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다시 말해 원願자만 쓰여져 있는 것이다.
예외도 있는데 영태 2년명 조상기나 선림원종 명문에서는 원청내자願請內者 운운하며 원망願望을 나타내고 다음으로 다짐하는 서약의 내용이 나온다. 다시 말해 ‘원願 … 라 언급하고 서약의 내용이 나오고 서약의 내용 마지막에 ‘서誓…’로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도 이들 두 예에 국한되고 대부분이 원願 으로만 표현한다.
하지만 불가가 아닌 경우에는 서誓만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남산신성비나 임신서기석의 경우가 그러하다.
다시 말해 서원이라는 두 글자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은 본 묵서명이 유일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백지묵서화엄경의 경우 발원시에 서원이라는 말이 나오나 이는 시적 표현이므로 제외해두겠다.

이상으로 명문의 해석과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았으며 여러 문제점과 의문점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 부처님은 우리 나라 유일의 통일신라 목불이거니와 현존 최고의 목불로서 미술사학적 연구는 물론이거니와 명문에 대한 국문학적 연구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