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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축제, 연시戀詩, 그리고 청년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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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정우식/조계사 청년회장 2005년 05월 279호
그랬다. 기똥찬 연애시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중학교 3학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부터 1970년대 말까지 발표된 근현대 시인의 대표작을 뽑아, 시대별로 묶은 <한국의 명시>라는 책이 있었다. 이냥저냥 책장을 넘겨보다 처음 그 시를 접했을 때 차암 멋진, 아름다운, 기똥찬 연애시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버렸더랬다. 애시당초 문학의 문자도 모르고 시詩의 시자를 ‘시시할 시’자 정도로 알고 있던 촌놈이 뭘 알았겠는가. 그저 그건 순전히 내가 그때, 못생긴 감자 같은 얼굴에 난 작은 생채기 같은 여드름꽃이 무성히 피어오르던 사춘기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하라는 공부는 않고, 어떻게 하면 ‘이쁜 가시내(여학생) 한번 잘 꼬셔(?) 볼까’ 오만가지 통밥을 굴리며 시간을 축내는 것이 일과였는데, 그때 그 시를 보았으니 번쩍 눈이 뜨일 수밖에. 그리고 나는 일각도 지체 없이 이 시를 앞으로의 작업(?)에 유용한 도구로 쓰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실제로 나는 이 시를 고등학교 시절 죽으라고 쫓아다니던 여학생에게 마치, 내가 쓴 것처럼 조금 바꾸고 그럴 듯하게 연애편지로 포장을 해서 보내곤 했었다.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나는 결혼을 했고 함께 살고 있는 각시는 그때 죽자 살자 쫓아다니던 여학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꽃, 김춘수 시인의 꽃. 아마, 모두 다 아시리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하략)”로 시작되는, 연애의 연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한번쯤 접해보았을.
그랬다. 예전에는 연애시로만 생각했더랬었는데, 30대 후반의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는 요즘엔 이 시가 달리 보인다. 큰 깨달음의 시, 영산회상 당시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들어보이셨던 연꽃, 그 염화미소의 연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나는 아직 모른다.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들어보이셨던 연꽃의 의미를, 그리고 그 연꽃을 보고 가섭존자께서 미소지었던 까닭을 까막눈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요즘 나는 부르고 싶다. 자꾸자꾸 부르고 싶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그저 노래에 푹 빠져 자신도 모르게 가사를 흥얼흥얼거리는 사람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불러주고 싶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음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서로의 꽃이 되고픈 것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은 것이다.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연등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 손에손에 꽃 하나씩 들고 거리로 나가볼 일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연꽃등을 들고 조계사로, 종로로, 동대문으로 가볼 일이다.(연등이 없다고? 걱정 내려 놓으시라. 그냥 오시라. 그저 자기 마음에 연꽃송이 예쁘게 피워, 가슴에 연꽃불 밝히고 가면 될 일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불자들이 특히, 청년불자들이 신명나게 참가하는 연등축제가 되고, 뜻 깊게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나와 함께 나가보자. 대책 없이 나가보자. 오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 한 구절만 간직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와 함께 나가보자.
5월 7일 저녁에는 조계사, 우정국로, 인사동 일대에 나가보자. 연등축제 전야제 행사인 ‘연등놀이’가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장엄등을 앞세우고 연희단과 함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우정국로에서 시민과 어우러지는 흥겨운 젊음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5월 8일 12시부터 조계사 앞길(우정국로)에서는 ‘불교문화마당’이 펼쳐진다. 가족과, 연인과 함께 나와 보시라. 정말 다양한 볼거리, 참여할 거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연등 만들기, 외국인 등 만들기 대회, 서각과 탁본, 선무도, 전통 민속놀이, 범패, 사찰음식, 관불, 장승조각, 서원지 쓰기, …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불교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으며 전통 민속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두어 시간 정도 즐겁게 참여한 후 4시까지 동대문운동장으로 가보자.
3만여 불자대중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어울림마당’으로 한껏 고조된 신명이 ‘연등법회’로 장엄될 것이다. 그리고 진행되는 ‘제등행진’. 흰코끼리, 코끼리, 용, 탑 등 화려한 장엄등과 정성으로 만든 10만여 개의 작은 등불의 행진에 연희단의 신명나는 음악과 율동이 함께 하면, 마침내 종로는 바다가 될 것이다. 연등물결로 출렁이는 꽃바다.

행진이 탑골공원을 지나 조계사에 이르면 하늘에서 분홍의 꽃비가 내리고 ‘화합과 희망의 축제,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 한마당’이 펼쳐질 것이다. 이때 우리는 곱게곱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서원문을 태우고, 희망의 등을 하늘로 띄워보낸 뒤 시민, 외국인과 어우러져 강강술래 등을 추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면 마침내 나는, 그대는, 우리는 모두 꽃이 될 것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청년불자들이여,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의 이름을 불러보자.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될 수 있도록.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될 수 있도록. 나부터 그의 이름을 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