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줄의 노스님인지라 사제에게 절을 맡기기로 하시고 보다 넓고 깨끗한 절을 물려주시려 했는지 절 마당 축대를 정리하셨다고 한다. 사제스님이 짐을 싸들고 오신 날 스님은 무척 기뻐하셨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젊은 스님 몇이 함께 살다가 오래 못 버티고 간 터였다.
좁은 마당이 걸리셨는지 복판의 큰 나무도 자르시고 마당도 넓혀 축대를 쌓으셨다.
다음날 입적하실 때도 어김없이 밝은 얼굴로 일을 하셨다. 절에 있는 노보살께는 당뇨에는 걷기가 좋다며 건강을 위해 산행 갔다 오라 하시고 당신은 또 그렇게 지게를 지러 나가셨다. 지게보가 양철함석으로 된 지게에 작은 돌 세 덩어리 올리시고 지고 나오시다가 그대로 책상다리를 한 채 주저앉으셨다. 지게를 지고 잠시 쉬어가는 모습같이 보였을까. 마침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인사를 하자 아무런 미동이 없으셔서 가까이 가보니 그냥 앉은 채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계셨다고……. 사제가 와서 마음이 편안하셨던지, 지게의 돌을 태산 같은 번뇌로 느끼셨던지, 스님은 평생 함께 지셨던 지게를 지고 가셨다. 평생 참선한 수좌의 좌탈입망이 여기에 비할까.
돌아가실 때도 그렇게 여여한 모습이셨단다.
법당에서 인사를 드리고 돌아 나온다. 왠지 몸이 그냥 상쾌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으로 사는 것일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한번쯤 뒤돌아보는 것이 나도 아직은 햇중인가 보다.