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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시-산행기山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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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이경란 2005년 05월 279호

일요일 아침
밤잠을 설친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산 입구에 다다른다.

탁발 노승의 목탁소리에 맞춰
아직 잠에 취한 발걸음을
느리게 옮긴다.

이슬을 머금으며
형형색색으로 만발한
아름다운 꽃들이
조용한 미소로 산행山行을 반긴다.

날마다 부과되는
존재의 무상함
그 내면의 숙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금강계단金剛戒壇을
한 걸음 한 걸음
힘 주어 오르다가
숫자를 잊어버릴 때쯤 되면
돌무더기 탑이 보이며
그 너머로
이른 아침 샘물을 길러 나온
산동山童의 모습이 보인다.

새벽공기에 익숙한
산동의 눈동자엔 잠시 이슬이 맺힌다.
속가에 홀로 계신 노모의
생각이 나서일런가,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천상天上의 산사山寺가
나를 반긴다.

구름을 헤쳐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한 미소의 부처님이 늘 거기에 계신다.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참배를 하노라면
팔만사천八萬四千 번뇌가
길게 늘어선 오색 등燈에
머리를 조아린다.

내게 있어
마음의 고향故鄕이며
어머니 품속 같은
산사의 여백은
가장 소중한 관계에서조차도
홀로서기를
가르쳐 준다.

지금 돌아와
다시 홀로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